의원실 안에서 몰래 흡연 “5분도 쉴 틈 없어서…” 변명
짙은 틴팅은 도로교통법 위반이다. 5분이 넘는 공회전도 서울시 조례 위반이다. 건물에서 담배를 피우면 국민건강증진법 위반이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은 보란듯이 이를 어기곤 한다. 법을 만든 당사자가 법을 어기는 ‘내로남불’ 행태를 보이고 있다. 박은숙 기자
# 과도한 차량 틴팅 의혹
차 유리 틴팅은 운전자들에게 대중화된 지 오래다. 대부분 자외선을 차단하거나 사생활 노출을 막기 위한 목적이다. 국회의원 업무 수행용 차량의 앞·옆 유리는 일반 도로 위에서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짙은 편이다. 의원들의 수행 차량은 관용차 또는 의전용이 아니다. 각 의원실에 할당된 관리비를 통해 개별적으로 하는 장기렌터카다. 즉, 의원실에서 자체적으로 차량을 전문업체에 맡겨 추가 틴팅을 한다는 얘기다.
도로교통법 제49조 제1항 3호는 ‘자동차의 앞면 창유리와 운전석 좌우 옆면 창유리의 가시광선 투과율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보다 낮아 교통안전 등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차를 운전하지 아니할 것. 다만, 요인 경호용, 구급용 및 장의용 자동차는 제외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투과율은 앞면 창유리 70% 미만, 운전선 좌우 옆면 창유리 40% 미만이다.
국회의원 차량은 요인 차량으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법에 명시된 ‘요인 경호용 자동차는 제외한다’는 항목에 포함되지 않는다. 경찰청 관계자에 따르면 법으로 요인의 범위를 정해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말하는 5부 요인은 대통령과 국회의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중앙선관위원장이다. 따라서 국회의원들의 차량은 도로교통법을 따라야 한다. 하지만 의원들의 수행 차량은 차 안에 누가 타 있는지 식별할 수 없을 정도로 짙은 틴팅이 돼 있다.
한 전직 수행 비서는 “급한 일정을 소화하다 보면 고속도로에서 단속에 걸리는 경우가 있다. 고속도로 전용도로를 달릴 때 차 안에 몇 명이 탑승했는지 그 여부가 중요한데, 이걸 쉽게 식별하지 못하도록 틴팅을 매우 짙게 한다. 결국 불법개조를 하는 셈”이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의원실 비서관도 “간혹 지역구에 가면 지지자들이 의원의 얼굴을 알아보고 달려드는 경우가 있다. 이런 일로 발생하는 사고를 막기 위해 틴팅을 짙게 하고 있다”며 “이런 경우는 남성 의원들보다 여성 의원들에게 주로 일어나는 편”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유리의 가시광선 투과율 기준을 위반한 차의 운전자는 도로교통법에 따라 2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의원실 비상계단과 옥상에서 담배 꽁초를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국회는 ‘금연 구역’이다. 박은숙 기자
# 의원실 내부에서 공공연한 흡연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을 방문하면 재떨이와 담배꽁초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기자가 직접 방문한 의원실도 담배 냄새가 가득했다. 창문을 활짝 열어 환기를 시키려는 모습도 보였다. 또 다른 의원실 관계자는 “많은 의원이 의원실 내부에 마련된 의원 전용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곤 한다”고 털어놨다.
국회 의원회관 옥상에 가면 국회 출입증을 목에 단 채 담배를 피우는 이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들 모두 의원실 소속 또는 국회 직원이다. 국회 전면 안내실 앞 작은 화단에서도 무수한 담배 꽁초를 발견할 수 있다. 이곳은 기자들은 물론 외부인들도 쉽게 드나들 수 있는 곳이지만, 국회 출입증을 목에 걸고 담배 꽁초를 던지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국회는 국회의원들이 만들어 통과시킨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금연 구역이다.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금연을 위한 조치) 제4항은 ‘다음 각호의 공중이 이용하는 시설의 소유자·점유자 또는 관리자는 해당 시설의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라고 규정돼 있는데, 관련 시설 첫 번째가 바로 ‘국회의 청사’다. 이곳에서 흡연할 경우 흡연자는 10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앞서 의원실 관계자는 “의원들은 5분도 쉴 시간이 없다. 국회 밖으로 나가서 피우려면 나가는 시간까지 10분이 넘게 걸리는데 그럴 만한 여유가 없어서 건물 안에서 피우는 것”이라면서도 “의원들도 법을 만든 사람들이다 보니 건물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횟수를 줄이는 등의 노력은 한다. 젊은 의원들은 금방 바뀌지만, 나이가 있는 의원들은 시간이 걸리는 편”이라고 말했다.
12월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관 앞에서 의원을 기다리는 수행 차량들. 박은숙 기자
# 대기 차량 무한 공회전
의원들의 차량 공회전도 문제다. 국회 본관과 의원회관 앞에는 의원들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전직 수행 비서는 “이렇게 의원을 기다리는 시간이 길면 7~9시간까지도 걸린다”고 말했다.
자동차 공회전으로 인한 미세먼지 발생 최소화를 위해 각 지자체는 공회전 제한 단속을 하고 있다. 국회가 있는 서울시의 경우 ‘서울특별시 자동차 공회전 제한에 관한 조례’를 두고 서울특별시 관할구역 전역을 공회전 제한장소로 지정했다. 이에 따르면 공회전은 2분을 초과할 수 없다. 다만, 온도가 0℃ 이하이거나 영상 30℃ 이상일 때 등 특별한 경우엔 제한규정 적용을 받지 않는다.
앞의 전직 수행비서는 “특히 여름과 겨울에 공회전을 많이 하는데, 너무 덥고 추운 날씨에 차에서 몇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 수행 비서로서는 정말 힘들다. 그래서 에어컨과 히터를 켜기 위해 공회전을 한다”며 “휘발유를 사용하는 세단보다는 경유를 사용하는 ‘카니발’에서 공회전이 더 빈번히 일어난다. 당장 내 주머니에서 나가는 내 돈이 아니니까 (개의치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정말 춥고 더울 땐 우리 수행비서들도 어쩔 수 없이 차량을 공회전시키지만 의원들은 그 짧은 거리를 걸어가기 싫어서 차를 몇 시간 동안 대기시키는데 그 부분은 좀 고쳐져야 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비서관은 “의원회관에서 본관으로 차를 타고 이동하는 의원들이 그리 많은 것은 아니지만 조금 있다”며 “의원들이 에어컨과 히터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어서 (공회전을 시킨다)”고 밝혔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