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동생 ‘흑기사’ 했더니 입찰 비리 구설에
2009년 6월까지 SK건설의 최대주주는 지분 58.03%를 가진 SK케미칼이었다. 최창원 부회장도 당시엔 지분 9.61%를 들고 있었다. SK는 지주회사 SK㈜가 지배하는 회사를 최태원 SK 회장이 맡고, SK케미칼이 지배하는 회사를 최창원 부회장이 맡는 ‘사촌 경영’ 구조를 갖고 있다. 사진 일요신문 DB.
올해 들어서도 SK건설은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개별재무제표 기준 SK건설은 지난 3분기까지 77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둬 전년 동기 당기순이익(520억 원)보다 250억 원이 늘었다. 지난 1일에는 파키스탄에서 국내 기업 최초로 14억 4000만 달러(한화 1조 6000억 원) 규모의 수력발전 사업권을 따내기도 했다. 이변이 없는 한 SK건설의 ‘3년 연속 흑자’ 달성은 유력한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내 관급공사 물량 감소 등 건설업 전반이 침체된 상황에서 꾸준히 실적을 내는 것은 평가받을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SK건설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매년 수천억 원의 적자를 냈다. 특히 2013년과 2014년에는 각각 5080억 원, 2020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SK건설의 최대주주는 지분 44.48%를 가진 SK그룹 지주회사인 SK㈜, 2대 주주는 지분 28.25%를 가진 SK케미칼이다. 비교적 최근까지 SK건설 지분 4.45%를 보유해 3대 주주에 올랐던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은 2016년 보유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그러나 SK 안팎에선 SK건설의 실질적인 경영자는 SK㈜가 아닌 최창원 부회장이란 말이 나온다.
2009년 6월까지 SK건설의 최대주주는 지분 58.03%를 가진 SK케미칼이었다. 당시 최창원 부회장의 지분도 9.61%였다. SK그룹은 지주회사 SK㈜가 지배하는 회사를 최태원 SK 회장이 맡고, SK케미칼이 지배하는 회사를 최창원 부회장이 맡는 ‘사촌경영’ 구조를 띠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고 최종현 SK 명예회장의 장남, 최창원 부회장은 고 최종건 SK 창업주의 3남이다. 최종건 창업주와 최종현 명예회장은 친형제다. SK란 울타리 안에 두 경영인이 공존한 것은 이 같은 혈연관계에 기인한다. SK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사촌형제 사이가 꽤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SK㈜는 신규 투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2009년 SK건설 지분 40%를 4100억 원에 매입하기로 SK케미칼과 합의했다. 경영권 획득보다 ‘사촌 회사’ 자금 수혈 의미가 짙었다. SK㈜ 품에 안긴 SK건설은 SK 계열사로부터 일감을 받아 안정적인 수요를 얻었다. 지난 2년간 SK건설은 내부거래로 각각 2조 2500억 원, 3조 2600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 가운데 SK 핵심 계열사인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은 2조 원이 넘는 공사를 SK건설에 맡겼다.
물론 SK건설도 독자 영업망을 확대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굵직한 관급공사를 수주하며 2009년 당시 4조 원대였던 매출을 2배 이상 키웠다. 그러나 사업 확대 과정에서 각종 공사 담합 의혹과 입찰 비리 의혹, 금융권 인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이 불거졌다. 2015년에는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SK건설 비자금 의혹에 대한 수사를 벌이기도 했다. SK건설 실세로 꼽히는 이 아무개 전무는 비자금 조성의 ‘몸통’으로 지목됐다. 그러나 이 전무는 SK건설에서 어떤 징계도 받지 않았다. 오히려 정부로부터 해외 사업에 대한 성과를 인정받아 SK건설을 대표해 표창을 받을 정도였다.
SK㈜와 SK케미칼 모두 SK건설 지분을 대량 매입하기엔 투자 대비 실익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SK㈜가 가진 SK건설 지분 가치는 8년 전 기준으로도 4100억 원이다. SK 안팎에선 SK케미칼이 그보다 웃돈을 주고 SK건설을 매입하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K㈜ 역시 SK건설 경영과 거리를 두고 있는 만큼 또 다시 수천억 원을 들여 SK건설 지분을 매입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요신문 DB.
건설업계 일각에선 공사 수주를 위해 발주처를 상대로 로비하는 것은 일종의 ‘관행’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기업 윤리’에 민감한 SK㈜나 SK케미칼로서는 SK건설에 대한 검찰 수사와 그 파장이 달가울 리 없다. SK건설 최고경영진의 거취 문제가 계속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이유다.
최창원 부회장은 지난 1일 SK케미칼 계열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SK디스커버리’란 지주회사를 세웠다. 지주회사 설립에 따라 SK케미칼은 원칙적으로 기업 지배 목적 외에는 SK건설 지분을 가질 수 없다. 즉 SK건설 지분을 외부에 팔거나 남은 지분을 SK㈜에 매각해야 한다. 또는 SK㈜로부터 지분을 매입해 최대주주가 되면 지주회사 운용 요건을 갖출 수 있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앞으로 2년 내에 SK건설 소유권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SK㈜ 관계자 역시 “아직 (그 문제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고,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SK㈜와 SK케미칼 모두 SK건설 지분을 대량 매입하기엔 투자 대비 실익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SK㈜가 가진 SK건설 지분 가치는 8년 전 기준으로도 4100억 원이다. SK 안팎에선 SK케미칼이 그보다 웃돈을 주고 SK건설을 매입하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K㈜ 역시 SK건설 경영과 거리를 두고 있는 만큼 또 다시 수천억 원을 들여 SK건설 지분을 매입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SK건설은 비상장사로서 지분을 대량 매각할 곳도 마땅치 않다. 때문에 증권업계에선 SK가 중장기적으로 SK건설을 상장하고 SK㈜ 혹은 SK케미칼이 순차적으로 SK건설 지분을 최소 보유기준인 20%까지 매각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SK케미칼 측은 “(상장설에 대해선) 금시초문”이라고 답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