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과 3-3, 멕시코와 1-0, 스웨덴과 3-2 성적 거둬…“좋은 경기했던 자신감이 큰 자산”
러시아 월드컵 조추첨 결과. 사진=러시아 월드컵 페이스북
[일요신문] 독일, 멕시코, 스웨덴.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서 대한민국 대표팀과 겨룰 3팀이 결정됐다. 이번 조 편성은 독일, 멕시코, 스웨덴 모두 신태용 국가대표팀 감독과 인연이 있어 더욱 흥미롭다. 신 감독은 지난해 U-23 대표팀을 이끌고 올림픽에 참가한 바 있다. 당시 조별리그에서 독일·멕시코와 한 조에 편성됐고 대회를 앞두고 스웨덴과 평가전을 치렀다. 비록 23세 이하로 채워졌다지만 각국의 그 연령대에서 가장 뛰어난 자원을 선발한 팀이다. 월드컵에 앞서 1년 전 올림픽 대표팀 간의 대결은 충분히 참고할 만한 자료다. 이에 <일요신문>은 지난해 신태용 감독의 ‘모의고사’를 다시 한 번 돌아봤다.
리우 올림픽 당시 대한민국 대표팀은 사상 최초로 올림픽 축구 조별예선에서 C조 1위를 차지해 8강에 올랐다. 독일과는 3-3 무승부, 멕시코에는 1-0 승리로 피지전 승리를 더해 2승 1무를 기록했다. 특히 신태용호는 고전이 예상되던 독일과의 경기에서 3골을 득점하며 선전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 자연스런 세대교체 이뤄지는 독일…U-23 멤버 6명 A 대표팀 승선
1986 멕시코 월드컵에서 득점왕을 차지한 잉글랜드의 축구 전설 게리 리네커는 “축구는 22명이 공을 쫓아다니다가 결국 독일이 이기는 게임”이라는 말을 남겼다. 월드컵 우승 4회의 독일은 손에 꼽히는 세계적 축구 강국이다. 월드컵 ‘디펜딩 챔피언’이자 현 피파랭킹 1위를 달리고 있다.
현재 독일 지휘봉을 잡고 있는 요아힘 뢰브 감독은 대표적인 장수 감독이다. 2년간의 수석코치 생활을 거쳐 2006년부터 팀을 이끌고 있다. 그는 꾸준한 성적을 거둔 덕분에 10년이 넘도록 독일 대표팀을 맡을 수 있었다. 독일은 그가 사령탑에 오른 이후 국제대회에서 4강 아래의 성적을 거둔 적이 없다. 이 같은 꾸준한 성적에는 원활한 세대교체가 바탕에 깔려 있다.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 얼굴을 발탁하고 팀에 안착시켰다.
독일 국가대표 선수단. 사진=독일 국가대표팀 페이스북
지난해 올림픽에서 신태용호를 상대했던 올림픽 선수들 중에서도 상당수를 다가오는 월드컵에서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18명의 올림픽 엔트리 중 마티아스 긴터, 니클라스 쥘레, 율리안 브란트, 세르쥬 나브리, 막스 마이어, 레온 고레츠카 등 6명의 선수가 월드컵 출전 명단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들은 모두 바이에른 뮌헨,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바이어 레버쿠젠 등 독일 분데스리가 명문구단에서 활약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올림픽 대표팀에서 활약할 만큼 장래가 촉망받는 유망주(전원 1994년 이후 출생)들이다. 독일 현지에서도 이들의 A 대표팀 합류에 대해 낙관적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모두 다양한 포지션에서 활약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라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특히 올림픽 한국전에서 2골을 넣으며 강한 인상을 남긴 나브리는 A 대표팀에 성공적 데뷔를 마쳤다. 그는 6경기에서 6골을 넣으며 은메달을 목에 건 올림픽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지난해 11월 생애 첫 A 매치에 나서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유럽에서 약체로 꼽히는 산마리노와의 경기였지만 팀 승리에 일조하며 월드컵 본선행 전망을 밝게 했다.
이들 중 A 대표팀 경험이 가장 풍부한 이는 수비수 긴터다. 현재까지 A 매치 17경기에 출장했다. 중앙과 측면을 가리지 않고 활약이 가능한 긴터는 이미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엔트리에 포함된 바 있다. 비록 독일의 두터운 선수층으로 인해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지는 못했지만 만 20세의 나이에 월드컵 엔트리에 들 정도로 기대를 받아왔다.
다만 막스 마이어의 월드컵 출전에 대해서는 평가가 갈린다. 마이어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 슈퍼 클럽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스타다. 하지만 독일이 자랑하는 두터운 중앙 미드필더 선수층으로 인해 월드컵 엔트리 합류가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 소수 유망주만 합류한 멕시코…리우 올림픽 멤버 주목
북중미의 강자 멕시코는 월드컵 무대에서 가장 기복 없이 꾸준한 성적을 내왔다. 1986년 자국에서 개최된 월드컵 이후 1990년을 제외하면 빠짐없이 본선에 참가해 6회 연속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최소 1승 1무 정도는 기록하는 저력이 있는 팀이다. 참고로 대한민국은 역대 월드컵에서 2002년을 제외하면 8번의 대회에서 단 2승만을 거뒀다.
최근 멕시코 대표팀은 10대 후반, 20대 초반 어린 선수의 젊은 활기는 부족한 편이다. 영건들의 대표팀 합류가 상대적으로 덜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독일에 비하면 지난해 올림픽에서 한국을 상대했던 선수가 적다. 공격과 수비 진영에서 이르빙 로사노와 카를로스 살시도 정도가 A 대표팀에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 브라질을 제치고 금메달을 차지했던 멕시코는 4년 뒤 대회에서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리우 올림픽 조별예선 한국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로사노는 후반 이른 시간 교체 투입됐다. 0-1로 끌려가며 패색이 짙은 후반 추가 시간에 로사노는 시간 지연행위를 하는 듯 한 황희찬에게 폭력적인 행동을 가해 퇴장을 당하고 말았다. 올림픽에서는 탈락의 아픔을 겪었지만 선수 개인은 성공적 커리어를 이어나갔다. 로사노는 자국 리그에서의 활약을 인정받아 2017년 여름 이적시장에서 유럽 리그(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번)로 진출했다. 향후 멕시코의 10년을 책임질 측면 공격수로 평가받고 있다.
조추첨식에 참가한 신태용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사진=러시아 월드컵 페이스북
# 스웨덴, 지난 올림픽 대표와는 전혀 다른 팀으로 변모
지난해 스웨덴 올림픽 대표팀은 24년 만에 올림픽 본선에 진출했다. 올림픽 직전 전력 점검을 위해 이해가 맞은 신태용호와 평가전을 치렀다. 5골이 터진 난타전 끝에 한국이 3-2 승리를 거뒀다. 스웨덴은 이어진 올림픽에서 1무 2패에 그쳤다.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한 올림픽 대표팀에서 성인 대표팀으로 승격된 선수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지난해 우리와 맞붙은 올림픽 대표와 월드컵에서 만날 A 대표는 스쿼드면에서 전혀 다른 팀이 될 전망이다.
스웨덴은 지역 예선 플레이오프를 거쳤다. 이 과정에서 이탈리아를 탈락으로 몰아넣으며 이번 월드컵 최대 이변을 만들어냈다. 이탈리아를 막아낸 23인 스쿼드에서 지난해 한국과 평가전을 경험한 선수는 켄 세마 단 1명뿐이다. 세마는 당시 평가전에서 선제골을 기록하며 위협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A 대표팀에서는 백업 역할에 그치고 있다. 스웨덴 대표팀의 주축 또한 일부 수비진을 제외하면 멕시코와 마찬가지로 20대 중반 이상의 베테랑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지난 2일(한국시간) 러시아 월드컵 조추첨식이 끝난 이후 본선에 참가하는 32개국은 각자의 셈법으로 16강 진출 방법을 찾기에 바쁘다. 현대축구는 정보전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큰 대회를 앞두고 상대에 대한 ‘현미경 분석’이 이뤄진다. 23세 이하 대표팀이지만 불과 1년여 전 큰 대회에서 상대했던 국가를 다시 만나는 것은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신문선 스포티비 해설위원도 현재 신태용호를 위한 조언으로 ‘정보전’을 꼽았다 신 위원은 “이제는 경기 이후 모든 것이 데이터로 남는 시대다. 경기 내용부터 상대 선수의 작은 습관까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신태용 감독과 스페인에서 온 코치를 포함해 모든 코칭스태프가 데이터 수집, 분석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신 위원은 지난해 상대국과의 만남에 대해서는 “비록 23세 이하 팀과 경기를 치렀지만 각 나라마다 축구 문화라는 것이 있다. 특유의 성향을 가지고 있기에 충분히 참고할 만한 경험이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작년에 독일, 멕시코, 스웨덴이라는 강국들을 상대로 모두 좋은 경기를 했다. 신태용 감독은 그런 경험이 무엇보다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신태용 키즈는 누구? 물오른 권창훈 ‘출격명령’ 대기중 신태용 감독은 국가대표팀 감독 지휘봉을 잡기 이전까지 리우 올림픽과 올해 국내에서 열린 20세 이하 월드컵에 감독으로 나섰다. 성인 대표팀을 맡은 그가 연령별 대표팀서 손발을 맞춘 선수 중 누굴 선택할지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른바 ‘신태용의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다. 올림픽 대표팀에 이어 성인 대표팀에서도 주축으로 활약중인 권창훈. 사진=대한축구협회 신 감독은 A 대표팀에서 올림픽에 참가했던 일부 선수들과 인연을 이어갔다. 지난 11월 친선경기 2연전에 올림픽 대표 출신 이창민, 손흥민, 권창훈, 정승현, 장현수를 A 대표팀에도 불러들이며 인연을 이어갔다. 특히 올림픽 본선에서 연거푸 골을 넣었던 권창훈은 최근 대표팀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올림픽 이후 프랑스 무대로 진출해 최근 리그에서도 돋보이는 활약으로 기량을 과시하고 있는 중이다. 이외에도 프랑스에서 함께 활약하는 공격수 석현준과 오스트리아 리그 소속 황희찬도 지난 올림픽에 이어 신태용 감독의 부름을 기다리고 있다. 황희찬은 올림픽 조별예선 독일전에서 골을 기록한 바 있다. [상] |
“승자는 치킨집 사장님” 한국 경기시간 살펴보니… 월드컵 조편성 결과가 발표되며 대한민국 대표팀의 경기 시간에도 관심이 쏠렸다. 대표팀은 스웨덴과는 한국시간 기준 2018년 6월 18일 21시, 멕시코와 6월 24일 0시, 독일과는 6월 27일 23시에 경기를 치른다. 2014 브라질 월드컵 당시 광화문 광장을 채운 거리응원 인파. 이종현 기자 시차가 많은 유럽에서 열리는 대회이지만 경기 관전에 크게 어려움을 느낄 시간은 아니다. 오전 7시, 4시, 5시 등 관전에 어려움이 예상되던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 당시에도 거리응원을 나온 인파로 서울 광화문, 영동대로 일대가 붐비기도 했다. 가장 늦은 멕시코전은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넘어가는 시점이다. 많은 이들이 “치킨집 사장님들이 승리자”라는 우스갯소리를 하는 이유다. 실제 홍익대학교 인근에서 바를 운영하는 신 아무개 씨는 “대한민국의 경기 시간을 확인하고 동업자와 함께 환호했다. 가게에 빔프로젝터가 있어서 월드컵 기간에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라며 웃었다. 대한민국 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할 경우에도 경기 관전으로 잠을 설칠 걱정은 덜어도 된다. F조에서 1위를 차지한다면 7월 3일 23시, 2위를 한다면 7월 2일 23시에 경기를 치르게 된다. [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