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실망 스럽다” vs “야권 대표 정치인”
▲ (왼쪽부터) 박근혜 전대표, 정세균 대표 | ||
우선 미디어법 처리 과정에서 ‘입장 변화’를 보이며 ‘원칙론자’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여론조사에서도 지지율 하락조짐을 보이고 있다. 리얼미터의 지난 7월 29일 조사에서 박 전 대표는 36.5%의 지지도를 기록했는데, 이는 보름 전의 조사(40.0%, 7월 14일)에 비해 3.5%p 하락한 수치다. 지난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지지율이 한때 30.0%(6월 3일)까지 내려갔던 점을 감안하면 많이 회복한 상태이지만, ‘회복 기간’에 다시 하락한 것은 ‘조문 정국’ 못지않게 ‘미디어 정국’의 여파를 크게 받았음을 보여준다.
7월 27일 KSOI의 조사에서도 ‘미디어법 관련 박근혜 전 대표의 입장변화’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이해간다’는 답은 34.0%였고 ‘실망스럽다’는 답이 무려 60.0%에 이르렀다. 7월 26일 윈지코리아컨설팅 조사에서도 박 전 대표가 미디어법 처리과정에서 보여준 모습에 대해 ‘일관성도 없고 명분도 없었다’는 응답이 57.1%로 나타나, ‘나름대로 합리적인 선택이었다’는 응답률 32.8%보다 훨씬 높았다.
주목해야 할 점은 대구·경북 지역(37.1%)과 한나라당 지지층(33.4%)에서조차 상당수가 박 전 대표의 최근 모습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KSOI 윤희웅 정치·사회조사팀장은 “박 전 대표가 그동안 ‘여당 내 야당’의 이미지를 내세우며 이명박 대통령의 대항마로서 인지도를 높여왔지만 이번 미디어 정국에서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럽다는 의견이 높다. 이른바 ‘여론파괴력’에 큰 타격을 입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박 전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큰 흐름에서 보자면 지지율 답보 및 하락세에 놓여 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이전 40%대 초중반의 안정적 지지율을 유지해왔던 박 전 대표의 최근 지지율은 ‘들쭉날쭉’ 현상이 보다 심해졌고 30%에 ‘턱걸이’(리얼미터 6월 3일 조사에서 30.0%)하는 지지율까지 기록했다. ‘미디어법 후폭풍’이 이어지면 이러한 지지율 흔들림 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도 있다. 이는 오는 10월 재보선에서 박 전 대표가 어떤 처신을 하느냐에 따라 대권주자로서 또 한 번의 ‘고비’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KSOI 윤희웅 팀장은 “10월 재보선에서 양산 지역에 친박 후보가 출마할 경우 박 전 대표의 고민은 커질 것이다. 어느 후보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지난 4월 재·보궐에서 친이 대 친박 후보 경쟁으로 대리전 양상을 보였던 경주 지역 선거 분위기가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그 과정에서 박 전 대표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나올 만한 요소가 발생할 경우 박 전 대표의 상황은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결과적으로 미디어법 국회통과를 막는 것에는 실패했으나 미디어 정국의 최대 수혜자로 평가되고 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의 지지도가 워낙 낮아 당 대표로서의 프리미엄을 누리지 못해왔던 터. 정 대표 역시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군에 거의 포함되지 않을 만큼 미미한 지지율을 기록해왔다. 그러나 이번 미디어법 처리 과정에서 보여준 투쟁적 면모가 대중적으로도 호응을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윤희웅 팀장은 “정세균 대표는 미디어 정국을 통해 야권의 ‘대표 정치인’이라는 확고한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지지율을 떠나 인지도를 끌어올렸다는 것만으로도 정 대표로서는 큰 수확을 거둔 셈”이라고 평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포함한 ‘친노 주자’들의 경우 미디어 정국에서 상대적으로 손해를 봤다고 볼 수 있다. 조문 정국 당시 활발히 논의되었던 친노신당 및 재보선에서의 역할론이 미디어법 이슈로 관심권에서 다소 멀어졌던 것. 유시민 전 장관은 7월 29일 리얼미터 조사에서 지지율 15.2%를 기록해 이전 조사(16.7%, 7월 14일)에 비해 1.5%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