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5월13일 한나라당 경기 필승대회에 참석한 이회창 당시 대통령 후보와 손학규 경기지사 후보. | ||
그러나 이 전 총재가 직접 밖으로 나가 사람들을 만났던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배도 효성그룹 고문과 이 전 총재 후원그룹인 부국팀 전 고문인 이정락 변호사 등 경기고 선후배들을 주로 만난 것으로 알려진다. 이 전 총재의 한 측근은 “옥인동 집으로 찾아오는 남경필 전 대변인이나 권철현 전 총재비서실장 같은 측근 인사들의 인사 방문 이외에 가급적 정치권 인사와의 접촉은 피했다”며 “괜한 오해를 사기 싫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 정도로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였던 이 전 총재가 손학규 경기도지사를 따로 만난 사실이 알려져 새삼 눈길을 끌고 있다. 손 지사가 이 전 총재에게 청해 지난 9일 함께 하는 식사자리를 마련했다는 것. 손 지사의 한 측근은 “대선 패배 이후 심신이 지친 이 전 총재를 위로하는 차원에서 (손 지사가) 마련한 자리일 뿐”이라며 “정치와 관련된 이야기는 오고 간 것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전 총재와 손 지사의 만남에 대해 정가에선 적지 않은 ‘정치적’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전 총재를 보좌했던 한 인사는 “손 지사는 한나라당의 차기 대권주자로 강력하게 거론되는 인사 중 한 명”이라며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했다. 이 인사는 “과거 손 지사가 이 전 총재와 총재 경선에서 맞붙은 전력도 있는 등 친 이회창 성격의 인사는 아니었다”며 “차후를 대비해 자신의 정치적 스탠스를 넓히려는 게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이 전 총재를 대통령후보 시절 보좌하던 차명진 전 보좌역이 경기도청 공보관으로 갈 것으로 알려진 점도 두 사람의 만남을 다시 보게끔 만드는 한 요인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대선과정에서 이회창 전 후보를 보좌했던 인사를 영입하는 것은 손 지사가 벌써부터 차후를 대비해 포석을 다지는 게 아니겠나”라고 견해를 밝혔다.
최근 손 지사는 미국 정계와 학계의 인사들과 북핵문제와 관련한 의견을 활발히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치권 인사는 “경기도에 미군 기지가 많아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지방자치단체장이라기보다는 중앙 정치인 성격에 가까운 정치적 행보”라고 해석했다.
이와 관련해 손 지사의 한 측근은 “경기도 행정 관리에 유능한 대 언론창구가 필요해 차명진 전 보좌역을 영입한 것이고 경기도에 미군기지가 많기 때문에 북핵 관련 외교활동은 도민을 위한 행정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