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조롱’ vs ‘문제없는 퍼포먼스’ 게임업계 찬반 논쟁 팽팽
BJ홍구는 한동안 벌어졌던 ‘발스타’ 논란에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일요신문] 지난 4일부터 며칠간 게이머 출신 크리에이터 ‘BJ 홍구(임홍규. 이하 홍구)’는 유명세를 크게 치렀습니다. 그가 이날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게임 대회 ‘조택컵 마스터즈’에서 발로 조작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 ‘발스타’ 논란
게임을 즐기는 이들은 상대를 도발하는 의미로 “발로해도 이길 수 있다”는 표현을 많이 사용합니다. 게임 내 컨트롤이 좋지 않은 유저에게 ‘발컨(발컨트롤)’이라는 지적을 할 정도로 ‘발’과 PC 게임은 거리가 멀어 보였습니다.
문제의 ‘발스타’ 퍼포먼스. 홍구는 이외에도 양손을 교차하거나 눕듯이 앉아 플레이를 하기도 했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 캡처
하지만 홍구는 온라인 중계가 되는 대회에서 실제 게임 중 발을 사용해서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20여년의 e스포츠 역사에서 ‘발컨트롤’은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작은 흥밋거리로 지나가는 듯 했던 발컨트롤은 큰 화제를 낳았습니다. 홍구의 게임 상대였던 중국 게이머 루오시안은 대회 이후 ‘상대가 나를 모욕했다’며 격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경기 당사자뿐만 아니라 이를 지켜보던 이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일었습니다. ‘과도한 조롱’이라는 의견과 ‘문제없는 퍼포먼스’라는 주장이 부딪혔습니다. 한때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홍구의 이름이 오르내리기도 했습니다.
# BJ홍구 “후회하지 않는다. 문제될 것 없다”
15일 오전 그의 거주지인 충남 아산에서 만난 홍구는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는 “이벤트성 대회이고 좀 더 재밌게 해보자는 생각에서 했던 퍼포먼스”라며 자신의 행동을 설명했습니다.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루오시안에게 직접 사과를 하려 했지만 답변이 없었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사건 이후 조택사 측에서 ‘영구제명’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어 더욱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에 홍구는 “조택이 내놓은 입장인데 어디에서 나를 제명시킨다는 의미인지 모르겠다. 애초에 나는 그들의 초청을 받아서 대회에 참가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본사 측에서는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며 미안해하더라”라고 덧붙였습니다. 조택은 컴퓨터 부품 등을 제조·판매하는 글로벌 IT회사입니다. 홍구는 이들이 여는 이벤트성 스타크래프트 대회에 초청을 받아 미국에 다녀왔습니다.
홍구는 오히려 현장 분위기는 좋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내 오프라인 대회처럼 많은 관중이 지켜보는 오픈 스튜디오는 아니었다. ‘국제대회’라고 다들 말씀하시는데 작은 스튜디오에서 스태프들만 지켜보는 상황이었다.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즐거운 분위기로 진행됐다. 내가 퍼포먼스를 할 때도 현장 스태프 분위기가 좋았다. 주최 측에서 대회 현장을 트위치로 온라인 중계하고 있었는데 문제가 있었다면 그 장면을 다른 장면으로 돌리지 않았겠나”라고 했습니다.
홍구는 이렇게까지 큰 반응을 예상했을까요? 그는 “어느 정도 반응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다. 기존에 제 방송을 보는 분들이 좋아해주시는 정도일줄 알았는데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다 주신다”고 말했습니다.
논란이 일어난 이후 홍구는 오히려 많은 응원을 받았다고 합니다. 해외에서도 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이에 아프리카에서 생방송을 하고 편집본을 유튜브에 업로드 하는 홍구는 해외 팬들을 위해 번역 전문가를 고용해 영어 자막을 영상에 넣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조택컵 이후 미국에 머무를 때는 자신을 알아보는 현지인도 있었다고 합니다. “너무 신기했다. 식당이나 공항 등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외국인들이 ‘재밌게 봤다’며 아는 척을 했다. 우리나라도 아닌 곳에서 그런 경험을 해 어색하기도 했다”며 웃었습니다.
세계적으로도 널리 쓰이는 인터넷 방송 플랫폼인 유튜브에서는 그의 방송 구독자도 급격히 상승했습니다. 그는 “이전까지 3만 8000명 정도였는데 조택컵 이후로 6만 2000명 정도로 늘어났다. 깜짝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유명 커뮤니티 ‘레딧’에도 그의 이야기가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레딧은 소셜 뉴스 웹사이트로 월간 이용자가 3억 30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홍구의 동료들이라 할 수 있는 게이머 출신 크리에이터들도 제각각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이에 대해 “각각의 의견은 존중하지만 크게 신경 쓰지는 않는다”면서 “각자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동료들도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어쨋든 내 의도는 침체된 스타크래프트 판에 화젯거리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내 퍼포먼스를 두고 ‘소신 발언’이라는 제목을 달고 영상을 올린 분들도 다른 영상에 비해서 조회수가 높더라. 좋은 쪽으로 마무리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퍼포먼스에 후회는 없다. 다시 그 순간이 돌아와도 똑같이 행동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대화 내내 자신의 퍼포먼스에 떳떳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자신의 목적이었던 ‘스타크래프트 판의 이슈 만들기’를 위해 노력할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게이머 업계가 유난히 선후배 위계 문화가 강한 편인 것 같다. 경기도 너무 친선전 위주로 돌아가다 보니 보시는 분들도 흥미가 떨어지는 느낌이다”라고 지적하며 “과거엔 팬들이 특정 두 팀이 붙으면 더 치열하게 경기가 벌어지니 재밌어 하셨다. 그래서 앞으로 그런 라이벌 구도를 만들어보고 싶기도 하다”고 했습니다.
스타크래프트에 대한 그의 애착을 느낄 수 있는 발언이었습니다. 그러면서 “팬들이 있어야 지금 같은 모습이 유지될 수 있다. 더 많은 분들에게 즐거움 드릴 수 있도록 연습하고 노력할 것이다. 지켜봐 달라”며 이야기를 마무리했습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