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지역·어린이…‘수담의 장’ 활짝
올해 아마 바둑계는 정식종목으로 치러지고 있는 전국체전과 소년체전 외에도 뿌리를 내려 안정적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내셔널 바둑리그와 대한체육회장배, 국제여성바둑대회 등 굵직굵직한 바둑대회들이 잇달아 창설돼 눈길을 끌었다. 2017 아마추어 바둑계 10대뉴스를 소개한다. 뉴스의 순위는 별도로 정하지 않았다.
# 전국체전·소년체전 안착…제2의 비상 꿈꾼다
충북 충주시에서 열린 제98회 전국체전 바둑종목 시상식 장면. 바둑이 스포츠로의 연착륙에 성공하면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바둑에 대한 후원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016년 제97회 전국체육대회부터 정식종목으로 치러지고 있는 바둑은 올해 10월 21일과 22일 이틀 동안 충북 충주시 한국교통대학교 체육관에서 전국체전 정식종목 2회째를 맞았다.
지난 2003년 전라북도 전국체전부터 동호인종목(전시종목)으로 참가한 이래 15년 만에 결실을 맺은 바둑은 내년 또 한번의 도약을 꿈꾼다. 2018년 전북에서 열리는 전국체전에서 바둑은 처음으로 종목별 점수를 배정받을 것이 유력하다. 만일 점수를 배정받는다면 각 지역 지자체에서는 전국체전에서의 좋은 성적을 위해 학교 바둑팀 창단이나, 실업팀 창단을 서두르지 않을 수 없고, 이는 바둑계의 오랜 숙원사업인 바둑 일자리 창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 서울 푸른돌, 내셔널바둑리그 2연패
지난해 우승팀 ‘서울 푸른돌’이 내셔널바둑리그 2연패를 달성했다. 서울 푸른돌은 지난 12월 9일 대전시 레전드호텔에서 열린 2017 자몽신드롬배 내셔널바둑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대구 덕영’을 3-2로 꺾고 2년 연속 정상에 올랐다. 18개 팀이 참가하는 내셔널바둑리그에서 2연패를 달성한 팀은 서울 푸른돌이 유일하다. 내셔널바둑리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체 18개 팀이 출전해 드림리그 9팀, 매직리그 9팀으로 나뉘어 팀당 17라운드 경기를 벌였다.
# 55개국 참가, 제12회 국무총리배 세계아마바둑선수권대회 성황리에 열려
올해로 12회째를 맞은 국무총리배 세계아마바둑선수권대회는 3년 연속 전북 부안군의 후원속에 성황리에 치러졌다.
9월 9일부터 전북 부안에서 전 세계 55개국 선수들이 출전해 기량을 겨룬 제12회 국무총리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가 일주일간의 열전을 마치고 15일 폐막했다. 아시아 12개국, 유럽 29개국, 미주 11개국, 대양주 2개국, 아프리카 1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이번 대회에서 중국대표 자오이캉은 둘째날 4라운드까지 전승을 달린 데 이어 최종일 5·6라운드에서도 태국과 일본 선수를 연파하고 전승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한편 한국 대표 최광호는 3위에 머물렀다.
# 대한체육회장배 전국아마바둑대회 신설
제1회 대한체육회장배 전국바둑선수권대회가 10월 28일과 29일 이틀간 충남 예산군 수덕사에서 성황리에 치러졌다. 올해 처음 출범한 대한체육회장배는 주니어 최강부, 시니어·여자 최강부, 중고등 최강부, 초등 최강부, 지역연구생 단체전의 5개부로 나뉘어 치러졌다. 바둑이 전국체전에 정식종목으로 입성한 데 이어 한국체육의 본산 대한체육회에서도 전국 바둑대회를 창설해줌으로써 바둑의 스포츠적 입지는 더욱 굳건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 아시아여성바둑대회, 바둑춘향선발대회 등 국제여성바둑대회 활성화
전북 남원에서는 국제바둑춘향선발대회가 열렸다.
제1회 아시아여성바둑대회와 국제바둑 춘향선발대회가 올해 신설돼 국제 여성바둑대회가 활성화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제1회 아시아여성바둑대회는 지난 11월 전남 영암에서 한국, 중국, 일본, 중화타이베이, 홍콩, 몽골, 베트남,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10개국에서 50여 명의 선수들이 참가, 개인전과 단체전으로 치러졌다. 한편 춘향의 고장 전북 남원에서는 제2회 국제바둑 춘향선발대회가 열려 여자랭킹 1위 김수영 선수가 우승의 영광을 차지했다. 국제 여성바둑대회의 잇단 창설로 여성바둑대회는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 지역 바둑대회 활성화
2017년 들어 아마추어 바둑계의 가장 큰 변화의 바람이라면 지역 바둑대회의 활성화를 꼽을 수 있다. 2017년에만 경기도바둑리그, 경기도지사배 전국아마바둑 명인전, 참저축은행배, 전주한옥마을바둑대회, 서울시장배, 바둑신문배 등 전국 규모의 바둑대회가 속속 신설돼 아마 바둑계를 풍성하게 했다. 바둑이 체육으로의 연착륙에 성공하면서 지방자치단체의 관심과 개인 기업들의 후원은 2018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도 대한바둑협회와 대한체육회가 함께 펼쳤던 소외계층 대상 바둑보급사업 행복나눔바둑교실의 진행, 대한바둑협회 신상철 회장의 AGF(아시아바둑연맹) 회장 취임, 대한바둑협회의 공인 단급증 발행, 노사초배, 문경새재배의 프로 출전과 프로암 리그 진행 등을 둘러싼 프로와 아마바둑의 경계 약화가 10대뉴스로 선정됐다.
# 부활한 서울특별시장배 바둑대회, 꿈나무 육성 무대로
서울특별시장배 바둑대회가 10년 만에 재개됐다.
10년 만에 재개된 서울특별시 시장배 바둑대회가 17일 서울 이촌동 용강중학교 체육관에서 참가선수 400여 명과 학부모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 서울시장배 바둑대회는 ‘서울시장배 시민바둑대회’라는 명칭으로 지난 2000년대 초반 열리다가 2008년 대회를 마지막으로 중단됐다가 10년 만에 부활했다.
재개된 대회는 주로 어린이부 중심으로 열렸다. 급수에 따라 새싹, 샛별, 금강, 태백, 한라, 백두, 유단자, 단체부 등 30급~4단까지 다양한 급수별 대회로 치러졌다.
학교 방과 후 수업을 통해 바둑을 처음 접했다는 유지훈 군(10)은 “급수는 17급이다. 학교에서 바둑을 배우다가 대회는 처음 나와 봤는데 나랑 비슷한 실력을 가진 친구들이 많아 즐거웠다. 앞으로 자주 바둑대회에 참가할 계획”이라고 참가 소감을 말했다.
개막식에서 김종택 서울특별시 바둑협회 회장은 “바둑은 학업뿐 아니라 실생활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좋은 교육도구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이 자리의 바둑을 배운 어린이들은 행운아”라면서 “서울시장배 바둑대회의 재개가 다소 늦은 감이 있고 올해도 대회 개최를 서두르다 보니 예산 등 여러 부문에서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내년에는 많은 보완을 거쳐 수준 있는 대회로 격상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어린이대회와 함께 열린 동호회 단체전에서는 양덕주, 김경환, 김진환, 윤명철, 김종철 선수가 팀을 이룬 어울림 기우회가 결승에서 한국방송통신대학 OB 팀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