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 “최저임금 인상 대응이냐”…4차 혁명 발맞추니 일자리 문제 걸리네
CU, 이마트24, 세븐일레븐이 미래형 편의점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은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점 핸드페이 기술 시연 모습. 연합뉴스
CU바이셀프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스마트폰에 CU바이셀프 앱을 설치해야 한다. 이 앱으로 점포 내에 부착된 점포 OR코드를 스캔해 고객이 어떤 점포에 방문했는지 확인하고 구매할 상품의 바코드를 스캔해 해당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는다. 일반적인 모바일 결제와 마찬가지로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해 결제하고 퇴점 시 구매 완료 바코드를 전용기기의 바코드 스캐너로 스캔하면 된다.
편의점에 들어가 원하는 물건을 모두 사고 나올 때까지 직원의 도움이 필요 없다. 바야흐로 무인점포 시대가 다가온 것이다. BGF리테일은 지난 11월 20일부터 성남시 CU 판교웨일즈마켓점에서 CU바이셀프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새해에는 일반 매장에도 CU바이셀프 서비스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인점포는 올해 국내 편의점 업계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 5월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잠실 롯데월드타워점 31층에 무인점포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를 열었다.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점은 정맥결제시스템 ‘핸드페이’를 기반으로 운영된다. 매장 입구에 설치된 등록대에서 카드정보를 입력하고 정맥인증 과정을 거치면 이후에는 손바닥 인증만으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롯데카드와 엘페이를 통해서만 결제가 가능하다. 코리아세븐은 조만간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점 2호점을 개점할 예정이다. 코리아세븐 관계자는 “연내 2호점 오픈을 목표로 했으나 조금 늦어져 내년 상반기 중 오픈할 계획”이라며 “2호점도 결제방법은 1호점과 동일하며 앞으로 일반 편의점처럼 다양한 결제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과제”라고 밝혔다.
편의점 업계 후발주자 이마트24도 무인시스템 실험에 동참하고 있다. 현재 이마트24는 4개의 직영점에 무인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마트24의 무인점포는 낮에는 직원이 상주하지만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무인시스템으로 운영된다. 매장 입구에 설치된 신용카드 출입 단말기에 신용카드를 대면 문이 열린다. 이후 구매할 물건을 셀프 계산대에서 계산하면 된다.
편의점의 무인매장 도입 움직임은 유통시장의 세계적인 변화를 반영한다. 2016년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은 미국 시애틀에 무인매장 ‘아마존고(Amozon Go)’를 열고 내부적으로 무인매장 실현 가능성을 실험 중이다. 아마존고에서는 소비자가 아마존고 애플리케이션을 켜고 물건을 고르면 퇴장할 때 자동으로 결제가 된다. 중국에는 이미 ‘빙고박스’, ‘EasyGo웨이라이’, ‘fxbox스마트마켓’, ‘샤오마이’ 등 다양한 무인 편의점 브랜드가 영업 중이다.
국내에서는 미래형 편의점을 구축하기 위해 기업간 업무 제휴가 활발하다. 지난 15일 BGF리테일은 SK C&C와 미래형 편의점 구축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 GS25를 운영 중인 GS리테일은 지난 5월 KT와 미래형 점포를 개발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SK C&C 한 관계자는 “무인매장을 구현하는 건 지금의 기술 수준에서 전혀 어렵지 않다”며 “다만 아직 BGF리테일이 인공지능, 클라우드 등에서 SK C&C의 기술력을 확인한 정도의 단계로 어떤 방향으로 미래형 편의점을 구축할지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무인 매장은 4차산업 혁명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이의 확산이 일자리 감축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현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고 있는 터다. 이마트24 관계자는 “무인점포가 일반 가맹점에 확대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며 “지금의 무인매장은 계산업무를 무인화하는 정도로 24시간 무인 운영되는 전주교대점 같은 경우에도 인근 점포 점주가 발주를 포함한 기본적인 관리를 맡고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들의 무인시스템 도입은 또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대응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CU바이셀프가 무인편의점 도입의 단계에 있는 건 맞지만 지금으로서는 비대면 결제 실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내년에 전 점포에 도입돼도 보안이나 매장 관리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당장 아르바이트생이 줄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리아세븐 관계자는 “세븐일레븐의 무인 시스템 도입은 편의점 업무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결제 업무를 줄이고 서비스 질 향상과 쾌적한 매장관리를 도모하기 위함”이라며 “지금도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점에 보이지 않지만 직원 3명이 상주하고 있고 앞으로도 기본적인 인력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최저시급 인상에 고민하던 편의점 점주들은 일단은 기대하고 있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편의점 점주는 “야간만이라도 무인 운영해도 점주 입장에서는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다만 인오피스 상권은 몰라도 뜨내기 고객이 많은 편의점의 경우 도난 문제를 우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편의점주는 “셀프 주유소가 그러하듯 무인 편의점 시스템은 단순히 결제업무만 대체해줄 뿐 매장관리나 보안 때문에 상주하는 직원은 어차피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들은 무인 편의점 도입을 위해 가장 보완해야 할 점을 ‘보안’으로 꼽는다. 미성년자 여부를 파악해야 하는 담배와 주류 판매도 지금의 무인시스템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마트24는 무인으로 운영되는 저녁 시간대에는 담배와 주류를 판매하지 않으며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점에서도 주류는 무인 판매하지 않는다. 코리아세븐 관계자는 “사후 대책 성격이 강한 CCTV는 현실적으로 근본적인 보안 대책이 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