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이든 아니든 엘리제궁 밖에선 ‘끄덕끄덕’
▲ 최근 맞바람설이 돌고 있는 사르코지 부부. ‘남자 킬러’로 소문난 브루니가 바람을 피우자 사르코지가 맞바람을 피웠다는 게 소문의 골자다. 사진은 러시아 대통령 부부를 만나러 만찬장으로 향하는 사르코지 부부. 연합뉴스 | ||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55)과 카를라 브루니(43) 부부가 ‘맞바람’을 피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떠들썩하다. 요컨대 브루니가 여섯 살 연하의 인기 샹송가수인 벵자멩 비올레(37)와 사랑에 빠지자 질투심을 느낀 사르코지가 샹탈 주아노 생태환경부 장관(40)과 맞바람을 피웠다는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처음 불거진 이런 소문은 순식간에 프랑스를 넘어 유럽과 미국의 누리꾼들에게까지 급속도로 확산됐고, 결국 몇몇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커다란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이번 스캔들에는 기존의 스캔들과는 다른 몇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 부부의 불화설을 처음 제기한 곳이 신문이나 주간지 등 일반 언론이 아닌 단문 송수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사이트인 ‘트위터’였다는 점, 그리고 그런 까닭에서인지 진위 여부가 어느 때보다도 불투명하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이밖에도 사르코지의 구겨진 체면을 위해서 주아노 장관이 억울하게 희생(?) 당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어 또 다른 의혹을 낳고 있다.
“브루니가 비올레와 사랑에 빠졌다.” “질투심에 사로잡힌 사르코지가 주아노의 품에 안겨 위로를 받았다.”
지난 2월 말~3월 초부터 트위터를 통해 전파되기 시작한 단문들이다. 휴대전화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문장을 전송할 수 있는 트위터의 편리성 때문에 이런 소문은 삽시간에 인터넷을 통해 번져 나갔다.
그리고 얼마 후 프랑스의 웹매거진 ‘수샤블로그닷컴(suchablog.com)’이 트위터를 통해 떠돌던 소문들에 몇 가지 구체적인 정황을 덧붙여서 정리한 글을 올렸다. 즉 브루니와 비올레는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는 친한 사이며, 최근 들어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또한 실력 있는 가수이자 음반 제작자 겸 작곡가인 비올레는 2008년 발매된 브루니의 3집 앨범 제작에 참여한 바 있으며, 최근 브루니의 소속사인 ‘나이브’로 이적하면서 더욱 가까워졌다고도 했다. 게다가 얼마 전부터는 파리에 있는 비올레의 아파트에서 비밀리에 동거를 시작했다는 다소 충격적인 주장도 덧붙였다.
그리고 곧 프랑스 주간신문인 <르 주르날 뒤 디망슈>가 언론사로서는 처음으로 사르코지 부부의 불화설을 보도하기에 이르렀다. 신문사의 홈페이지에 보도된 기사 내용에 따르면 브루니와 비올레는 지난 2월 태국으로 밀월여행을 떠났으며, 이에 화가 폭발한 사르코지가 브루니에게 전화를 걸어 “당장 돌아오라!”며 역정을 냈다. 당시 사르코지는 태국으로 직접 제트기까지 보냈으며, 브루니는 할 수 없이 일정을 앞당겨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이런 불화설은 프랑스판 <야후>, <르 포스트> 등을 통해 빠른 속도로 계속해서 퍼졌다. 뉴스 채널 <아이텔레>는 “비올레가 가수로서는 최고의 영예인 ‘빅투와르 드 라 뮤지크’ 상을 수상한 날 브루니로부터 가장 먼저 축하 전화를 받았다”고도 보도했다.
그렇다면 불과 며칠 만에 프랑스는 물론 온 유럽을 떠들썩하게 만든 이 스캔들은 사실일까. 처음 스캔들을 전해들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었다. 아닌 게 아니라 결혼할 때부터 “둘은 얼마 안 가 헤어질 것”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이었던 데다 결혼 후에도 이미 여러 차례 위태로운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에서는 둘의 결혼생활은 사르코지가 대통령으로 재직하는 동안에만 유지될 것이라고 점치기도 했다.
사실 지난 2년 동안 사르코지 부부의 일거수일투족은 늘 언론의 관심 대상이었다. 조금만 수상한 점이 보여도 온갖 추측이 쏟아져 나왔다. 가령 브루니가 높은 굽의 하이힐을 신고 나타나면 분명히 심기가 불편한 것이라고 추측했다. 사르코지보다 한 뼘 정도 키가 큰 브루니가 일부러 이런 식으로 사르코지에게 시위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이렇게 둘의 관계를 의심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둘 다 과거 이성편력이 심했던 데다 이미 외도까지 저지른 전력들이 있기 때문이다. 사르코지는 두 번째 부인이었던 세실리아도 불륜으로 만났고, 세실리아와 결혼한 상태에서도 한 차례 맞바람을 피웠던 적이 있다. 브루니 역시 ‘남자 킬러’라는 별명을 얻었을 만큼 바람둥이였으며, 몇 차례 불륜을 저질러서 지탄을 받은 바 있다.
또한 평소 “일부일처제는 따분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던 브루니의 가치관도 사르코지 부부의 관계를 위태롭게 보이게 했다. 실제 2007년 <마담 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브루니는 “나는 일부일처제보다 일부다처제 혹은 일처다부제를 더 선호한다”고 솔직하게 말한 바 있다. 스캔들이 터지기 전에 가졌던 영국 <스카이 TV>와의 인터뷰에서도 그녀는 “나 또한 결혼생활이란 게 영원히 지속되길 원한다. 하지만 그건 희망사항일 뿐이다. 우리는 내일 당장 죽을 수도 있지 않나”라는 모호한 말을 하기도 했다.
사르코지 부부의 불화설이 점점 구체화되기 시작한 건 올해 초부터였다. 한 인터뷰에서 “남편이 2012년 재선에 도전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브루니는 “아내로서 한 번으로 족하다”고 대답했다. 아니나 다를까 브루니의 이 발언에 대해 사람들은 ‘브루니가 엘리제궁의 생활에 싫증을 느끼기 시작했다’며 부부 사이에 문제가 있다고 수군댔다.
▲ 샹탈 주아노, 벵자멩 비올레 | ||
이번 스캔들이 터지자 사르코지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던 것은 물론이었다. 영국을 방문해서 가진 기자회견장에서 스캔들과 관련된 질문을 받은 사르코지는 “그런 쓸데없는 질문에 답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며 기자에게 면박을 줬다.
비올레와 주아노 측 역시 스캔들에 대해 강력히 부인하면서 “근거 없는 악의적 소문을 퍼뜨린 사람들을 고소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스캔들은 다른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스캔들 전부가, 혹은 일부가 조작됐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진위 여부 자체에 관심이 모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프랑스의 주간지 <렉스프레스>는 이번 스캔들이 터무니 없는 거짓말일 수 있다고 말하면서 한 젊은 수습기자의 호기심에서 비롯된 어처구니 없는 해프닝일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즉 한 수습기자가 뜬소문이 인터넷에서 주류 언론까지 퍼지는 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장난삼아 지어낸 소문이 그만 사실인 양 순식간에 인터넷에 퍼져버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렉스프레스>는 “거짓말이라는 주장 역시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무엇이 진실인지는 여전히 아리송하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한편 영국 <텔레그래프> 기자인 토비 영은 색다른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서 적어도 브루니-비올레 스캔들은 사실일지 몰라도 사르코지-주아노 스캔들은 어쩐지 믿기 어렵다며 강한 의혹을 나타냈다. 즉 아내에게 버림받은 사르코지가 구겨진 체면을 세우기 위해서 일부러 맞바람 스캔들을 조작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영은 사르코지가 이미 수개월 전부터 브루니의 외도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곧 염문설이 터질 것을 눈치 채고는 대외언론 담당자의 충고에 따라 맞바람 스캔들을 만들어냈다고 주장했다. 이유는 프랑스 국민들에게 아내가 바람난 못난 남자라는 인상보다는 맞바람을 피는 강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였다는 것이다. 이에 사르코지의 명령(?)에 따라 주아노가 총알받이가 되어준 것이며, 결국 세 아이의 자녀이자 유부녀인 주아노만 스캔들에 불쌍하게 희생당했다는 것이다.
놀랍게도 비슷한 예는 예전에도 있었다. 과거 내무부 장관 시절 아내였던 세실리아가 이벤트 기획가와 바람을 피우자 사르코지는 보란 듯이 <르 피가로>의 여기자인 안네 풀다와 맞바람을 피웠다. 어쩌면 그때에도 비슷한 이유에서, 혹은 세실리아의 질투심을 유발해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 일부러 맞바람을 피웠던 것일 수도 있는 것이다.
한편 사르코지 부부의 이번 염문설을 지켜보는 프랑스 사람들의 반응은 다른 나라들이 호들갑을 떠는 데 비해 오히려 시큰둥한 편이다. 과거 미테랑 대통령에게 사생아가 있다는 사실이 20년 만에 처음 밝혀졌을 때에도 “어디까지나 사생활일 뿐”이라면서 별로 개의치 않았던 것과 비슷한 맥락에서다.
프랑스 대중은 유명인에 대한 지나친 사생활 보도에 대해서 무관심할뿐더러 거부감까지 갖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정치인들에 대해 관대한 편인데, 이는 정치인이라면 사적인 생활로 평가받을 것이 아니라 업무로서 평가받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다시 말해서 대통령의 사생활보다는 그가 내놓는 정책에 더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사실 이번 스캔들이 인터넷을 통해 처음 번지기 시작한 것도 어쩌면 이런 이유에서일지 모른다. 언론이 다루지 않으니 자연히 인터넷을 통해 암암리에 번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는 엘리제궁 담 너머로 흘러나가지 않았을 이야기들이 이제는 인터넷이라는 날개를 달고 담 너머, 그리고 국경까지 넘고 있는 것이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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