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 출석해 증인선서를 하고 있는 재벌 총수들. (왼쪽부터) 구본무 LG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사진공동취재단
공정거래위원회는 27일 이러한 내용이 담긴 ‘2017년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을 발표했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대기업 오너가 적은 지분으로 계열사 전체를 지배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계열사들끼리 주식을 소유하는 행위가 금지된 기업집단을 말하는데, 공정위는 현황 정보를 매년 공개하고 있다. 올해 분석 대상은 26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소속회사 1058개다.
공정위 분석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21개 대기업 계열사 955개 가운데 총수 일가가 1명 이상 이사로 등재된 비율은 17.3%(165개)로 전년보다 0.5%p 줄었다. 특히 2012년 27.2%에서 해마다 떨어지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등기이사로서 경영에 따른 책임을 지는 총수 일가가 적어진다는 의미다. 총수일가가 등기임원을 맡지 않으면, 경영권은 행사하면서 법적인 책임은 지지 않는다. ‘책임 경영’에서 점차 멀어지는 모습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반면 지배구조의 정점인 지주회사는 총수일가(69.2%)나 총수(38.5%)가 이사로 등재된 비율이 높았다. 주로 덩치가 크고 이익이 많이 나는, 이른바 알짜회사에 이사로 이름을 올리며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오너가 있는 대기업의 계열사 가운데 96개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총수 일가 지분율이 30% 이상인 상장회사 혹은 20% 이상인 비상장회사)에서 총수 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 비율은 49.0%(47개)였다. 13.7%의 비규제대상회사나 전체 평균인 17.3%보다 월등히 높았다.
또한 자산 규모 2조 원 이상의 이른바 ‘주력회사’에 총수 일가가 이사로 등재한 비율도 45.1%(82개사 가운데 37개사)로 전체 평균(17.3%)을 크게 웃돌았다.
한편 대기업의 사외이사는 여전히 거수기 역할을 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대기업의 169개 상장회사 이사회가 처리한 4361개 안건의 결과를 보면 사외이사의 반대 등으로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안건은 17건(0.38%)에 불과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