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지 않은데, 돈 더 벌면 뭐하나’…삶의 질, 직업 안정성 중시 분위기
취업 전문가들은 이러한 결과가 ‘워라밸(work & life balance)’과 직업적 안정성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에 기인한다고 분석한다. 워라밸은 일과 생활의 균형을 유지한다는 의미로 최근 회자되는 ‘저녁이 있는 삶’의 개념과 연결된다. 높은 연봉은 여전히 핵심적인 유인 요소지만 삶의 질도 이에 못지않게 구직을 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또 전통적으로 구직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던 한국전력 외에 국민연금공단,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15년 이후 본격적으로 상위권에 진입한 것도 안정적인 근무에 대한 수요가 점점 많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크루트 관계자는 “직업 안정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위기 속에서 여전히 공무원이나 공기업에 대한 선호는 상당히 높다“며 ”워라밸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기업의 직원복지가 중요한 잣대가 되고 있는데, 카카오와 같은 젊은 기업의 인기는 이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재계순위에 비해 구직자 선호도 조사에서 낮은 평가를 받은 한 대기업 직원은 “(우리 회사는) 대기업 중에서 연봉도 짠 편인 데다 일 많고 군대식 보수적 기업문화로 업계와 구직자들에게 소문이 났다”며 “일부 계열사는 애초에 근로계약 조건이 근로시간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고, 실제 퇴근하는 시간은 평균적으로 빠르면 오후 8시, 늦으면 오후 11시”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정부 정책에 맞춰 대기업 직원들의 야간근무가 줄어드는 분위기지만 이 역시 부서마다 차이가 크다. 앞의 대기업 직원은 “그룹에서 초과근무 제한 방책을 내놓았지만 혜택을 받는 건 결국 할 일이 별로 없는 한가한 부서”라고 털어놨다. 다른 대기업 직원은 “회사에 초과근무 제한 제도가 있고 실제로 업무 시간이 자유로운 부서도 있지만 결국 부서장 마음대로”라며 “영업직은 아무래도 어느 회사나 업무 강도가 여전히 센 편”이라고 말했다.
구직자들의 기업 선호도 조사가 기업의 실제 근무 여건을 반영하기보다 사실상 ‘이미지 평가’에 가깝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2014년 인크루트 기업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그해 12월 터진 땅콩회항 사건 이후 경쟁사인 아시아나항공에 선호도에서 밀렸다. 올해는 같은 선호도 조사에서 아예 10위권 밖으로 떨어졌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재계 순위를 떠나 홍보 마케팅을 통해 구직자에게 유연한 조직문화 이미지를 어필한 기업은 확실히 선호도가 높다“며 “문화 마케팅을 잘 하는 CJ E&M은 재계 순위에 비해 구직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편이고 과거 포스코도 ‘소리없이 세상을 움직인다’는 감성적이고 말랑말랑한 광고카피를 통해 구직자들의 높은 선호도를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기업에 대한 구직자들의 정보력에 한계가 있다 보니 대외적으로 알려진 이미지만 보고 입사했다가 후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 대기업의 전 직원은 “한류나 문화 부문에서 강점이 있는 기업으로 매스컴에 많이 나와 구직자들에게 인기가 많았고 실제로도 업계의 발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를 듣고 입사를 했다”며 “하지만 막상 일해 보니 현실은 혹독한 업무와 그에 비해 적은 연봉이었다. 환상만 보고 들어온 사람은 도저히 버티기 힘든 구조였다”고 토로했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ilyo.co.kr
삼성전자 최대 강점은 역시 성과급! 연초엔 사옥 근처 수입차 딜러들이 쫙~ 구직자들이나 취준생들에게 삼성전자가 인기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높은 연봉이다. 2016년 기준 직원 1인 평균 연봉이 제일 높은 회사는 역시 삼성전자로 1억 700만 원이다. 2위 현대자동차의 9400만 원보다 1300만 원이 높으며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직원들이 평균 억대 연봉을 받는다. 그러나 기본급이나 계약상 연봉만 따지면 삼성전자의 연봉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의 ‘억대 연봉’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이른바 ‘성과급상여금’이다. 삼성에서 지급하는 성과급은 크게 ‘PI(생산성격려금·Productivity Incentive)’, ‘PS(이익분배제·Profit Sharing)’로 나뉜다. 일단 연말 격려금 개념인 PI는 보통 월급의 100% 정도가 지급된다. 삼성맨들이 진짜 기다리는 건 PS다. 삼성전자의 상여금 PS는 1월 말이나 2월 초에 지급되는데 성과에 따라 최대 연봉의 50%에 이른다. 다만 실적이 부진한 부서의 직원에게는 이의 절반 정도가 지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그룹 한 관계자는 “대리, 과장급은 PS를 평균 4000만 원에서 6000만 원까지 받고 있는 걸로 안다”며 “소문처럼 PS가 지급되는 1~2월에는 매년 사옥 근처에 수입차 딜러들이 모이는 것이 사실이고, PS가 어쩌다 한 번 나오면 몰라도 매년 나오다 보니 실제로 이를 구매하는 직원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삼성은 근무환경 개선 명목으로 그룹 차원에서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부서마다 상황은 천차만별이다. 삼성전자는 2009년 ‘자율출근제’를 도입한 데 이어 2015년에는 하루 4시간 이상, 주 40시간 이상 근무하면 자유롭게 출퇴근할 수 있는 ‘자율출퇴근제’를 실시하고 있다. 다만 일부 사업부는 아직 자율출퇴근제를 실시하지 않으며 2018년 초에 도입될 예정으로 알려진다. 삼성전자 한 직원은 “자율출퇴근제 도입 이후에도 분위기상 대부분 직원이 타 회사와 마찬가지로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6시에 퇴근하는 일정을 고수하고 있다”며 “아무래도 잘 알려진 기업이다 보니 정부의 정책을 빠르게 따르지만 야근 등 부서별로 제도를 적용하는 방법이 상당히 다르다’고 말했다. [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