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이승훈·심석희 메달 전망…스켈레톤·봅슬레이 등 설상 불모지에도 금빛 신호 반짝반짝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메달획득이 가장 유력한 여자 쇼트트랙 최민정-심석희. 연합뉴스
[일요신문] 2018년은 대한민국에서 30년 만에 다시 올림픽이 열리는 해다. 지난 1988년 서울에서 하계올림픽을 개최한 이후 강원도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리게 됐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하계올림픽과 동계올림픽을 모두 개최한 세계 8번째 나라가 됐다.
대회의 성패에 성적이 빠질 수 없다. 1988 서울 올림픽 또한 대한민국 선수단의 성과가 있었기에 성공적인 대회로 기억에 남을 수 있었다. 이번 대표팀은 금메달 8개, 은메달 4개, 동메달 8개로 종합 4위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일요신문>에서는 2018년 새해를 맞아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메달 전망을 짚어봤다.
#전통적 강세 빙상 종목
대한민국은 지난 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 이후 빠지지 않고 올림픽 메달을 획득해왔다. 지난 2014년 소치 대회까지 동계올림픽에서 획득한 메달은 총 53개에 달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메달획득은 불균형의 극단을 달리고 있다. 획득한 53개의 메달 전부가 얼음판 위에서 열리는 빙상종목에 쏠려있다.
53개의 메달 중 42개가 전통의 ‘메달밭’ 쇼트트랙에서 나왔다. 대한민국 동계올림픽의 역사는 쇼트트랙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그간 김기훈, 전이경, 김동성, 안현수, 박승희 등 쇼트트랙 스타들을 끊임없이 배출해왔다. 이번 대회 역시 쇼트트랙은 가장 많은 메달이 기대되는 종목이다.
여자 종목에서는 지난 대회 금, 은, 동을 각 1개씩 획득했던 심석희가 건재하다. 이에 더해 최민정이라는 새로운 슈퍼스타가 소치 올림픽 이후부터 등장, 심석희와 함께 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여자 쇼트트랙 4개 종목에서 최소 2개 금메달을 노리고 있는 대표팀이 가장 경계할 부분은 다름 아닌 ‘반칙’이다. 큰 이변이 없는 한 대회를 석권해온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때때로 벌어지는 상대의 반칙에 울었다. 지난 11월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국제빙상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에서 3000m 계주 금메달 획득에 실패한 이유도 중국의 반칙이었다. 당시 대표팀은 중국 선수와 충돌해 4위로 경기를 마쳤지만 중국이 실격 처리되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 무대에서는 상대 반칙에 대비해 능동적인 경기 운영이 필요하다.
승승장구했던 여자 대표팀과 달리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지난 소치 대회에서 눈물을 흘렸다. 부진이 겹치며 단 한 개의 메달도 따내지 못했다.
하지만 남자 대표팀은 지난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서도 노메달 수모 이후 다음 대회인 토리노에서 금메달 3개 포함, 6개의 메달을 따낸 바 있다. 이번 대회에는 황대헌, 임효준, 서이라, 곽윤기 등이 설욕에 나선다. 특히 ‘고교 스케이터’ 황대헌은 전 종목에서 세계랭킹 5위 이내에 들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상화-이승훈-모태범이 화려하게 등장한 지난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이후 스피드 스케이팅도 대한민국의 효자종목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같은 또래인 이들은 이번 대회에서도 대표팀 주축으로 나선다.
대한민국 스피드 스케이팅 대표팀 최고 스타 이승훈-이상화. 연합뉴스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 500m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이상화는 디펜딩 챔피언이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도전자의 자세로 나선다. 지난 4년간 여자 500m 최강자 자리는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가 차지했다. 고다이라는 ‘여제’ 이상화가 부상으로 신음하는 사이 독주를 이어갔다. 이상화의 세계기록(36초 36)도 넘보고 있다.
고다이라는 이번 시즌 월드컵 4차까지 전 대회를 석권했다. 이상화는 컨디션을 되찾은 이후로도 번번이 고다이라를 넘지 못하고 2위에 그쳤다. 지난 12월 10일 마지막으로 치러진 대회에서 이상화는 고다이라에 0.25초 차이까지 추격했다. 오는 2월 평창 올림픽이 이들의 최종 맞대결이 될 전망이다.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스타 이승훈은 3번째로 참가하는 올림픽에서 각기 다른 종목에서 메달 획득을 꿈꾼다. 이승훈은 밴쿠버에서 10000m 금메달, 소치에서 팀추월 은메달을 차지했다. 평창에서는 매스스타트 종목에 나선다. 첫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된 매스스타트에서 역사상 첫 메달을 목에 걸겠다는 목표로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같은 쇼트트랙 선수 출신 스피드 스케이터로 ‘이승훈 닮은꼴’ 김보름은 여자 매스스타트 종목에서 메달을 노린다.
컬링 또한 메달 획득 유력 종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 남녀 컬링 대표팀은 지난 11월 열린 아시아태평양 컬링선수권 대회에서 동반 우승을 치자해 평창에서의 메달 전망을 밝혔다. 여자 대표팀은 이 대회에서 전승 우승으로 2연패를 달성했고 남자팀은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올림픽 컬링에는 남자, 여자, 혼성 등 3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남녀 아이스하키 대표팀도 기대를 받고 있는 팀 중 하나다. 아이스하키는 특히나 강국과 약소국 사이에 전력차가 뚜렷한 종목이다. 대한민국은 그간 아이스하키에서 올림픽 본선에 출전조차 한 이력이 없다.
하지만 귀화선수 영입 등 수년간의 노력 끝에 세계에서 주목할 만한 수준까지 대표팀을 끌어올렸다. 남자 대표팀은 지난 4월 역사상 최초로 세계선수권 1부리그 승격을 이뤄냈다. 최근 세계 최강 캐나다와의 평가전에서는 4-2로 패했지만 대등하게 겨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여자 대표팀도 지난 4월 세계선수권 디비전 2그룹 A 대회에서 전승 우승으로 상위리그 승격을 이뤄냈다.
남녀 대표팀 모두 놀라운 발전을 이뤄냈지만 아직까지 세계무대와는 격차가 존재한다. 현실적으로 메달 획득은 어려우리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남녀 대표팀 감독 모두 “조별 예선만 통과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결의를 다지고 있다. 북미 아이스하키리그(NHL) 소속 스타들의 대회 불참 소식도 대표팀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사상 최초 메달 노리는 설상종목
빙상종목이 53개의 메달을 가져오는 동안 설상종목은 역대 단 한 개의 매달도 목에 걸지 못했다. 그간 우리나라는 설상종목에서는 사실상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가 확정되자 각 종목의 선수들과 경기단체들은 ‘이대로 대회를 치를 순 없다’는 긴장감이 팽배했다. 각 종목 단체는 유망주 발굴에 매진했고 일부 종목에서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이들은 썰매 종목의 선수들이다. 봅슬레이 대표팀의 원윤종-서영우는 세계랭킹 1위에도 오르며 유명세를 떨쳤다. 이들은 한때 순위가 하락하며 숨고르기에 들어가기도 했지만 본게임인 올림픽에서 충분히 ‘사고’를 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봅슬레이 대표팀 원윤종-서영우의 경기 장면. 연합뉴스
스켈레톤의 윤성빈은 이들보다도 꾸준한 성적을 내고 있는 금메달 후보다. 2016-2017 시즌 들어 세계랭킹 1위에 오르기 시작한 그는 꾸준히 최상위권에서 경쟁해왔다. 올 시즌에는 다섯 번의 월드컵에서 금메달 3개와 은메달 2개를 획득했다. 올림픽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그의 신체도 더욱 단단해지고 있다.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엎드려서 타는 썰매 종목인 루지에서 독일 출신 아일린 프리쉐도 메달 기대주 중 한 명이다. 빠른 스타트 동작이 중요한 봅슬레이나 스켈레톤과는 달리 루지는 ‘조종’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어릴 적부터 익힌 기본기가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에 대한루지경기연맹은 주니어월드컵 대회 1위를 석권한 바 있는 프리쉐 귀화를 추진했다. 그는 지난 12월 23일 <국민일보>보도에 의해 공개된 문화체육관광부의 ‘올림픽 성적 및 기대선수 현황’자료에도 이상화, 이승훈, 심석희 등 스타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바이애슬론도 귀화 선수로 메달 획득을 노리는 종목이다. 크로스컨트리와 사격이 접목된 종목인 바이애슬론 대표팀에는 러시아 출신 선수들이 뛰고 있다. 티모페이 랍신, 안나 프롤리나, 예카테리나 에바쿠모바 등은 ‘제2의 조국’ 대한민국의 메달 획득과 바이애슬론 홍보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이들은 월드컵, 세계선수권 등 각종 대회에서 연일 한국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특히 티모페이는 자신이 “러시아 대표팀 내 코치들의 파벌싸움으로 대표팀에서 밀려났다”고 주장해 ‘한국의 빅토르안(안현수)’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프리스타일 스키, 스노보드 등 척박한 국내환경 속에서도 세계랭킹 상위권을 차지하며 메달 전망을 밝게 하는 이들도 있다.
어린 시절 배추밭에서 훈련을 했다는 일화에 ‘배추보이’라는 별명이 붙은 스노보더 이상호는 설상종목 메달 기대주 1순위로 꼽힌다. 이상호가 출전하는 스노보드 알파인 종목은 16강부터 토너먼트가 펼쳐진다. 생애 첫 올림픽에 나서는 이상호의 ‘깜짝 활약’을 충분히 기대해 볼만 하다.
프리스타일 스키 모굴에 나서는 최재우도 스키 종목의 희망이다. 그는 지난 2016년에 비해 최근 세계랭킹이 소폭 하락했다. 하지만 이는 기계체조 스타 양학선의 ‘양1·양2’와 같이 자신만의 기술을 개발하며 시행착오를 겪은 탓이다. 기술 연마를 마친 최재우의 시선은 평창을 향해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푸른 눈의 태극전사’ 귀화 사연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많은 수의 귀화 선수들이 활약을 예고해 관심을 받고 있다. 이들을 두고 ‘성적 지상주의’라는 비판과 ‘종목 발전 앞당기는 계기’라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지만 단기간 성적을 내는 방법이라는 데에서는 이견이 없다. 이번 대회에는 19명의 귀화 선수가 태극마크를 달고 뛸 예정이다. 이들은 저마다 각각의 사연을 안고 제2의 조국을 위해 연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귀화선수가 가장 많이 몰린 종목은 아이스하키다. 아이스하키 팀의 지속되는 성과에 일부에선 “푸른 눈의 외국인들이 올린 성과”라는 비아냥거림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스하키는 당장의 성적만 보고 외국인들을 귀화시킨 것은 아니다. 남자 대표팀에는 7명의 귀화선수가 합류해 있다. 이들은 모두 국내 실업팀 소속으로 다년간 활약했던 선수들이다. 팀 스포츠인 아이스하키는 무엇보다 팀워크가 중요한 종목이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이 같은 점을 고려해 한국 선수들과 손발을 맞춘 경험이 있고 한국 문화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있는 선수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협회 관계자도 “우리가 성적만을 원했으면 NHL에 있는 톱클래스 선수들을 돈 주고 데려왔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실업팀이 없는 여자 선수들의 경우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활약하는 교포나 입양아 출신 선수들을 데려왔다. 여자 대표팀 또한 문화적 차이로 인한 팀워크 저하를 최소화했다. 이 같은 남녀 대표팀의 차이는 명단만을 확인해도 알 수 있다. 남자 대표팀의 귀화선수들은 여전히 맷 달튼, 브락 라던스키 등 외국 이름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지만 여자 대표팀은 임진경, 박윤정, 박은정 등 한국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루지와 바이애슬론 등 단기간 집중과 투자로 성적을 내기 어려운 종목도 외국인 선수의 귀화를 추진했다. 이들은 ‘대회가 끝나면 본국으로 돌아가 버릴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와 달리 각 종목의 대한민국 내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루지의 아일린 프리쉐는 1992년생의 젊은 선수 임에도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했다. 평창 대회 이후로도 대한민국 유망주 육성에 힘쓸 것을 약속했다. 이국적 외모에도 걸쭉한 부산 사투리로 화제를 모은 크로스컨트리 스타 김마그너스는 이중국적을 보유한 상태에서 한국국적을 선택한 케이스다. 노르웨이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란 그는 동계 스포츠 다방면에서 재능을 보였다. ‘쇼트트랙 전설’ 전이경에게 스케이트를 배우기도 했다. 여러 종목에서 두각을 드러낸 그에게 각 종목에서 구애가 쏟아졌고 그는 최종적으로 대한민국 국적과 함께 크로스컨트리를 선택했다. 1998년생으로 2018년 한국나이 21세가 되는 그는 평창 대회는 물론 2020 베이징 동계올림픽까지 바라보고 있는 유망주다. [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