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썽꾼 머리속에 ‘대통령꿈’ 둥실
▲ 은퇴한 스모계 문제아 아사쇼류가 앞으로 어떤 길을 걷게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연합뉴스 | ||
아사쇼류가 지난 3월 11일 요코즈나의 신분을 벗고 모국인 몽골 땅을 밟았다. 일본에서는 소동을 일으켜 은퇴한 스모협회의 골칫덩이지만 조국에서는 국민적 영웅이었다. 국빈급 환영을 받은 그는 수많은 취재진들이 몰려든 기자회견장에서 그간의 심정을 털어놓았다. 그러나 일본 스모협회는 자신들에 대해 불평불만을 말하는 아사쇼류의 기자회견 내용에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문제가 된 발언은 “어쩔 수 없이 은퇴했다”, “스모협회는 규칙이 엄격해 마음에 들지 않는 요구들도 많았다”, “(폭행사건 문제는) 남자들끼리 말다툼을 한 것뿐이다. 폭행은 일절 없었다”, “나를 그만두게 하려는 사람들이 있었다” 등이다. 일본 은퇴회견에서 “많은 분들에게 폐를 끼쳤다”며 정중히 사과하고 반성하는 모습과 백팔십도 달랐다.
몽골의 한 저널리스트는 “아사쇼류가 최다 우승기록을 경신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스모협회가 압력을 가했다는 논란이 가장 컸다. 몽골 국민들 입장에선 은퇴 후 귀국을 하면 본인에게서 폭행사건에 대한 진실을 듣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즉 아사쇼류가 몽골의 국민적 영웅으로 계속 있기 위해서는 그에게 죄가 있어 그만뒀다는 것을 인정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고 말했다. 아사쇼류가 말한 ‘나를 그만두게 하려는 자들’은 맨 처음 은퇴 권고를 했던 일본스모협회 이사장 자문기관 사람들이다.
스모협회 이사장은 아사쇼류의 발언에 대해 “지금에 와서 무슨 말을 하든 소용없다.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인정했고, 책임을 지고 그만둔 것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스모협회 관계자인 사와무라 역시 “그처럼 관중의 마음을 휘어잡은 선수는 드물었고, 그래서 협회에서도 그를 조심스럽게 대해왔다. 해고가 아닌 은퇴라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요코즈나로서의 지위와 체면을 해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협회가 까다롭다고 말했다지만 우리들로선 충분히 그를 대우했다”라고 억울한 마음을 표했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총 25차례 우승을 거두며 최고의 명예와 인기를 손에 쥐었던 그가 앞으로 무슨 일을 하게 될지에 대해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지금 가장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높은 것은 아사쇼류가 사업가로 변신하는 것이다. 그가 공로금과 퇴직금으로 받은 돈은 약 43억 원. 거기에 그동안 그가 요코즈나로서 받아온 월급과 상여금도 상당한 금액이다. 몽골에서 그의 가족이 경영하는 ASA그룹은 금융과 외식사업까지 영역을 확장한 상태다. 따라서 그가 당장 하게 될 일이 그룹의 경영일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다.
현재 몽골에서 국회의원이자 대통령보좌관의 지위에 올라있는 그는 아사쇼류의 귀국회견 뒤 “본인이 폭행혐의를 부인하는 데도 은퇴시킨 것은 이지메와 다름없다. 우리들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정식문서로 협회에 따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사쇼류와 교쿠슈잔의 관계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지인은 “이 발언이 아사쇼류에 대해 강한 지지를 표현한 듯하지만, 사실 전혀 다른 의도가 숨겨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에서 이미 은퇴를 당했는데 몽골에서 협회에 문서로 항의를 표시하면 관계가 악화될 뿐이다. 귀국회견을 계기로 아사쇼류와 스모협회의 사건을 더욱 심화시키려고 하는 것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교쿠슈잔은 아사쇼류의 폭행사건을 나쁜 예로 남기기 위해 몽골스모에서도 처벌을 받은 선수의 시합출장을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 중에 있다. 아사쇼류의 편인 척하는 그의 연기”라고 해석했다.
사실 아사쇼류와 교쿠슈잔은 현역시절부터 함께 훈련하고 시합해온 사이다. 성적은 아사쇼류가 위에 있지만 교쿠슈잔은 몽골인 스모선수의 선구자적인 인물로 몽골에서의 인기는 아사쇼류 못지않다. 7년 전, 아사쇼류가 교쿠슈잔의 머리카락을 잡아 반칙패를 한 뒤, 지도실에서 작은 싸움이 일어났고 지도실에서 나온 아사쇼류가 교쿠슈잔 자동차의 거울을 부숴버린 사건은 지금까지도 회자될 정도로 유명한 이야기다.
그는 “두 사람 모두 몽골에서 재벌그룹의 후계자로 사업가적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정치적인 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몽골 대통령선거 당시, 아사쇼류는 당시의 대통령이던 인민혁명당의 엥흐바야르를 지지했다. 반면 교쿠슈잔은 현 대통령인 민주당 엘벡도르지 편을 들었다. 대통령이 아사쇼류 귀국 다음날 만남을 거부한 것도 대통령보좌관인 교쿠슈잔의 음모라는 소문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사쇼류가 정치가로 변모하기 위해 문제시 되는 것은 따로 있는 듯하다. 몽골 사정에 밝은 삿포로국제대학의 마츠다 교수는 “아사쇼류는 정치가를 꿈꾸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높은 학력이 필요하다. 교쿠슈잔은 현재 와세다대 통신과정을 이수 중이다. 아사쇼류 역시 해외대학 진학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교쿠슈잔은 국회의원 초선이기 때문에 아사쇼류가 다음 선거부터 국회의원이 된다고 가정하면 충분히 그를 추월할 수 있다. 몽골에서는 국회의원에서 대신, 당수, 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된다. 둘 중 누가 먼저 대신이 될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현재 모국에서는 교쿠슈잔과의 영역다툼이 시작됐고, 일본에서는 아직 폭행사건에 대한 경찰의 조사가 진행 중이다. 스모판에선 승리의 연속이었던 그가 사회로 들어가서도 성공의 기쁨을 맛볼 수 있을지 앞으로 그의 행로가 주목된다.
김지혜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