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굵직한 대회 많아…첫 경기 포커스 맞추고 준비”
대한민국 여자축구 대표팀 미드필더 이민아. 최준필 기자
[일요신문] 대한민국 여자축구대표팀 미드필더 이민아는 지난 2017년 ‘여자축구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국가대표팀에서 주축으로 자리 잡았고, WK리그에서는 인천현대제철 소속으로 28경기에서 14골 10골로 각 부문 2위에 랭크됐다. 그간의 대표팀과 소속팀에서의 활약을 인정받아 생애 첫 해외 무대 진출도 확정지었다. 일본 여자 실업리그 고베 아이낙 합류를 앞두고 있는 이민아를 <일요신문>이 만나봤다. 인터뷰는 지난 4일 서울 강남의 한 스포츠센터에서 진행된 그의 용품 스폰서 광고 촬영 현장에서 진행됐다.
이민아는 어느 때보다 바쁜 연말연시를 보냈다. 연말 시상식에 단골손님으로 나섰고 각종 행사에서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날 저녁에도 ‘축구사랑 나눔의 밤’ 행사에서 대한축구협회가 설립한 축구사랑나눔재단 홍보대사에 여자축구선수 대표로 위촉됐다. 아침 7시부터 시작된 광고 촬영에 이은 강행군이었다. 그는 “매일 바쁜 것보다는 일정이 하루에 몰린 것도 나쁘지 않다”며 웃었다.
제 3회 축구사랑 나눔의 밤 행사에서 이근호(맨 오른쪽), 샘 해밍턴(맨 왼쪽)과 함께 축구사랑나눔재단 홍보대사로 위촉된 이민아. 사진=대한축구협회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열린 2017 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은 이민아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는 계기였다. 매 경기마다 그의 이름이 인터넷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오르내렸다.
믹스트존에서 질문 세례를 받는 이민아.
#생애 첫 해외 진출
이민아는 최근 일본 진출을 앞두고 준비에 한창이다. 고향집 대구에서 남은 시간을 보내다 오는 15일 부산 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그는 이번 이적에 대해 “적응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 내내 수차례 ‘적응’을 언급했다.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지 않고 승리에 도움이 되는 공격 포인트를 만들어 내고 싶다는 말뿐이었다. 팀 내 포지션이나 역할보다도 적응을 우선시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일본에 왜 왔는지, 내가 어떤 선수인지 경기장에서 확인시켜주고 싶은 마음은 있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는 첫 번째로 팀을 옮기게 됐다. 그는 지난 6년간 인천현대제철 한 팀에서만 줄곧 활약해 왔다. 이민아는 “일본이 가까운 나라지만 첫 해외 진출이라 기대도 되고 설레기도 한다. 재미있을 것 같다”는 소감을 남겼다. 이민아가 활약할 고베 아이낙은 전통적인 친한(親韓) 클럽이다. 권은솜, 조소현, 장슬기 등 대표급 선수들이 이 팀에서 뛴 바 있다. ‘지메시’ 지소연도 대학 졸업 이후 고베를 거쳐 잉글랜드로 진출했다. 그런 고베가 이민아도 오랫동안 관찰해 왔다. 과거에도 그의 영입을 타진했던 경험이 있다. 김진후 아이낙 한국 지사장은 “민아를 이전에도 영입하려고 접촉했었다. 오랜 노력 끝에 영입하게 됐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남자 선수들도 상당수가 현재 일본에서 활약 중이다. 이민아가 향하는 고베에도 김승규(비셀 고베)가 뛰고 있으며 인근 오사카에도 오재석, 황의조(이상 감바 오사카),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등이 활약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이 이민아의 적응에 도움이 될 수 있지는 않을까. 대답은 ‘No’에 가까웠다. 이민아는 “그 선수들과 대부분 아는 사이이기는 하지만 친분이 깊지는 않다. 연말 행사에서도 만났었는데 별다른 말을 해주지는 않더라”며 웃었다.
최준필 기자
#국가대표 미드필더 이민아
이민아는 20대 초반 어린나이부터 국가대표팀에 발탁됐지만 공백기를 거쳐 2016년 전후로 다시 대표팀의 부름을 받기 시작했다. 이제는 어엿한 대표팀의 주축으로 활약했다. 그는 지난 한 해 동안 대부분의 대표팀 경기에 나섰다.
사상 최초로 평양 원정경기로 치러진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예선에서는 북한을 상대로 극적인 무승부를 따내며 본선 진출권을 거머쥐었다. 단 한 장의 티켓이 걸려있었고, 세계적 강호 북한을 원정에서 상대해야 했기에 본선 진출은 큰 성과였다. 그럼에도 이민아는 연말 동아시안컵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대표팀은 일본, 북한, 중국을 상대로 3연패를 기록하고 돌아왔다.
개인 용품 스폰서 광고 촬영을 진행중인 이민아. 최준필 기자
대회 첫 경기이자 많은 시선이 쏠리는 한일전에서 그는 활발한 공격을 펼쳤다. 1-2로 추격하는 상황에서 동점을 만드는 골을 어시스트하기도 했다.
대회 기간 중 새로운 소속팀 고베 아이낙은 이민아 영입 확정 소식으로 이슈 몰이에 힘을 더했다. 일본 현지 언론도 그를 ‘비너스’라고 부르며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는 경기 결과 외에 자신의 경기력을 냉정하게 평가했다. 그럼에도 “동아시안컵이 끝이 아니다. 올해 중요한 대회가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올해 아시안컵과 아시안게임 등 굵직한 대회를 앞두고 있다. 아시아가 세계무대에서 약체로 평가 받는 남자 축구계와 달리 여자 축구는 아시아가 정상급 기량을 과시한다. 중국, 일본, 북한 모두 전통적 강국이다. 일본은 여자 월드컵 우승 경력도 있다. 이에 이민아는 “남녀 축구 상황이 다르다는 것은 핑계”라면서 “꾸준히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펼쳐질 대회에서 첫 경기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무조건 우승이면 좋겠지만 최대한 높은 곳까지 올라가려면 대회 첫 경기가 중요하다. 첫 경기에 많은 포커스를 맞추고 준비하겠다”고 했다.
대표팀은 지난 아시안컵 예선에서도 첫 경기인 인도전에서 10-0 승리를 거두며 골득실서 유리함을 가져갈 수 있었다. 이번 아시안컵은 오는 2019년 열릴 여자 월드컵 예선을 겸하기도 한다. 상위 5팀 안에 들어야 프랑스에서 열릴 월드컵 본선에 참가할 수 있다. 한국 여자축구와 이민아는 더 큰 꿈을 향해 나갈 채비가 되어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