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측 “학사관리 실수는 인정하지만...” 피해 학생 A 씨 “등록금 마련할 때 실직 아버지께 죄송해”
성신여대 전경 사진. 학교 홈페이지 캡처
이 사건의 발단은 성신여대와 대학생 A 씨(4학년)의 갈등에서 시작됐다. A 씨는 2017년 7월부터 “졸업요건을 이미 갖췄는데도 학교가 공지를 잘못해 등록금과 취업에 피해를 보고 있다”며 수개월째 주장하고 있다. 반면 성신여대는 “학생의 실수다. 졸업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대응해 왔다.
이에 A 씨는 지난해 9월경 교육부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사건의 양상은 극으로 치달았다. 성신여대 측은 수차례 교수회의 등을 열었지만 해당 학부의 학과장(교수)과 교무처장(교수)은 A 씨와 수개월간 끊임없이 실랑이를 벌였다.
얼핏 보면 학생 개인의 ‘출석’과 ‘등록금’이 걸린 작은 사건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성신여대 측의 엉뚱한 학사관리로 인해 A 씨는 약학대학 입문 자격시험 준비를 앞두고 고초를 겪었다. 학교 측이 실수를 인정하는 과정에서 보인 행태도 심각한 수준이다. ‘대학’이라는 거대한 ‘골리앗’ 앞에서, 피해를 당한 학생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2012년 9월(2학기)부터 A 씨는 약학대학 입문 자격시험(PEET) 준비를 위해 부전공을 신청하고 일부 과목들을 수강했다. PEET 시험 준비를 위해 필요한 과정이었다. A 씨는 2016년도 2학기까지, 해당 과목 24학점을 전부 이수했다.
하지만 2017년 7월 6일 성신여대는 A 씨에게 “부전공 졸업 사정 결과, 2-4영역 학점(6학점 부족)이 미달됐다”고 통보했다. A 씨는 “2016년은 물론 2017년 3월경 등 최근까지도 조교를 통해 부전공 학점이수에 문제가 없다고 연락을 받았다. 그동안 ‘영역’과 상관없이 학점을 이수하면 졸업 요건을 충족한다고 공지를 받았다”고 항의했다.
A 씨는 아버지의 실직 때문에 추가 학기를 다닐 등록금을 마련하는 것도 어려웠다. A 씨는 곧장 B 교수(성신여대 ‘ㄱ’ 학과장)를 찾아 “부전공 학점 이수를 전부 했는데 억울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B 교수는 미안한 마음에 A 씨를 위해 인턴 일자리를 알아봐주기도 했지만 결국 A 씨는 2017년 2학기 개강 직전, 등록금 약 120만 원을 마련한 뒤 수강신청을 해야 했다.
이후 사건은 점점 커졌다. 2017년 9월 12일, A 씨는 교육부 대학정책실(대학학사제도과)에 “학교 측의 잘못된 정보 안내로 재등록하게 됐다. 시간과 비용이 발생했다. 교수와 학교 측은 책임을 회피를 하고 있다. 학교의 갑질 문제가 크다”는 내용의 민원을 제기했다.
성신여대 측의 교육부에 대한 답변서 일부 캡처.
이때부터 성신여대 측은 교수회의를 소집하면서 빠르게 움직였다. <일요신문i>가 단독 입수한 자료(성신여대가 교육부에 보낸 답변서)에 따르면, 성신여대는 “A 씨가 부전공 이수를 시작한 2012년도 2학기에 홈페이지, 졸업가이드 또는 학부 문의를 통해 졸업 세부요건을 숙지했어야 했다”며 “8학기(2016년 2학기) 수강 신청 당시 교양이 아닌 부전공 과목을 추가로 수강했어야 정상이다”고 의견을 모았다. 결국 성신여대는 부전공 과목을 영역별 학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A 씨에 대해 졸업요건의 예외 적용이 불가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2012년도 2학기 졸업 가이드북엔 졸업 세부요건이 없다. (해당 가이드북 캡처)
문제는 성신여대의 교육부 답변 내용이다. 성신여대가 책임을 ‘면피’하려 한 정황이 곳곳에서 보이기 때문이다. 학교 측 결정과 달리 2012년도 2학기 당시 화학과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졸업 세부요건에 관한 게시글이 없었다. 2012년 2학기 성신여대의 졸업 가이드북은 “부전공 이수자는 핵심 전공과 심화전공 구분 없이 24학점 이상을 이수하여야 한다”고 명시했다. 영역별 세부 요건에 대한 안내는 물론 2016년, 2017년 등 최신 졸업가이드북에도 이 같은 내용은 없다. 더구나 성신여대 학사관리 포털 시스템에선 부전공과 관련된 시행세칙 규정을 찾아볼 수 없다.
성신여대 화학과 홈페이지에는 부전공 졸업 세부요건에 관한 게시글이 없다.
또 성신여대 측은 교육부에 “학부 교수와 퇴직 조교 및 현직 조교들에게 확인한 결과 A 씨가 되묻고 확인한 사실이 없었다”며 “A 씨는 ‘학부 문의’를 통해 졸업 세부 요건을 숙지했어야 한다. 학칙에 정해진 졸업요건을 무시하고 A 씨를 우대해 졸업시킬 수는 없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성신여대의 답변을 반박할 수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 취재 결과, 앞서 B 교수는 교수 회의를 참석한 직후인 8월 21일, A 씨에게 “2016년 10월에 학과 조교가 너에게 부전공 학점 내역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통보한 점을 알고 있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B 교수는 9월 15일 A 씨와의 만남에서 ”학부 행정은 조교가 거의 다 한다. 조교가 작년 10월에 문자 보낸 것은 조교가 잘못 보낸 것이 맞다. 얘기 듣고 황당해서 퇴직한 조교를 불러다가 야단도 치고 그랬다”고 실수를 인정했다.
생명과학부 학과장이 A 씨에게 보낸 이메일 내용으로 조교의 실수를 인정하고 있다. (메일 내용 캡처)
교육부 답변서를 살펴보면 성신여대도 ‘조교의 실수’를 일부 인정하는 대목이 나온다. 학교는 교육부에 “학부조교 실수로 혼란을 초래한 점을 감안해 상호 원만하게 해결하고자 민원인의 등록금 부담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2017년 10월 18일 성신여대는 A 씨가 먼저 부담한 전체 등록금 약 120만 원(부전공 6학점 등록 비용) 중 약 60만 원을 외부 장학금의 형식으로 지급했다.
성신여대 측은 장학금 지급 과정을 설명하면서 교육부에 “A 씨가 2016년도 2학기에 학부로부터 정확한 안내를 받았다면, 2017년도 1학기(9학기)에 부전공 6학점을 수강(학점등록금 약 120만 원)했을 것이고 영어인증 미취득 사유로 졸업 불합격으로 수료 처리됐을 것이다”며 “A 씨의 등록금 손실은 24만 4000원(약 61만 2000원-36만 8000원)이 된다“고 답변했다. 학교가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였다는 취지다.
성신여대 측이 교육부에 보낸 답변서 내용 캡처.
‘어학인증’은 학생의 선택사항이다. 학점을 이수한 뒤 ‘수료’ 요건을 갖추고 원하는 시기에 어학인증을 통과하면 졸업이 된다. 성신여대 측이 A 씨가 2017년도 2학기에 어학인증시험을 위해 추가학기를 등록할 것을 전제하고 슬며시 약 36만 원의 비용을 떠넘긴 셈이다.
결국 A 씨가 등록금 약 24만 원은 물론 어학인증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대해 성신여대 측은 “졸업인증도 졸업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대학은 이미 외부장학금 65만 원을 지급했고 인증 비용을 면제해 주어야 할 이유가 없다”며 “A 씨와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려고 수차례 설명 및 방안을 제시하였고, A 씨도 학교의 방안을 받아들이겠다고 당시 교무처장에게 회신했다. 수강 신청한 과목에 대한 등록금 납부 및 출석은 학생의 의무다”고 해명했다.
성신여대 교무처장(C교수)와 A 씨의 문자 내용 캡처
심지어 성신여대는 교육부에 조교의 실수를 인정했는데도 학사관리를 전담한 교수와 조교에 대한 징계조치를 하지 않았다. <일요신문i>가 확보한 녹취록에 따르면, C 교수(당시 성신여대 교무처장)는 9월 18일 A 씨와 면담에서 “선생님이 잘못했으면 그거에 대한 책임은 학교에서 따로 묻는다. ‘돈을 내놔’라고 할 수는 없고 선생하고 조교 부분은 따로 조치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성신여대 측에 확인한 결과, 징계 조치를 받은 담당자는 없었다. 이에 대해 C 교수는 기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지난해 10월 15일자로 교무처장을 사임했다. 교무처로 질문해 달라”는 입장을 전했다. 기자는 B 교수에 대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치열한 사회생활을 앞둔 여학생에겐 학교가 전쟁터로 변해 버렸다. 그런데도 이에 대한 사과와 위로는 어디에도 없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
[녹취록 단독입수] 교무처장, 피해학생에 “그냥 얌전히 앉아만 있어라” 성신여대 일부 교수들은 A 씨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언행도 보였다. A 씨가 교육부에 항의한 직후인 9월 18일, C 교수(당시 성신여대 교무처장)는 A 씨와 만났다. <일요신문i>가 확보한 녹취록에 따르면 A 씨는 이 자리에서 “등록금을 절대 내고 싶지 않아요. 교수님하고 조교가 실수했는데 등록금을 왜 부모님이 내야 하나요?”라며 “외부장학금을 받아도 학교를 다니는 것은 마이너스예요”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C 교수는 “이 세상은 늘 항상 플러스로만 살 수 없어요. 너무 억울한 것만 생각하면 살기 힘들어요. 억울한 것만 생각하면 이 세상 못 살아”라며 “손해 안보고 사는 인생은 없어. 억울해도 여기서 멈추면 그나마 다른 일을 할 수 있어요”라고 수업에 출석할 것을 종용했다. C 교수가 A 씨와의 대화에서 ‘말 바꾸기’를 했다는 의혹도 있다. A 씨가 앞서 만남에서 C 교수를 향해 “약학대학 입문 자격시험 준비 때문에 수업이 너무 부담스럽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C 교수는 “리포트 한두 개로 하도록 하자. 매일 가서 하는 것은 내가 선생님에게 면해 달라고 얘기해 볼게”라며 “학생은 특별 케이스로 리포트 정도는 내줘야 돼. 없으면 안 돼. 아주 쉬운 걸로 해달라고 내가 얘기할 게 선생님한테”라고 설명했다. 9월 28일 C 교수는 A 씨와의 만남에서도 “선생님이 수업이 전혀 안 오는 것은 안 된다고 하시네. 그래서 세 번 유고(생리결석)하고 세 번(무단결석)까지 결석할 수 있잖니 거기까지 해봐”라며 “가서 그냥 앉아 있다 오고, 얌전하게 있고 10월 말에 규정 개정 되면 그때 (수업) 가지마”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C 교수의 제안은 지켜지지 않았다. A 씨는 출석은 물론 중간, 기말 시험까지 응시해야 했다. A 씨는 10월 이후, C 교수에게 수차례 연락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C 교수는 기자에게 “10월 15일에 교무처장을 사임했다. 그 후에 규칙이 개정됐다”고 해명했다. 부적절한 연행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성신여대 측은 “교무처장은 당시 학생의 상황을 위로하기 위해 학교 측이라기보다는 교수 입장에서 학생과 상담했다”며 “학생이 수강 신청한 과목에 대해 출석을 통해 학업을 진행하도록 한 것은 학교 입장에서 당연한 조치다”고 해명했다. [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