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백산의 동쪽 끝단 봉황산 자락에 자리잡은 부석사의 아침은 새벽 예불로 시작된다. | ||
영주 부석사의 아침은 경건한 새벽 예불로 시작된다. 종교와 관계없이 새벽의 종소리 독경소리와 함께 맞는 아침은 경건하다. 머무르고 싶은 5월의 산사 부석사의 하룻밤을 소개한다.
영주 부석사.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랜 목조건축물로 남아있는 무량수전이 있는 곳. 충북 단양에서 경북 풍기 영주를 거쳐 강원도 영월까지 줄기를 드리운 소백산 국립공원의 동쪽 끝단 봉황산 자락이 부석사가 있는 곳이다.
속세와 멀리 비껴선 산길은 사철이 아름답다. 가을 단풍이 아름답던 부석사길은 5월의 사과꽃 향기로 달콤한 산책길이다. 굳이 불자가 아니어도 단지 ‘길이 아름다워서’ 되찾아 오는 이들이 많다. 무량수전이 최고의 건축물이라든가 안양루에서 바라보는 소백산 경치가 장쾌하다든가 흥미로운 전설 따위도 이들에겐 뒷전일 게 분명하다.
경북 영주시 부석면 봉황산 자락. 소백산을 구비구비 돌아 찾아간 그곳은 신라 문무왕 16년(676)에 의상대사(義湘大師, 625-702년)가 창건한 옛절이다. ‘뜬돌’을 의미하는 부석(浮石)이란 명칭은 무량수전의 왼쪽 산기슭에 있는 돌무더기가 본래 공중에 뜬 커다란 바위였다는 전설에서 비롯됐다.
일주문과 천왕문을 지나면 부석사의 아름다움을 빛내주는 9개의 석축 가운데 최초의 석축이 나타난다. 견고한 석축을 딛고 올라서면 부석사 특유의 가람배치가 드러나는데, 위로는 범종각과 범종루를 두고 양옆으로 아름다운 통일시대 삼층석탑이 나란하다. 범종루에 오르기 위해 누각 아래 계단에 올라서면 안양루와 무량수전이 액자처럼 고스란히 나타나 시선을 붙잡는다.
▲ 부석사의 전설을 안고 있는 부석(위)과 무량수전의 소조여래좌상. | ||
석축 위에 가뿐히 걸터앉은 안양루를 가리켜 옛 시인은 ‘바람난간’이라고 불렀다 한다. 부석사의 자리매김과 가람 배치는 놀랍다. 내로라하는 건축가들이 한국 전통 건축으로 대개 영주 부석사를 첫 손가락에 꼽는 것처럼 부석사는 전통 건축에서 느낄 수 있는 멋과 맛을 모두 갖추고 있다.
무량수전을 마주하고 동쪽으로는 선묘각과 삼층석탑을 지나 조사당과 자인당, 취현암이 있고 서쪽 산기슭에는 전설을 지닌 부석이 남아있어 관람객들의 관심을 모은다.
무량수전의 배흘림기둥이나 공포형식 등 최고의 목조건축물로 인정받고 있지만 처음부터 국보급 문화재에 감탄하지 않아도 좋다. 처음엔 사과밭 길이 좋아 인연을 맺어도 좋겠고 더러는 안양루에서 바라보는 전망을 잊을 수 없어 부석사를 사랑하게 될지도 모른다.
사찰을 둘러보는데, 법당을 돌보는 보살의 얘기가 그럴싸했다. “여름날 일주문에서 이 무량수전까지 올라오면 숨이 턱에 차오르지요. 그렇게 올라와서 만나는 무량수전이니 감탄할밖에요.”
부석사는 오래 전부터 일반인들의 새벽예불체험을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있다. 새벽 예불은 3시에 시작된다. 도시생활은 되레 3시에 잠이 드는 일이 많고 보니 저녁 10시에 멀뚱히 누워 잠을 청하는 일도 그리 쉽지만은 않다. 새벽예불을 위해 찾아왔다가 그만 단잠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새벽예불에 불참하는 사람도 간혹은 있는 모양이다. “일어날 수나 있겠습니까”라며 총무스님인 도륜 스님이 걱정스런 표정을 짓는다.
총무스님은 이곳 부석사의 살림을 맡은 스님으로 해질 무렵 손수 딴 향기로운 매화꽃으로 인연이 되는 이에게 직접 차를 내주기도 한다. 사진에도 조예가 깊어 부석사 홈페이지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풍경들을 모두 직접 찍었다.
새벽예불은 도량석(道揚釋)으로 시작한다. 먼저 도량을 청정케 하기 위하여 행하는 의식으로 법당 앞에서 목탁을 낮은 소리로부터 점차 높은 소리로 올렸다 내리기를 세 차례 한 뒤 염불을 하며 도량을 돈다. 대중들은 도량석을 듣고 예불 준비를 하여 큰 법당으로 간다.
▲ 안양루 계단 위 연화석등과 홍매화로 차를 만들고 있는 도륜스님. | ||
불자의 수행은 대개 참회 발원 기도 참선의 순이나 일일이 설명이나 지시가 없기 때문에 조용히 들으며 기도나 참선에 응하면 된다.
예불문과 발원문을 읽는 선창스님의 청아한 염불소리가 마치 명상음악처럼 몸과 마음을 흔들며 멀리 퍼져나간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20여 분의 참선은 처음으로 만나는 ‘완전한 고요’다. 새벽 5시가 가까워져 와서야 새벽예불은 끝이 나고 아직 푸른빛에 둘러싸인 부석사의 새벽길을 걷는 것으로 산사의 하룻밤을 마무리하게 된다.
▲가는 길: 중앙고속도로 이용 풍기IC에서 931번지방도로를 이용하면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054-634-3310)을 거쳐 곧장 부석사에 도착한다. 길 따라 ‘부석사 소수서원’ 이정표가 잘 돼있다. 동서울터미널에서 하루 21회 영주와 풍기까지 버스가 운행된다. 영주터미널(054-631-5844) 풍기터미널 (636-2074).
안동 봉정사는 중앙고속도로 서안동IC로 나와 안동시내 방면으로 우회전한다. 봉정사 표지가 나온다. 풍기에서 5번국도 따라 영주, 안동 방면(부석사에서 약 30분 거리) 054-852-6879.
▲숙박: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고 자유롭게 관람하고자 한다면 부석사 입구의 여러 숙소를 이용하면 된다. 입구에 산채정식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많다. 부석사식당(054-633-3317) 종점식당 (633-3606) 코리아나호텔(633-4445) 등.
보너스 여행 - 안동 봉정사
안동시 서후면 봉정사도 의상이 세운 곳이다. 그가 도력으로 종이 봉(鳳)을 만들어 날렸는데 이 봉이 내려앉은 곳에 절을 짓고 봉정사라 하였다 한다. 부석사 무량수전을 앞서는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로 밝혀지면서 더욱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부석사 가람배치와 같은 호방한 기상은 아니지만 오밀조밀 따뜻함과 편안함이 느껴진다. 절 입구 울창한 참나무숲과 계곡이 아름답다. 최근에 영화 <동승>을 찍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박수운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