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기획사 설립, 웹예능 ‘판벌려’ 화제…“후배들 스타 만들기 이 길이 내 길”
사진 출처 = VIVO TV(비보티비) 공식 페이스북
# 지상파부터 웹예능까지
송은이가 세운 기획회사 컨턴츠랩 비보는 다채널시대에 맞춰 다양한 플랫폼에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콘텐츠에 주력한다. 이달 9일부터 웹예능 ‘판벌려-이번 판은 춤판’을 온라인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동료 개그우먼 김신영, 김영희, 신봉선, 안영미와 5인조 그룹 셀럽파이브를 결성하고 춤에 도전하는 내용이다.
‘판벌려’의 설정은 그리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 연예인들이 그룹을 결성해 노래를 발표하거나 춤을 추는 모습을 담은 예능프로그램은 그동안 꾸준히 나왔기 때문. 하지만 ‘판벌려’의 구성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최근 온라인을 중심으로 콘텐츠를 수용하는 10~20대의 취향을 ‘저격’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먼저 이들이 따라 추는 춤은 국내서도 유명한 일본 오사카 토미오카 고등학교 댄스부의 ‘칼군무’다. 토미오카 댄스부의 춤 영상은 국내 SNS에서도 크게 화제가 됐고, 특히 10~20대 누리꾼 사이에서 더욱 유명하다. 송은이는 이 댄스팀의 춤을 재현하는 콘셉트를 기획해 총 5회 분량으로 온라인에서 공개하고 있다. 반응은 즉각적이다.
송은이가 콘텐츠 기획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때는 2015년이다. 절친한 후배 김숙과 팟캐스트 방송 ‘비밀보장’을 시작하면서다. “방송사 개편마다 프로그램 존폐와 출연자 교체를 걱정하지 않고 원하는 방향에서 마음껏 해보자”는 마음에서 출발했다. 송은이가 설립한 회사 이름 역시 ‘비밀보장’에서 따와 ‘비보’로 지었다.
지난해 방송가 메가히트작으로 꼽히는 ‘김생민의 영수증’의 출발 역시 ‘비밀보장’이다. 이 프로그램의 한 코너로 출발했다가 인기를 얻게 되면서 KBS 2TV에서 파일럿 형식으로 짧게 방송했고, 당시 더 큰 화제가 되면서 1시간 분량으로 정규 편성됐다. 매주 일요일 오전 방송하는 ‘김생민의 영수증’에서 ‘기획자’라는 타이틀로도 소개되고 있다.
‘김생민의 영수증’이 인기를 얻으면서 컨텐츠랩 비보의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송은이 소속사 FNC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송은이는 컨텐츠랩 비보의 대표로서 여러 명의 작가들과 다양한 아이디어를 발굴해 다양한 기획을 하고 있다”며 “워낙 다양한 기획을 시도하고, 제작까지 맡으면서 눈코 뜰 새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 출처 = VIVO TV(비보티비) 공식 페이스북
# 왜 기획자로 직접 나섰나
송은이는 1993년 KBS 특채 개그맨으로 방송을 시작했다. ‘무한걸스’ 시리즈와 ‘힐링의 품격’ 최근 ‘님과 함께’ 등 프로그램까지 20년 넘도록 꾸준히 방송 활동을 해왔다. 하지만 리얼버라이어티 등 예능의 주류 장르에서 메인 진행을 맡지는 못했다. 데뷔한 지 20년이 지나면서 점차 방송에 출연하는 기회도 줄었다.
그런 과정에서 송은이는 비슷한 고민을 하던 김숙과 의기투합했다. 방송사 개편 시즌마다 출연하는 프로그램의 존폐를 걱정하지 않고, 원하는 이야기를 마음껏 시도해보자는 게 첫 출발이다. 방송사가 결정권을 가진 ‘프로그램 편성’에 의존하지 않고 유연성 강한 팟캐스트 등 온라인 방송이나 웹예능을 활용하는 방식도 송은이의 다양한 도전을 가능케 하고 있다.
송은이가 새롭게 시작한 ‘판벌려’를 향한 관심은 이미 고조되고 있다. 특히 5인조 그룹 셀럽파이브의 춤 영상이 공개될 때마다 이들의 이름은 네이버 등 온라인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순위 1위를 단숨에 차지한다. 그만큼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누리꾼으로부터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는 의미다.
‘김생민의 영수증’을 연출하는 KBS 안상은 PD는 송은이를 두고 “기획력이 좋고 굉장히 트렌디하다”며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걸 다 알고 있을 정도다. 1인 미디어는 바로 이런 형태가 가장 적합하지 않나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송은이라면 미국의 유명 TV쇼 ‘코난쇼’ 같은 형식의 프로그램도 거뜬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사진 출처 = VIVO TV(비보티비) 공식 페이스북
크리에이터로서 송은이의 행보는 분야는 다르지만 영화계에서 비슷한 활동을 벌이는 마동석과 일면 겹친다. 마동석 역시 콘텐츠회사 팀고릴라를 설립해 다양한 영화 기획에 나서고 있다. 그 첫 번째 성과가 지난해 600만 관객을 모은 마동석 주연의 영화 ‘범죄도시’다. 평소 하고 싶었던 이야기로 영화를 만들어 관객과 소통하고 싶다는 취지로 시작한 활동이다.
기획 및 제작자로 두각을 나타내면서 송은이는 자연스럽게 동료 연예인들에 새로운 기회도 제공한다. 지난해에는 개그맨 김생민을 데뷔 20년 만에 스타덤에 올려놓았고, 그보다 먼저 후배 개그우먼 김숙을 물심양면 지원하면서 방송가 스타로 자리매김하게 도왔다. 그런 송은이가 올해 ‘지목’한 인물은 개그우먼 박지선과 안영미다.
이런 분위기에서 송은이는 ‘킹메이커’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에 송은이는 “주변에 있는 동생들이 잘 되는 일은 정말 행복하고 기분 좋지만 때론 ‘이제 나만 잘되면 된다’는 생각에 배가 아프다”면서도 “골을 넣는 사람보다 공을 패스하는 역할이 나에게 잘 맞는다”며 “골을 넣었을 때보다 패스했을 때 더 큰 기쁨을 느낀다”고 자신의 ‘지향’을 밝혔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