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본교와 달리 공학과정 ‘인증’ 못받아…학교측 “인증 신청 준비중” 통과는 미지수
인천 송도국제도시 ‘인천글로벌캠퍼스(IGC)’에 유치된 외국 대학교의 확장 캠퍼스 학교들이 매 신학기마다 홍보하는 문구들이다. 현재 송도글로벌캠퍼스에는 2012년 개교한 한국뉴욕주립대(SUNY Korea)를 필두로 한국조지메이슨대학교, 겐트대학교 글로벌캠퍼스, 유타대학교 아시아캠퍼스 등 4개 학교가 유치돼 있다.
이 학교들은 한국에서 3년, 외국 본교에서 1년의 학사과정을 거치면 본교로부터 동일한 학위를 받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한국에서의 교육 역시 본교와 똑같은 커리큘럼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학과 역시 동일한 가치를 가진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그런데 이들이 그토록 주장해 왔던 ‘동일한 학사과정’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의 시발점이 된 곳은 한국뉴욕주립대다.
한국뉴욕주립대학교(SUNY Korea,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Korea) 전경. 박정훈 기자
한국뉴욕주립대는 지난해 말부터 갑작스럽게 성적표에 ‘SUNY Korea(뉴욕주립대 한국캠퍼스)’를 명시할 것을 결정해 학생들 사이에서 논란을 낳았다.
미국의 공립대학교 시스템에 따라 뉴욕주립대(SUNY)는 뉴욕 주에 위치한 총 64개 종합대, 단과대 등이 소속돼 있다. 한국뉴욕주립대는 64개의 대학으로 구성된 뉴욕주립대의 SBU(스토니브룩대학교)와 FIT(Fashion Instituted and Technology. 패션기술대학교)의 글로벌 캠퍼스다. 한국뉴욕주립대는 2012년 SBU 유치를 시작으로 2017년에 FIT를 유치했으며, 이후 SUNY 버팔로대학교, SUNY 빙엄턴대학교 등의 글로벌 캠퍼스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는 청사진을 보여왔던 바 있다.
특히 SBU 학부, 대학원 과정을 운영하면서 한국뉴욕주립대는 SBU 측이 모든 학사 관리를 도맡아 하기 때문에 학위와 성적표가 SBU와 동일하게 나온다고 홍보했었다. 동일한 학위가 부여되는 것이기 때문에 성적표나 학위증명서에 굳이 ‘한국 캠퍼스’를 명시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었다.
그런 만큼 갑작스런 한국 캠퍼스 명칭 표기에 학생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한 재학생은 “학교 측에서 학생들에게는 어떤 언질도 없이 캠퍼스 표기 방침을 바꿨다”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한국뉴욕주립대 측은 “단순히 학생들이 수강하고 공부한 장소가 한국뉴욕주립대의 송도캠퍼스라는 뜻일 뿐 학위의 가치는 본교와 동일하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일요신문’ 취재 결과 한국뉴욕주립대의 캠퍼스 명칭 표기에 단순히 학생들이 수강한 장소를 알리는 것 외에 또 다른 이유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한국뉴욕주립대가 유치한 SBU의 학부, 대학원 과정 가운데 공과대학 과정이 문제가 된 것.
미국 대학의 공학과들은 ABET(미국 공학교육인증기관)의 인증을 받아야 한다. 당연히 SBU 본교의 공학 과정은 모두 ABET 인증이 완료된 상태다.
그런데 ABET 인증기관이 한국뉴욕주립대에 유치된 SBU의 공학과를 문제 삼기 시작했다. ABET가 한국뉴욕주립대의 SBU 학과 인증을 보류했다는 것. 문제가 된 학과는 기계공학과와 컴퓨터과학과 등 2개 학과다.
SBU의 공학과가 이미 ABET 인증을 받은 만큼 한국뉴욕주립대의 동일 학과 역시 인증에 별 문제가 없다는 학교 측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BET 인증기관에서 한국뉴욕주립대와 SBU를 별개의 학교 또는 분리 캠퍼스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알려져있다.
일이 이렇게 되자 SBU는 한국뉴욕주립대를 시스템 상에서 ‘한국 캠퍼스’로 완전히 분리 표기하도록 조치하기에 이른다. ABET 인증기관에서 캠퍼스를 분리하지 않으면 SBU 측에 대한 인증도 취소를 고려하겠다는 통보가 왔기 때문이라는 것. 갑작스럽게 학생들의 성적표에 ‘SUNY Korea’가 표기된 데에는 이런 이유가 있었다는 것이다. 더욱이 문제가 된 두 과뿐 아니라 한국뉴욕주립대 소속 학과 학생 전체에 대해 이 같은 분리 표기가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동일 시스템으로 학사 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같은 표기가 적용됐다는 이야기다.
학교 측은 이에 대해 “미국 본교 캠퍼스의 ABET 재인증 심사과정에서 한국뉴욕주립대에도 동일한 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이에 대한 인증을 결정하는 데 아직 자격 조건이 부족하기 때문에 2019년 2월 첫 졸업생 배출 후 인증 심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학과가 전혀 인정되지 않거나 인증이 내려지지 않은 건 아니다. 이미 지난해부터 한국뉴욕주립대의 ABET 인증을 위해 신청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문제는 심사에서 이 학부 과정이 통과될 수 있을지가 미지수라는 점이다. ABET 인증은 학과 커리큘럼 분석은 물론 인증에 필요한 기자재 보유 현황, 공학기술 등을 까다롭게 심사한다.
한편 한국뉴욕주립대는 미국과 동일한 학과와 학위를 주장하며 미국 본교에 버금가는 등록금을 받아왔다. 2016~2017년 학부과정 연간 등록금은 등록금 2만 1550달러(한화 약 2310만 6000원), 기타 납입금 2000달러(한화 약 214만 4000원)에 기숙사비 약 200만~310만 원으로 부대비용을 포함해 총 3000만 원 상당이 소요된다. 4년제 학교이기 때문에 학부 졸업 과정까지 약 1억 원 상당이 든다는 것.
학교 측은 “캠퍼스가 표기되는 것은 우리나라 대학과는 달리 ‘하나의 대학이 2개 이상의 캠퍼스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은 미국 대학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매우 일반적이다“라며 ”이는 학위나 성적이 미국 본교와 다르다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해당 성적이나 학점을 취득한 장소를 표기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학교 측의 주장도 일견 일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한국뉴욕주립대는 2012년 개교 후 6년간 캠퍼스를 분리 표기한 바가 없다. 이번 학과 인증 문제가 불거지면서 본교 측의 요구에 따라 캠퍼스를 분리한 만큼, 일반적인 미국 대학의 특성이라고만 주장하기에는 근거가 빈약해 보인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IGC 내의 다른 학교들의 경우는 대부분 인문과학, 경상계열의 학과를 보유하고 있어 한국뉴욕주립대와 동일한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다. 유럽대학인 겐트대 글로벌 캠퍼스에 공학계열 학과가 있지만 이곳 역시 인증이 별도로 필요하지 않아 학과가 인정됐다. 이 세 곳의 학교는 성적표나 학위증명서에는 캠퍼스가 분리돼 표기되지 않는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아예 ‘유령 학교’ 설립하고 학위 사기…수사망 좁혀오자 교회건물 매입해 “우리 대학 캠퍼스” 우기기도 한국에서도 외국 대학 캠퍼스의 분위기를 느끼며 해당 대학의 학위를 받을 수 있다는 건 매력적인 일이다. 유학처럼 고액을 들이지 않고도 해외 대학 출신이라는 브랜드를 달 수 있다는 데에 많은 학생들이 외국 대학의 글로벌 캠퍼스에 몰리고 있다. 그런데 학생들의 이 같은 생각을 악용해 유령학교를 설립, 사기 행각을 벌인 대학교 학장과 이사장이 검찰에 기소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주범으로 몰린 학장은 35세의 젊은 나이에 학장까지 올라 ‘교육계의 이단아’로까지 추앙되던 인물로 알려져 더 큰 논란을 낳고 있다. 템플턴대학교 공식 홈페이지의 홍보 사진. 해당 사진 속 건물은 교회 건물로 알려졌다. 사진=템플턴대학 홈페이지 지난 1월 3일 ‘템플턴대학교’라는 가짜 대학을 만들어 학생들을 모집한 경영대학 학장 박 아무개 씨(38)와 이사장 김 아무개 씨(43)가 사기 혐의로 기소됐다. 김 씨는 한 정당의 지역시당 대변인으로도 활동한 인물로 알려졌다. 이들은 템플턴대학교를 “1999년에 설립된 미국의 대학교이며 미국 전역과 아시아, 유럽 등 세계 각지에 평등한 교육 기회를 주기 위해 미국 국토안보부에 학교법인을 허가, 등록한 정식 대학교”라고 소개해 왔다. 미국 최대 유통그룹인 벨크 그룹의 창립자의 아들에 의해 설립돼 베트남, 태국, 필리핀 등 각국 글로벌 캠퍼스를 보유하고 있다고도 홍보했다. 학사는 2년, 석사는 1년 3개월, 박사는 1년 9개월 만에 취득할 수 있다는 것을 내세워 학생들을 유치했다. 템플턴대학교의 본교 소재지를 묻는 사람들에게는 “미국 동부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위치해 있다”고 밝혀 왔다. 그런데 정작 본교 위치를 지도에 표시하면서는 캘리포니아 주로 표시해 의혹을 낳았다. 이 대학의 실체는 완전한 유령 학교였다. 공식 홈페이지에 템플턴대학교가 미국 본교 캠퍼스라고 올린 사진은 한 교회 건물의 사진으로 알려졌다. 똑같은 건물을 여러 각도로 찍어 교수연구관, 학습관, 대학본부관, 기숙사 등으로 홍보한 것이다. 이마저도 2016년 하반기에 경찰이 사건을 인지하고 수사에 들어가면서 “템플턴대는 유령학교가 아니라 실제 미국에 캠퍼스를 보유한 학교”라고 주장하기 위해 부랴부랴 교회를 매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사업자는 캘리포니아 주에 등록하고, 학교 캠퍼스는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위치하는 촌극을 낳았다. 지난 2016년 5월에서야 한 언론사에 의해 사기 의혹이 보도됐지만 그 이후로도 이들의 사기 행각은 계속됐다. 보란 듯이 매 학기마다 신입생을 모집했고 심지어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미국 대학 탐방 캠프를 진행하기도 했다. 보도를 보고 당황한 재학생들의 문의가 빗발쳤지만 이들은 “제보자는 전 직원이고, 돈을 뜯어내려고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있는 것”이라며 안심시켰다. 그러나 전 직원과 학생들의 폭로로 고소·고발 사건이 이어지면서 이들의 행각은 꼬리를 밟혔다. 수법은 이렇다. 사업가로 위세를 떨치던 박 씨가 자신의 인맥을 과시하면서 학생들을 모집했다. 1년 4학기제로 2년 만에 학위를 딸 수 있으며, 미국으로부터 인가를 받은 대학 과정을 온·오프라인 교육을 통해 배울 수 있다는 메리트를 내세웠다. 여기에 입학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위를 따면 교수로도 임용시켜 줄 수 있으니 신입생들을 많이 모아 오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 이들의 사기 행각을 누구도 의심하지 못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2015년 9월 템플턴대 최고경영자과정을 개강하면서 각계 유명인사들을 교수진으로 초빙했기 때문. 천정배 국민의당 의원, 김민석 전 의원 등 정치인부터 KBS 공채 아나운서, 재계 인사들까지 쟁쟁한 인물들을 내세웠다. 그러나 이들은 템플턴대가 유령 학교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으며, 실제로 템플턴대 교수로도 활동한 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들은 “현재 이사장인 김 씨만 구속됐지만 정작 사기 범행을 설계하고 주도한 것은 학과장인 박 씨”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기 및 고등교육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들의 재판에서 형이 확정될 경우 학위 사기 피해자들의 고소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경찰이 밝힌 템플턴대 피해자는 199명, 피해 금액은 약 17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더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