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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채비가 무색하게 대나무숲이 눈부시게 푸르다. | ||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낭만적]
담양읍에서 대나무골 찾아가는 길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통하는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을 지나게 된다. 햇살이 들어오지 못할 정도로 하늘을 향해 뻗어오른 나무가 아름답다.
가로수길을 지나면서 처음 만나는 마을이 금성면이다. 도로변 마을을 지나 다리를 건너자마자 우측에 대나무골 팻말이 나선다. 안쪽으로 들어서면 길가에 차들이 즐비하게 주차되어 있다. 마을길을 따라 안으로 들어서면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울창한 대나무 숲이 앞을 가로막는다. 온 사위는 햇살이 침범하지 못할 정도로 음습하다.
대나무골 테마공원(061-383-9291, 담양군 금성면 봉서리)은 3만여평 야산에 대나무가 빼곡히 들어선 곳이다. 대나무 한 그루의 높이는 대개 사람 키의 10배가 넘는다. 자연적으로 군락을 이룬 것이 아니라 사람이 가꾼 것이다. 아름다운 대숲을 만들기 위해 일부러 죽순을 채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대나무골은 이동통신 CF를 통해 이미 익히 알려진 곳이다. 그 밖에도 <청풍명월> <전설의 고향(죽귀)> <여름향기> <흑수선> 등 많은 영화와 드라마가 여기서 촬영되었다
울창한 대숲을 뚫고 3개의 산책로가 나 있다. 1코스를 따라 올라가기 전에 입구에 있는 죽로천이라는 샘물로 목을 축이는 것이 좋다. 굵은 대나무의 속을 비워 샘물을 흘러내리게 했는데, 마치 대나무통 속에서 흘러나오는 물인듯 맛이 달고 향기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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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나무골에 세워진 영화세트장(왼쪽). 죽로천 약수터 물맛은 달고 향기롭기로 유명하다. | ||
죽순의 이미지는 초여름에 걸맞을 것 같지만, 이 숲에는 사철 사람들이 찾아온다. 심지어 한겨울 푸른 대나무 잎에 눈이 쌓인 모습까지도 한폭 동양화 같은 장관을 이루는 곳이기 때문이다.
[국가 흥망 함께 해온 금성산성]
대나무골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산성산(603m)이 있다. 산성산까지 가는 길은 아직 비포장이지만 곧 포장이라도 하려는 길 공사가 한창이다. 휴일이면 주차할 공간이 마땅치 않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든다. 길 중간지점부터 차량통행을 막는다. 5분 정도 오르면 매점이 있다. 이곳부터 산성입구까지는 빠른 걸음으로 20분 정도면 가능하다. 천천히 걷는다 해도 1시간 내외로 산성을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성곽 전체를 돌아보겠다면 족히 3~4시간은 산길을 걸어야 한다.
금성산성은 용면 도림리와 순창 팔덕리의 경계에 있다. 산길은 흙길이며 소나무가 우거져 있어 그늘을 만들어 준다. 천천히 20분쯤 오르면 성곽의 출입구인 외남문이 모습을 드러낸다. 다시 10분쯤 올라가면 내남문. 산성에서 경관이 가장 뛰어난 곳이다. 노령의 산줄기에서 갈라져 나온 서북쪽 능선은 추월산과 맞닿고, 동북쪽으로 무등산이다.
산성은 언제 세워졌는지 알 수 없다. 삼한시대나 늦어도 삼국시대 초기부터 형태를 갖추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고려사 절요>에 우왕 때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완공했다는 기록이 있다. 고려 때는 이 지역 항몽의 격전지였고, 임진왜란 때는 왜병과 막던 곳이었다. 정유재란 때는 무려 2천명의 병사가 금성산성 전투에서 숨졌다고 한다. 그리고 구한말에는 동학의병이 이곳에 모였다.
산성의 길이는 외성만 6천5백m, 내부 면적 36만여 평이다. 예전에는 성 안에 마을과 관아, 절이 있었다고 하는 큰 성이다. 전남 장성의 입암산성, 무주의 적상산성과 함께 호남의 3대 산성으로 꼽힌다.
산성 입구만 들러봐도 괜찮지만 좀더 머물수 있다면 서문, 북문, 동문길로 나뉜 등산로를 따라 산행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스릴을 즐기며 성마루를 걷는 재미가 있다. 망루에 서면 멀리 담양호와 추월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다가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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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중 옛집처럼 운치있는 연동사. 따사로운 햇살 아래 소박한 멋이 풍긴다. | ||
내려오는 길에 만나는 연동사에는 노천법당이 있다. 산길을 내려가면 커다란 바위 절벽 아래 구부정한 모습으로 지장보살이 서있다. 석불 있는 곳이 노천 법당이다. 고려 때 조성된 이 불상 외에는 모두가 허물어진 폐사지로 남겨졌던 것을 지금의 주지인 원행 스님이 94년 터를 일구고 연동사를 재건했다.
잠시 바위에 기대고 누워 따스한 햇살을 가슴에 안아보니 한아름이다. 대웅전 겸 요사채가 나온다. 연동사는 번듯한 절집 건물이 아닌 산중 옛집처럼 운치가 있다. 얼기설기 손으로 꿰어 지은 태가 분명해 보이는 불전은 물론 장작불 지피는 아궁이까지 현대 문명의 흔적이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절집 뒤꼍에 조성된 차밭에는 차나무가 꽃을 피웠다. 때늦게 벌떼들이 부지런을 떤다. 사람 없는 절집엔 호기심 어린 눈빛을 갸웃거리며 나그네를 지켜보는 장난기 가득해 보이는 어린 진돗개들 뿐이다. 모처럼 찾아온 사람 떠나가는 것이 아쉬운지 문앞까지 따라나와 순진한 표정으로 배웅을 나온다. 연동사 쪽으로는 차량 이용이 가능하므로 처음부터 이곳을 기점으로 산행을 해도 좋을 것 같다.
[담양 온천서 심신 재충전]
산성산 밑에 온천이 문을 열었다. 대나무숲을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크게 늘어난 데 따라 5만여 평 너른 부지에 지난 7월 개장한 담양온천(061-380-5000, www.damyangresort.com)이다. 최대 1천2백 명까지 동시에 목욕할 수 있는 대온천장에다 노천탕, 야외수영장도 갖췄다. 2만2천여 평의 수목원과 4계절 꽃을 볼 수 있는 식물원, 잔디광장도 조성돼 있다. 온천지구내 가족호텔은 36개 객실을 갖추고 있다.
온천은 대나무를 주제로 하는 테마욕조들도 갖추고 있다. 대나무에서 추출한 죽초액을 이용한 죽초탕, 잎을 활용한 대잎탕, 대나무 찜질방 등 지역 특색을 살린 건강 테마의 시설들이다.
지하 1천m에서 끌어올린 온천수는 스트론튬과 황 등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신경통 질환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개장한지 오래지 않아 시설이 깨끗하고 좋아 다양한 이벤트 탕을 즐길 수 있다.
글·사진=이혜숙 여행작가 www.hyesook.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