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고의 목조건물로 유명한 영주 부석사. 배흘림기둥마다 관광객들의 손길로 인해 반질반질 윤기가 흐른다. | ||
고대로부터 선조들의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소백산 남쪽자락. 인삼의 고장 풍기로부터 배흘림기둥 무량수전이 있는 부석사까지. 경북 영주를 관통하는 931번 도로를 따라가는 드라이브는 즐비한 사적지와 아름다운 호수와 준수한 산봉우리들을 섭렵하는 감동 넘치는 여행길이다.
원주~안동 사이 중앙고속도로가 완공된 뒤 한달음에 가볼 수 있게 된 영주시 풍기읍에서 시작하여 부석사까지 단 하루의 여행으로도 충분하다. 소수서원이 있는 순흥면에 전통마을 선비촌도 세워져서 올봄부터는 이곳 옛집에 묵으며 할아버지들의 어린시절이나 선비들의 풍습을 따라 하루쯤 지내볼 수도 있게 되었다.
굽이굽이 죽령고개를 넘거나 기나긴 터널을 지나거나 전설과 수많은 사연을 남긴 길을 지나면 풍기땅. 풍기IC에서 부석사로 향하는 931번 도로는 인삼시장이 있는 풍기읍을 에둘러 순흥면으로 향한다. 이름은 귀에 설지만 조선 초기만 해도 도호부가 있던 곳으로, 국내의 대표적 서원인 소수서원이 있는 곳이다.
▲ 최초의 사액서원인 영주 소수사원에는 국보급의 유물자료들이 많다. | ||
무덤의 외형은 둥글고 내부는 널방과 그 방에서 입구를 연결하는 널길로 이루어진 횡혈식 석실분이다. 동서로 3.5m, 남북으로 2m, 높이 2m 정도 크기의 석실은 천장으로 갈수록 좁아지는데, 천장을 제외한 모든 벽면에는 채색화가 그려져 있다.
동벽에 새의 머리, 남벽에는 사람과 글씨, 북벽에 3개의 산과 연꽃과 구름무늬가 있고, 서벽에는 나무와 집, 그리고 수문장으로 추정되는 역사(力士)가 그려져 있다. 널길의 동서쪽 벽면에도 그림이 있다.
서벽엔 뱀을 손에 잡아 감고 있는 사나이의 모습이, 동벽에는 눈을 부릅뜬 힘센 장사의 그림이 있다. 이것은 무덤을 보호하려는 의도에서 그려진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벽화나 구조로 보아 고구려의 영향을 받아 축조된 고대신라의 고분으로 추정되고 있다.
풍기~부석사는 중앙고속도로 덕분에 이제 하루 여행이 가능한 곳으로 가까워졌지만, 이 많은 사적의 고장을 좀더 찬찬히 보자면 하루쯤 묵어가는 것도 좋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순흥면에 마련된 전통 테마마을의 전통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해보는 것이 어떨까.
계절별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각기 다른데, 겨울에는 제기차기 널뛰기 줄다리기 윷놀이 등 전통놀이 체험과 떡메 두부 묵 손국수 만들기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
메밀묵은 이 고장 고유의 전통음식인 묵밥의 재료다. 따뜻한 국물에 굵게 채썬 묵을 듬뿍 담아 참기름과 김가루 등으로 맛을 내고 조밥과 함께 나온다.
▲ 영주 부석사에 자리한 불상. | ||
옛날 한산한 고을이었던 순흥 땅에 어느 날 지리에 능통한 기인이 지나다가, 지형은 번성할 곳이나 앞이 너무 허해서 비봉산의 봉황이 남쪽으로 날아가 마을이 흥할 수가 없으므로 남쪽에 큰 누각을 짓고 오동나무를 심어 봉황이 못떠나도록 알을 만들어두면 이 고을이 흥할 것이라고 가르쳐 주었다.
이에 고을 사람들은 읍의 남쪽에 큰 누각을 짓고 봉서루라 이름하고 그 옆에 흙을 쌓아 봉황의 알을 세 개 만들고, 누각 앞에는 오동나무를 많이 심어두었더니 몇 년 안 가 글 잘하는 선비와 이름난 무인들이 나고 고을은 번성하게 되었다 한다.
지금은 오동나무 대신 연리지송이라는 소나무가 입구에 우뚝 서있다. 특이하게도 두 나무가 저절로 접목이 되어 한몸으로 자라고 있다. 그 모습 때문에 부부간에 다툼이 났을 때 찾아와 기원하는 풍습도 생겨났는데, 그렇게 하면 금실이 좋아진다는 말이 전해오고 있다.
전통마을 테마 프로그램 안에는 마을 해설가의 안내를 받으며 유적지를 돌아보는 것도 포함돼 있다. 숙박은 마을회관을 중심으로 30여 가구를 이용할 수 있는데, 특히 마을회관 내에 운동과 찜질방 시설이 잘되어 있어 여독을 풀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문의 마을회관 ☎054-632-2333,011-538-2090,www. sunheung.net
마을을 나서면 단정한 은행나무 가로수가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고 있어 양옆으로 펼쳐진 시골 들판을 더 가깝게 보여준다. 인삼밭과 함께 사과, 포도농원을 알리는 표지판들이 많은 가운데 비로봉을 바라보며 초암사로 들어가는 작은 길 옆으로 시린 겨울 하늘을 가득 품은 죽계호가 보인다. 호수면에 내리는 원앙과 청둥오리떼가 마치 흩날리는 눈발같다.
동구밖 서원으로 가는 진입로 변에는 ‘죽계수’라 부르는 개울이 흐르고, 그 주위는 깔끔한 암벽과 울창한 노송들이 절경을 이룬다.
본래 절(숙수사)이 있던 곳을 헐어내고 서원을 건립하면서 절에 있던 불상들을 모두 바위 아래 소(沼)에 던져 버렸더니 한 맺힌 불상들이 밤이면 소를 첨벙거리며 뛰어올라 사람들을 혼비백산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이를 전해들은 주세붕이 소 위의 바위에 경(敬)자를 음각하여 불상들을 달랬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최초의 사액서원에다 국보급의 귀한 유물자료들을 소장한 역사적 가치가 있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