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전날 저녁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밀양시 합동 브리핑에서 밝혔던 부상자 수 143명보다 상당히 늘어난 수치다.
이병희 밀양시 부시장은 27일 오전 종합 브리핑을 갖고 “세종병원 의료진과 직원들 8명이 추가로 병원진료를 받아 부상자가 151명으로 늘어났다”며 “부상자 가운데 2명은 의식이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부상자 151명은 경상대학교병원 등 29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사망자 37명은 밀양시와 인근 창원시에 있는 장례식장 10곳에 안치됐다.
#화재 최초 발화지점은 응급실 내 탕비실
지금까지 경찰조사 등으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번 화재는 응급실 내 탕비실에서 최초로 발화됐다. 해당 부분엔 전열기구나 취사도구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발화 원인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관측이 엇갈리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방화의 가능성은 상당히 낮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난방기구나 의료기기 과다 사용으로 인한 전기 스파크가 화재의 원인으로 우선 지목되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남경찰청 과학수사요원, 소방당국, 한국가스안전공사 등 40여명으로 구성된 합동감식반이 정확한 발화 원인을 찾기 위해 27일 오전 현장을 찾았다. 이들은 화재가 발생한 1층에 대해 전체적으로 발굴 작업을 진행하고, 발화 장소로 추정되는 응급실 내 탕비실(탈의실) 부근을 집중적으로 감식할 것으로 전해졌다.
합동감식반은 오는 28일 오전 10시쯤에는 3차 감식을 진행한다. 3차 감식에서는 화재 확대 과정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다.
밀양 세종병원 화재로 폐허가 된 내부 모습.(JTBC 방송 캡처 장면)
#사망자가 많이 발생한 이유는?
37명에 이르는 사망자 대부분이 연기와 가스에 의한 질식사인 것으로 판명됐다. 병원 매트리스가 불에 타면서 가스를 심하게 내뿜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입원 환자 대부분이 60대에서 90대에 이르는 고령층이라 대피에 능동적이지 못했다는 점도 피해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직원 사망자도 의사, 간호사, 조무사 각 1명씩 3명이 나왔다.
일부 환자는 엘리베이터로 대피하려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재 당일 구조대원들은 세종병원 1층 엘리베이터에서 6명이 갇힌 채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들이 병원 이송 직후 결국 사망 판정을 받았다. 소방당국이 확인해본 결과 해당 엘리베이터에 탄 사람들은 모두 2층 입원 환자였다. 2층에는 원래 거동이 특별히 불편한 환자 34명이 입원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스프링클러 미설치로 재난 키워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게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화재가 벌써부터 또 다른 ‘인재’라는 비난도 폭주하고 있다.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근린생활시설은 연면적 5000㎡ 이상이거나 수용인원 500명 이상일 때만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사항으로 하고 있다.
세종병원 연면적은 1489㎡로 이 기준에 한참 모자란다. 시행령에 명시된 산정방법을 적용하면 수용인원도 496명(연면적/3㎡)으로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기준에 못 미친다. 결국 세종병원은 일반 95개, 요양 98개 등 총 193개 병상을 갖춘 중형 병원이지만 스프링클러 설치를 하지 않아도 아무 문제가 없었던 것이다.
특히 세종병원은 일반 외래진료병원일 뿐 요양병원은 별도로 있다는 점에서 요양병원으로 분류되지 않았다. 따라서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도 비껴갈 수 있었다.
밀양 세종병원 화재사고는 드라이비트공법이나 필로티 구조. 무단증축 등도 피해가 커진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어, 향후 조사결과에 따라 새로운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정치권 저마다 밀양행 ‘러시’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오전 세종병원 화재 참사와 관련해 밀양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정부가 안전한 나라를 다짐하고 있는데도 참사가 거듭되고 있어 참으로 참담하고 마음이 아프다. 국민에게 참으로 송구스러운 심정이다”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건물 안전관리 체계와 관련해 “요양병원과 성격상 큰 차이가 없는 데도 요양병원과 일반병원은 스프링클러나 화재방재 시설의 규제에서 차이가 있고, 바닥 면적이나 건물의 연면적에 따라 안전관리 업무에 차이가 난다”며 “화재 관련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현실화할 수 있도록 점검을 확실히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26일 화재가 발생하자 곧바로 내려와 상황을 진두지휘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 등 각 당의 최고 지도부도 급히 달려와 상황실에 들러 사고현황을 체크하고 비탄에 빠진 시민들을 위로했다.
한국당에서 김성태 원내대표가 밀양을 찾았다. 특히 김 원내대표는 26일 밀양 세종병원 화재 현장을 찾은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사과하고 청와대 내각이 총사퇴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하면 정부가 아니다”라며 “국민의 기본적인 생명권도 지켜내지 못하는 이 무능한 정부의 국정운영 방식에 화가 치민다. 북한 현송월 뒤치다꺼리를 한다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고 정부를 맹공격했다.
이에 현장에 있던 한 시민이 “지금 불난 집에 와 그런 말을 하느냐. 불난 곳에서 적폐청산 얘기를 하느냐”고 항의했고 또 다른 시민도 “불난 곳에 와 정치하러 왔느냐”며 고성을 지르자 김성태 원내대표는 서둘러 자리를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합동분향소 차려져
밀양문화체육회관에 차려진 합동분향소 모습(사진=연합뉴스)
밀양 세종병원에서 발생한 화재 참사 사망자 합동분향소가 27일 밀양시 삼문동 밀양문화체육회관에 설치됐다. 밀양시는 이날 오전 9시부터 분향소를 설치해 시민들의 조문을 받고 있다.
분향소에는 이번 화재 참사로 사망한 37명의 위패가 안치된 상태다. 밀양시는 사망자들의 주민등록증 사진으로 영정 사진을 우선 마련했다. 유가족들이 교체를 원할 경우 다른 사진으로 바꿀 예정이다.
분향소엔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조화를 보내 애도를 표했으며,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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