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자가 ‘의료용 석고’로 착각해 오배출…경찰 “강력범죄 혐의점 없어, 폐기물관리법 위반 등 수사”

지난 6월 10일 오후 2시 28분쯤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위치한 남부권 광역생활자원회수센터 2층 선별장에서 붕대에 싸인 사람의 왼쪽 다리가 발견됐다. 남부권 광역생활자원회수센터는 인천 연수구와 중구 일대에서 수거된 플라스틱, 캔, 종이 등 재활용품을 한데 모아 분류하는 공공 처리시설이다.
재활용품 분류 작업자였던 최초 목격자와 경찰 등에 따르면 발견 당시 다리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새카맣게 변색된 상태였다. 국과수 감정 결과로 해당 물체가 진짜 사람의 다리라는 것이 밝혀졌고, 경찰은 210mm에 불과한 발 크기 등을 고려해 강력 범죄 발생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수사에 나섰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경찰은 102명 규모의 대규모 수사본부를 구성, CC(폐쇄회로)TV 영상 확보에 주력했다. 사설 CCTV의 짧은 보존 기간 내에 영상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인력이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남부권 광역생활자원회수센터로 들어온 수거 차량만 36대에 이르렀고, 인천 중구와 연수구 등 수거 지역 스팟만 약 2500곳에 달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수거 차량의 명확한 동선 파악이 어려운 데다 일부 차량에는 블랙박스가 없었고, 업체마다 차량 GPS 설치 여부도 제각각이었다. 신원 파악에 난항을 겪던 수사가 급물살을 탄 것은 17일 오후 5시쯤 인천 중구 소재 요양병원 관계자가 경찰서를 직접 방문하면서부터다. 해당 병원은 한 의료재단에서 운영하며 병실 2개 동과 장례식장, 요양원 등으로 이뤄져 있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병원 관리소장 A 씨는 “외부 청소 자원봉사자의 실수로 의료폐기물에 들어있던 다리를 의료용 석고(깁스용)로 착각해 잘못 분류해 배출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 병원 간호과장을 통해 최근 절단 수술이 있었단 사실을 알게 된 A 씨는 이번 사건에 관한 언론 보도를 접한 뒤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경찰서를 찾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곧바로 국과수에 A 씨가 지목한 요양병원 환자 B 씨(89·여성)와 다리의 DNA 대조를 의뢰했고, 국과수는 “발견된 신체 일부와 B 씨의 DNA가 일치한다”는 1차 구두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B 씨는 노환과 질병 등으로 인해 다리에 심각한 괴사가 진행된 상태였고, 병원에서 보호자 입회 하에 절단 수술을 진행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환자는 당초 대형병원에 입원해 있었으나, 해당 병원 측으로부터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하고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판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환자의 가족들은 수소문 끝에 지난 6월 1일 해당 요양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했다. 그리고 입원 당시 B 씨의 다리는 다량의 고름이 나오고 신경이 완전히 손상되어 마취 없이도 수술이 가능할 만큼 괴사가 심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측 진술에 따르면 절단 수술은 6월 8일 병실 내에서 이뤄졌다. 수술 과정에서 다리를 들어 올렸을 때 무릎 부위가 자연스럽게 분리되었고, 다리 뒷부분의 남은 조직을 가위로 절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청소 의료봉사자 C 씨가 버려진 B 씨의 다리를 의료용 석고로 착각해 의료폐기물이 아닌 일반 재활용 쓰레기로 잘못 분류해 배출했다.

병원 직원들과 환자 보호자 등도 충격에 빠진 상태였다. 해당 요양병원에 모친을 입원시킨 한 50대 시민은 “뉴스를 보고 놀랐는데 이 병원이 (이번 사건과) 관련돼 있다는 게 소름끼친다”면서 “수술을 할 만한 곳이 없는 것으로 아는데 병실에 어머니가 계시기도 해 너무 꺼림칙하다”고 말했다. 병원 내 60대 간병사는 “(B 씨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못한다”면서 “우리도 기사를 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현행 폐기물관리법상 인체 조직을 포함한 의료폐기물은 전용 용기에 담아 다른 폐기물과 분리해 배출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일요신문i’가 해당 병원을 방문해 확인한 결과 병원 건물 지하 1층 의료폐기물 수거 장소에도 이와 관련된 유의사항이 적혀 있었다.
다만 경찰은 A 씨 진술과 CCTV 영상 분석, 실제 환자의 발 사이즈가 발견된 다리와 동일한 210mm로 나타나는 점 등을 토대로 강력범죄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경찰은 수사본부를 해체하기로 결정했다. 후속 수사는 광역수사대 투입 없이 연수경찰서 형사과 강력팀 2개 팀이 전담 수사반을 맡아 이어갈 예정이다.
경찰은 앞으로 병원 측의 구체적인 수술 과정과 진술의 진위 여부 파악에 주력할 방침이다. 특히 병원 측이 “과거에도 이 같은 절단 수술을 한 적이 없다”고 밝힌 만큼, 해당 요양병원이 법적으로 다리 절단과 같은 외과적 수술을 할 수 있는 자격과 시설을 갖추었는지, 수술 기록을 제대로 남겨두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따져볼 계획이다.
현재까지 의료법과 관련해서는 별도의 형사처벌 조항이 발견되지 않아 보건 당국 및 의료법 자문을 거쳐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경찰은 요양병원 법인과 관리 책임자, 그리고 배출 당사자인 자원봉사자 등을 폐기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 전 조사(내사) 중이며, 위법 행위가 확인될 경우 엄정하고 신속하게 수사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으로 큰 심려와 불안감을 느꼈을 지역 주민들을 위해 구체적인 경위를 밝히게 됐다”며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