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5개 단체 “당장 비용 줄일 구제 기회 놓쳐 유감”…을지로위·참여연대 “본안 심의서 타협 없는 엄정 제재 필요”
이번 결정을 두고 일부 자영업자 단체는 동의의결안에 포함됐던 신속한 비용 지원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우려한 반면, 다른 자영업자·가맹점주 단체와 시민단체들은 본안 심의를 통한 엄정한 제재가 필요하다며 공정위의 결정에 환영 의사를 밝혀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최혜대우 요구, 배민배달 우대, 배달예상시간 부당광고 혐의에 대해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쿠팡은 최혜대우 요구 혐의에 대해서만 동의의결 절차 개시를 신청했으며, 와우멤버십과 쿠팡이츠를 연계한 끼워팔기 혐의는 신청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우아한형제들은 수수료와 배달비 지원 등을 포함한 3000억 원 규모의 상생안을, 쿠팡은 입점 업체 지원과 상생기금 조성 등을 골자로 한 600억 원 규모의 지원안을 각각 제시했으나 공정위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앞으로 원사건 심의를 통해 두 회사의 법 위반 여부와 과징금 등 제재 여부 및 수준을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공정위가 공개한 사건 자료상 심사 단계에서 산정된 관련 매출액은 쿠팡의 끼워팔기 혐의가 약 5조 2600억 원, 우아한형제들의 자체 배달(배민배달) 우대·배달 예상 시간 부당광고 혐의가 약 7조 7800억 원으로 모두 수조 원대에 이른다. 업계에선 공정위의 최종 심의 결과에 따라 두 회사에 부과될 실제 과징금 규모가 앞서 두 회사가 공정위에 제시한 입점 업체 상생 지원 금액을 크게 웃돌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동의의결 절차 개시 신청 기각과 관련해 우아한형제들과 쿠팡은 각각 입장문을 내고 아쉽다는 뜻을 밝혔다. 우아한형제들은 “소상공인에게 실질적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역대 최대인 3000억 원 규모의 상생지원 계획을 담아 신청했다”며 “최혜대우 요구 폐지와 가게배달·배민배달 동일 기준 노출 등 시정조치도 선제적으로 시행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상생안은 영세 입점 업주의 수수료와 배달비를 직접 지원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경쟁질서를 빠르게 회복하고 소상공인을 직접 지원할 기회가 무산된 점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쿠팡은 “입점 매장과의 상생을 고려한 동의의결안을 제출했으나 기각돼 아쉽다”며 “향후 진행될 공정위 심의 절차를 통해 회사의 입장을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18일 소상공인연합회·한국외식업중앙회·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등 5개 소상공인(자영업자) 단체는 공동 입장문을 내고 “이번 기각은 골목상권의 숨통을 틔워줄 구제 기회를 날린 것”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이들은 “소상공인에게 절실한 것은 수년 뒤에나 나올 과징금 처분이 아니라 당장의 비용 절감”이라며 “대형 로펌을 앞세운 법적 공방이 길어지는 동안 현장의 소상공인들만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정위가 부과하는 과징금이 국고에 귀속될 경우 피해 입점 업체들에는 지급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실리적 구제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다.
같은 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는 공정위의 기각 결정을 지지하며 엄벌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협회, 참여연대 등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기각은 공정위가 법과 원칙에 따라 배달 플랫폼에 책임을 묻겠다는 뜻”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들은 배민과 쿠팡이츠가 무료 배달 확대를 내세워 위법성 논란을 희석하려 했으며, 관련 비용을 입점 업체에 전가해 왔다고 주장하며 이를 “노골적인 갑의 횡포”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정위를 향해 “동의의결 기각에 따른 본안 심의를 한 치의 타협 없이 신속하게 진행해 가장 엄중한 처분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국회를 향해서는 배달 수수료 상한제 등 법적·제도적 근본 개혁에 즉각 착수할 것을 요구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일요신문i’와 통화에서 “동의의결 개시는 신속한 조치의 필요성과 소비자 직접 보상 가능성, 행위의 중대성 등 시간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며 “이번 부결 역시 핵심 기준인 ‘경쟁질서의 실질적 회복’이 가능하겠느냐는 점과 ‘관련 사업자들의 피해를 제대로 구제할 수 있느냐’는 요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동의의결안에 포함됐던 상생 지원책 실행이 사실상 무산돼 소상공인·자영업자 단체들의 평가가 엇갈린 데 대해 공정위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공정위 관계자는 “일부 입점 업체들이 동의의결이 진행되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입점 단체들이 처한 상황과 이해관계가 조금씩 다르다”고 덧붙였다.
정동민 기자 workhar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