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의 손 ‘잡을까 내칠까’
▲ 4·29 재보선 지원유세에 나선 손학규 전 대표. | ||
그동안 민주당은 이 지역이 선거 대상에 포함되면 손 전 대표를 ‘차출’해 내보낸다는 방침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당 자체 여론조사에서도 손 전 대표는 한나라당에서 누가 나오더라도 여유 있게 승리하는 것으로 나왔다고 한다. 민주당은 재·보궐 선거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수원 장안에서 ‘손학규 카드’를 내세워 반드시 승리해 ‘정권 심판론’에 힘을 싣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손 전 대표는 자신의 출마와 관련, 아직 어떠한 공식적인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측근들은 10월 재보선을 1년 넘게 중앙 정치와 떨어져 있던 손 전 대표의 ‘컴백’ 기회로 보고 출마를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민주당과 손 전 대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고 있어 그의 출마 선언이 임박했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지만 일각에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이미 지난해 총선에서 한 차례 고배를 마셨던 손 전 대표로서는 이번 재·보궐 선거에 대해 신중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자칫 패배할 경우 대권주자로서 회복이 불가능한 내상을 입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참고로 지난해 총선 때 박종희 한나라당 후보의 득표율은 58.8%). 또한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 고공 행진이 이어지고 여권이 정국 주도권을 쥔 현 상황도 손 전 대표로서는 부담이다.
평소 ‘의리’를 중요시하는 손 전 대표가 옛정을 떨쳐낼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박종희 전 의원은 손 전 대표가 한나라당에서 대통령 후보 경선에 뛰어들 당시 선거캠프 비서실장을 지낸 인물이다. 손 전 대표가 한나라당을 탈퇴할 때 둘은 갈라서긴 했지만 한때 자신을 도왔던 측근의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진다는 것이 그의 정치적 소신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손 전 대표가 미적거릴 경우 그의 전략공천을 접어야 한다는 주장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이는 ‘대권 잠룡’ 중 하나인 손 전 대표가 당에 들어올 경우 권력지형에 변화가 불가피한데 이를 원하지 않는 일부 계파에서 불거지고 있다고 한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당장이야 승리가 급박하기 때문에 손 전 대표에게 러브콜을 하고 있지만 정세균 대표나 정동영 의원처럼 대권을 꿈꾸는 이들에겐 손 전 대표가 눈엣가시로 여겨질 수도 있다. 따라서 당도 당이지만 손 전 대표도 빠른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