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정당보조금 15일 기준…국민의당 교섭단체 깨지면 손해 커 안전하게 통합한 뒤 받으려 한 듯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추진위 제1차 확대회의에 참석해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두 당 대표가 합의한 날짜는 2월 13일. 하지만 두 당 안팎에서는 통합 날짜가 정치적인 고려가 아닌 ‘돈 문제’였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통합추진위원회 한 관계자는 “통합 날짜를 두고 많은 고려가 있었다. 그런데 많은 요소 중에서 2월 13일로 정한 배경에는 사실 돈 문제가 결정적이었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가 밝힌 내용의 배경에는 정당보조금(정치자금법 상 경상보조금)이 자리하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분기마다 정당 보조금을 지급한다. 1분기 정당보조금은 2월 15일 기준으로 금액이 정해져 지급된다. 즉, 15일 전에 통합해서 한 당으로 만들고 의원 인원을 늘려 놓는 게 좋을지 혹은 국민의당, 바른정당 각각의 정당으로 받은 뒤 합치는 게 나을지 계산해봤다는 얘기였다.
선관위는 ‘경상보조금은 정치자금법 제27조에 따라 지급 당시를 기준으로 50%는 교섭단체를 꾸린 정당이 균등하게 교섭단체가 아닌 5석 이상 정당에 5%씩, 그리고 남은 잔여분 절반을 다시 정당 의석수에 따라 지급하고 나머지 잔여분 절반을 최근 국회의원 선거 득표수에 따라 지급하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계산식에 따라 계산해보기 전에 고려해야 할 변수가 있다. 국민의당에서 떨어져 나가 새 당을 만들기로 한 민주평화당이 교섭단체를 만들 수 있느냐 여부다. 현재로서는 국민의당이 비례대표를 제명할 계획이 없음에도 민주평화당은 최소 15석 많게는 22석까지도 바라보고 있다. 20석이 넘는 순간 국민의당도 교섭단체가 깨지게 된다. 현재 국민의당 의석 수는 39석으로 교섭단체 20석을 두 당 모두 채울 수는 없다.
먼저 민주평화당이 교섭단체를 만들지 못했고, 국민의당은 약 22석 정도라고 가정하고 결과를 예측해 볼 수 있다. 지난해 1분기 전체 정당보조금은 약 105억 원이었다. 이 기준으로 교섭단체 몫 50%를 나눠받을 수 있는 정당은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3곳이다. 이들 당은 17.5억 원씩을 확보한다.
여기에 민주평화당, 바른정당, 정의당이 5.25억 원씩 나눠가진다. 약 17.5억 원은 의석수에 따라 나눠지는데 민주당 약 7억 원, 한국당 6.7억, 국민의당 약 1.3억, 민평당 1억, 바른정당 5000만 원, 정의당 3500만 원을 받게 된다.
마지막으로 잔여분의 지난 선거 총선 득표수에 따라 나눠갖는 보조금은 한국당 약 5.86억, 국민의당 4.67억, 민주당 4.46억, 정의당 1.26억을 받는다. 바른정당이나 민평당은 지난 선거에서는 없었던 신생정당이라 이 보조금은 받을 수 없다. 합쳐보면 한국당 약 30억, 민주당 약 28.9억, 국민의당 23.4억, 바른정당 5.7억, 민평당이 6.7억, 정의당 6.8억 정도를 나눠 받게 된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먼저 보조금을 받고 합치는 경우 29억 원 정도를 확보할 수 있다. 같은 기준에서 먼저 합치고 보조금을 받는다면 24억 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 약 5억 원차이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포인트는 국민의당과 민평당 의원이 약 4명 차이라는 예측에도 불구하고 교섭단체와 아닌 정당간 격차가 엄청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민평당이 결집에 성공해 교섭단체를 이룬다면 상황은 최악의 결과를 맞는다. 만약 민평당이 22석을 이룰 경우 다른 정당은 동일하고 민평당 18.8억 원, 국민의당 10.9억, 바른정당 5.7억이 된다. 보조금을 받고 합친다고 해도 16.6억 원에 불과해 최대 29억 원에서 약 13억 원이 비게 된다.
이런 결과를 놓고 보면 ‘만에 하나’를 생각해 최소한 교섭단체는 확실시하고 보조금을 받는 게 유리해 보인다. 만약 최악의 경우 민평당이 교섭단체를 꾸린다 해도 국민의당이 합당해 또 하나의 교섭단체를 만든다면 바른국민당(가칭)은 약 19억 원, 민평당은 약 14억 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 통합을 13일로 정한 배경에는 약간 유리한 보조금을 각각 받고 합치는 방안보다는 안정적으로 교섭단체는 만들고 보자는 통합위원회의 계산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민평당도 오는 6일 창당대회를 열고 선관위 등록을 마치면 일주일쯤 뒤 정식 정당 출범을 계획하고 있다. 민평당도 다가오는 15일 전까지 창당을 마치지 않으면 보조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서두를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 한 관계자는 “정당도 사람이 있는 곳이다. 정당을 돌아가게 만들려면 돈이 필요하다. 곧 선거도 있어 돈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보조금을 얼마 받는지 계산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