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토토가3’서 재결합…문희준 향한 성난 팬심 다독일 수 있을까
H.O.T는 2월 15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MBC 드림센터 공개홀에서 진행되는 MBC ‘무한도전-토토가3’ 녹화에 출연한다. 1996년 1집 ‘전사의 후예’로 데뷔해 햇수로 6년간 활동한 뒤 2001년 2월 27일 콘서트를 마지막으로 해체한 이들이 5인조 멤버 그대로 다시 대중 앞에 나서기는 17년 만이다.
반가움이 크지만 오랜만에 돌아오는 만큼 해결해야 할 숙제도 상당하다. 물론 ‘무한도전’이라는 든든한 배경을 두고 있는 만큼 비교적 수월하게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17년의 공백, 멤버 개개인이 처한 상황으로 인해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어쨌든 H.O.T 앞에 놓은 과제는 쉽지 않다.
사진=토니안 인스타그램
# 왜 ‘무한도전’ 택했나
H.O.T는 데뷔 20주년을 맞았던 2016년 재결성이 유력하게 점쳐졌다. 그룹 해체 뒤 각자 음악 활동을 해오면서도 접점을 찾지 못했고, 때문에 5명의 멤버가 한 무대에 서는 모습은 한 번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 활동한 젝스키스가 재결성해 성공적인 행보를 보이고, 앞서 또 다른 그룹 GOD 역시 재결합해 성과를 내면서 자연스럽게 시선은 H.O.T로 향했다. 마침 데뷔 20주년을 맞은 H.O.T에게도 관심이 집중됐지만 끝내 소문만 무성할 뿐 이뤄지지 않았다.
H.O.T가 다섯 명의 멤버 그대로 나서기로 한 데는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콘텐츠 기획력에 관한한 가장 탁월한 감각을 보이는 프로그램으로 인정받는 데다 그 자체가 가진 팬덤도 상당해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내는 H.O.T 입장에서는 상당한 안정권에서 출발하는 셈이다.
사진=토니안 인스타그램
‘무한도전’ 제작 관계자는 “오직 다섯 멤버들과 팬만 생각하면서 무대에 서자는, 한 마음으로 특집 무대를 준비하기로 결정했다”며 “H.O.T는 1세대 대표 아이돌로서 시청자들의 추억여행을 책임질 훌륭한 길라잡이가 되기 위해 현재 열심히 안무 연습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H.O.T가 출연하는 방송은 2월 17일과 24일 2회분에 걸쳐 방송한다.
# 멤버들이 풀어야할 숙제
그렇다면 H.O.T 멤버 다섯 명의 현재 상황은 어떨까.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인물은 토니안이다. SBS 예능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에서 자신의 일상을 가감 없이 보이는 동시에 어머니와 함께 출연해 전성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매니지먼트와 콘텐츠 기획을 함께하는 회사 티엔네이션엔터테인먼트를 이끌고 있기도 하다.
그런 토니안은 H.O.T가 ‘무한도전’에 출연한다는 소식을 알린 뒤 멤버 가운데 가장 먼저 자신의 SNS를 통해 글을 썼다. “많은 시간이 흘렀다”고 운을 뗀 그는 “여기까지 오기 위해 많은 용기기 필요했다”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서 미안하지만 예전에 그랬듯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사실 가요계에서는 H.O.T의 재결성은 ‘시간문제’라는 시선도 있었다. 최근 멤버들의 의견이 공통점을 찾아간 데다 ‘무한도전’이라는 매력적인 프로그램이 이들과 손잡기 위해 4년째 꾸준히 접촉해온 영향도 크다. 하지만 다시 출발하는 지금도 여전히 조심스러운 데는 이유가 있다. 멤버 각자의 ‘사정’ 때문이다. 무엇보다 각자의 자리, 활동하는 위치와 처한 상황이 다른 점은 적지 않은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멤버 가운데 음악 활동이 가장 꾸준한 인물은 문희준과 장우혁이다. 강타는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유일하게 SM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된 상태로 다양한 콘텐츠 기획에 참여하고 있다. 토니안은 최근 예능프로그램 출연에 집중하는 상황. 이처럼 흩어진 상태로 오랜 기간 각자 일에 집중해온 멤버들이 하나의 목표를 갖고 뭉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앞서 6인조 젝스키스가 멤버 고지용을 빼고 5인조로 재결성해 음반 활동과 공연을 벌이는 이유도 이 같은 ‘이견’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사진 출처 = 토니안 인스타그램
팬들의 ‘정서’를 다독이는 일도 관건이다. 특히 문희준은 지난해 그룹 크레용팝의 멤버 소율과 결혼하는 과정에서 상당수 팬들의 마음을 잃었다. 결혼 발표 직전 무리하게 강행한 단독 콘서트가 팬들이 원하는 수준의 완성도를 갖추지 못한 채 무성의하게 진행됐고, 갑작스러운 결혼 발표 역시 오랫동안 문희준을 지지한 팬들과 정서적 공감대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불법 굿즈 판매, 재결합 가능성에 대한 경솔한 발언도 팬들이 문제 삼고 있는 부분이다.
당시 H.O.T팬들은 온라인이 마련된 ‘H.O.T 갤러리’를 통해 문희준 지지철회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후 문희준의 활동을 보이콧하겠다는 입장도 취했다. 이에 문희준은 소속사를 통해 “나의 불찰로 빚어진 일”이라며 사과했지만 성난 ‘팬심’은 아직 완전히 돌아서지 않은 상태다.
이번 ‘무한도전-토토가3’ 출연에 있어서도 이 같은 팬 정서와 문희준의 상황 등이 적지 않은 과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전면에 나선 이는 토니안이다. 한동안 소속사도 두지 않고 연예계 활동을 중단했던 이재원을 지난해 자신의 회사로 영입해 활동 기회를 마련해줬고, 방송을 앞두고 문희준까지 한 울타리로 이끌었다. 이로써 이들 멤버 3인은 H.O.T 해체 뒤 17년 만에 한솥밥을 먹게 됐다.
다섯 명의 멤버 가운데 3명이 같은 회사에 몸담고 있다는 사실은 H.O.T 향후 활동에 대한 가능성에도 기대를 향하게 한다. ‘무한도전:토토가3’ 출연 이후 반응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이들이 앨범 등 노래를 발표하고 활동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밑바탕이 돼야 할 ‘소속사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했다는 사실에서 17년 만에 다시 나서는 H.O.T의 행보에 관심을 거두기 어렵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