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초보들의 모내기 체험. 서툴긴 하지만 손놀림이 진지하다. | ||
정작 농촌에서는 반복되는 노동에 지나지 않는 농가살이가 콘크리트 숲속에 사는 도시인들에겐 쾌적한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놀이이거나 건강과 지식을 키우는 체험일 수 있다. 웰빙 바람을 타고 농촌체험 마을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자연스런 현상이다.
경기도 양평의 농촌 체험마을 신론부락. 기자가 참여한 이 체험 프로그램에는 산나물 뜯고, 올챙이와 송어를 잡고, 모내기하고, 병아리 모이를 주는 등 무려 일상에서 추려낸 프로그램이 50가지나 됐다.
서울에서 2시간 정도면 도착되는 경기도 양평군 신론리 마을, 물 맑은 하천을 따라 잘 닦인 길 옆에 정돈된 논밭, 그리고 중간중간 ‘정(情)이 있는 신론리''라는 입간판이 눈에 보인다. 얼마 전 ‘외갓집 농촌 체험 축제’를 크게 개최한 마을답게 깨끗하고 잘 정리돼 있다.
마을 초입에서 차로 5분쯤 들어가니 푸른 잔디가 시원한 운동장이 나오고 먼저 도착한 도시인 방문객들로 활기가 넘친다.
인사를 나눈 참가자들은 인상좋은 김주헌 이장(36)의 안내를 받아 마을 뒤 갈기산으로 향했다. 청량한 산길을 걸으며 체험객들이 하는 일은 산나물 채취. 요즘 먹을 수 있는 곰취, 떡취, 원추리, 움두릅 등 설명을 듣고 나물을 찾아보지만, 풀모양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에겐 초록이 동색이라, 어느 게 나물이고 어느 게 잡초인지 분간할 도리가 없다.
같이 올라온 마을 영농조합 사람들이 빠르게 한바구니를 채워가는 솜씨에 감탄사만 연발하며 올라가지만, 산을 내려올 무렵이면 그래도 다들 무언가 조금씩은 담아들고 온다. 산아래 맑은 냇가. 즉석에서 쌈밥 파티가 벌어진다.
방금 따온 나물을 일급수 시냇물에 깨끗이 씻어내고 마을에서 해온 하얀 쌀밥에 쌈장 고추장을 묻혀 한입 가득 먹는 맛이 별미다.
마을에서는 송어 잡이가 기다리고 있다. 신론천(흑천)에서 하는 송어 잡이는 일정한 구획을 정해놓고 송어를 미리 풀어 사람들이 잡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손아귀를 용케도 빠져 달아나는 송어를 당해내기란 도저히 무리다. 작은 그물망 2개가 동원되고서야 송어를 건져올린 아이들의 함성이 즐겁게 여기저기서 터진다.
벌써 해가 뉘엿뉘엿 기울기 시작한다. 농가 마당에 모여 숯불을 피우고 즉석에서 송어를 굽는 냄새가 온 마을에 퍼지기 시작하면 즐거운 저녁 시간. 꼬치에 꿰어 통째 굽는 송어는 식탁에 내려놓자마자 게눈 감추듯 없어진다.
가마솥에 끓인 송어 매운탕은 낮에 캔 산나물과 함께 어우러져 별미가 따로 없다.
▲ 송어를 잡고 환호하는 아이들. 신론천 송어 잡이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체험이다. | ||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모내기다. 물컹물컹 푹푹 발이 빠지는 물논에 들어가 못줄을 따라 일렬로 서서 모를 심는다. 아빠와 함께 모를 내던 아이들이 모보다 더 많은 올챙이와 개구리를 보고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올챙이 잡기에 더 열을 올린다.
모내기의 또 하나 재미는 역시 새참이다. 큰 양푼에 푸짐하게 밥을 붓고 더덕순, 취나물, 고사리, 돈나물 등을 썰어 강된장 고추장과 함께 비벼 나눠먹는 양푼비빔밥. 집에서는 풋나물에 손도 안 가던 아이들이 한술이라도 빼앗길새라 바지런히 숟가락을 움직인다. 어제 오후만 해도 마을에 가게가 없으니 군것질 거리가 없다고 툴툴대던 그 아이들이다.
이 밖에도 병아리와 토종닭 모이주기, 메밀전 만들기 등 수많은 프로그램이 기다리고 있지만, 1박 일정으로는 못해본 게 너무 많다. 여행사 상품처럼 빡빡한 시간 스케줄을 강요하는 것도 아니고 날씨에 따라, 인원과 연령에 따라 프로그램을 유연하게 진행한다.
봄에는 산나물, 여름엔 숭어, 가을엔 농산물 수확 등 신론리의 체험은 계절마다 달라지고 현재도 계속 개발중이라, 할 것은 무궁무진하다. 한 가족이 오더라도 따뜻하게 맞아주니 이곳에서의 모든 체험이 즐거운 것은 당연한 일. 잊혀진 우리네 고향집이 이러했으리라 생각이 든 순간, 신론리 간판에 쓰인 ‘정(情)’이란 글자가 더욱 크게 눈에 들어온다.
신론리 농촌체험
▲참가 안내 및 문의: 010-9819-2909(이양구) 010-9819-2910 (안문태) http://www.sinnon.net
▲참가비: 1인당 3만5천원(5세 미만 무료, 1박3식+10여 가지 프로그램)
▲5~6월 체험프로그램: 감자캐기(감자요리), 송어 올챙이잡기, 찰떡 만들기, 막국수 만들기 등
▲가는 길: 경기 양평에서 6번 국도->44번 국도 이용, 홍천 방향으로 가다 용두리 ‘다대 휴게소’ 3백m 지나 청운향토마을 간판이 보이면 우측으로 진입, 약 4km. 서울 상봉, 동서울 터미널에서 홍천/횡성행 직행버스 이용, 용두리에서 하차. 청량리 역에서 중앙선 용문역 하차(예약하면 마을 차량이 마중나온다).
▲숙박: 체험객이 적을 때는 횟집을 운영하는 이장댁에 머물거나 미리 예약시 황토방 이용. 6월 중순이면 전통 초가집이 완공될 예정이다. 인원이 많으면 동네 민가에 분산해 팜스테이 가능.
관련정보
www.greentour.or.kr
www.go2vil.org
www.jumalnongjang.com
경기도 녹색 농촌 체험- 경기도 농업정책과(031-249-2612)로 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