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손해 회장이 독박…특이한 지배구조 탓 혐의 입증 쉽지 않을 듯
회사 돈을 빼돌려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세금을 탈루한 혐의 등을 받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1월 31일 검찰에 출석하고 있다. 임준선기자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검사 구상엽)는 지난달 31일과 1일 양일에 걸쳐 이중근 부영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검찰이 이중근 회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임대주택법 위반 등. 이 회장 측은 ‘법률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다. 조치를 다 했다’는 입장이지만, 검찰의 판단은 다르다. 일부 지시의 경우 정상적인 법률 검토 없이 이뤄진 부분을 찾아냈다. 검찰은 이 회장의 혐의가 중하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렇다면 법조계의 판단은 어떨까. ‘비상장 1인 회사 구조인 부영그룹의 지배 구조 등을 감안할 때 혐의 입증이 쉽지 않다, 부영 측에서 다퉈볼 여지가 많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부영을 향한 사정당국의 칼날은, 2016년 4월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국세청이 시작이었다. 국세청은 이중근 회장이 친인척 명의의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계열사 거래 과정에 끼워 넣어, 100억 원대 통행세를 받아 챙긴 정황을 포착했다. 또 2000억 원이 넘는 돈이 캄보디아 신도시 조성사업 등에 들어간 과정에서 역외 탈세 정황이 있는 것도 찾아냈다.
국세청에서 정리해 검찰에 넘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 배당됐다. 2016년 중반, 검찰은 부영 내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압수수색도 준비했다. 하지만 갑작스레 터진 일련의 사건들에 발목이 잡혔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법조 로비 사건이 불거지면서 수사는 미뤄졌다. 부영은 그 사이에도 전관 출신 변호사를 선임하며 수사에 대비했고,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까지 터지며 자연스레 부영 사건은 잊히는 듯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검찰은 다시 부영 사건을 꺼내들었다. 사건은 특수1부에서 공정거래조세조사부로 재배당됐고, 공조부는 그동안 정리된 역외탈세, 횡령, 회사자금 유용, 부당이익을 취한 불법분양 등 각종 혐의점을 정리해 수사 범위를 추리는 내사를 다져왔다. 그리고 지난달 9일에는 부영주택을 비롯한 부영그룹 계열사를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검찰이 부영에 보고 있는 큰 혐의는 세 가지다. ▲친인척을 서류상 임원으로 올려 급여 등을 빼돌리거나, 부인 등 친인척 명의 회사를 계열사로 신고하지 않고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100억 원가량을 챙기고 ▲임대주택을 분양 전환하는 과정에서 공사비 등 분양가를 부풀려 수천억 원 상당의 부당 이득을 챙겼으며 ▲또 캄보디아 부동산 개발에 투자된 2000억 원이 넘는 돈 중 일부가 비자금으로 흘러간 정황이 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검찰에 출석하면서 각종 혐의에 대해 “회사가 법을 지켰을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검찰의 판단은 다르다. 특히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외곽에 수만 가구에 달하는 주택공급 목적으로 부영크메르1·2를 세웠는데, 이 회장이 지분 90%, 부영주택이 10% 지분으로 투자된 점, 부영주택이 이 법인에 2500억 원을 송금했는데 사업 지연에 따른 누적 손실이 생겼다는 이유로 이 돈의 상당액이 장부상에서 사라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이런 정황을 미뤄 볼 때 구속영장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회장 측은 ‘모두 설명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 측은 검찰에 “캄보디아 사업 진행 건은 부하 직원이 담당해서 정확히 모르고, 이 회장의 지분이 많았던 것은 캄보디아 측에서 요구해 온 내용이다, 사업적인 손실을 이 회장에게 묻는 것은 지나치다”고 반박했다. 이 과정에서 캄보디아에 근무하는 직원이 검찰의 소환 통보에 쉽사리 응하지 않아, 한동안 수사가 차질을 겪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 회장 측 변호인은 “지금 사놓은 땅이 엄청 가격이 올랐다”며 “손실이 아니라 성공적인 투자”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법조계는 ‘부영’의 특이한 지배 구조가 검찰이 중하다고 보고 있는 이 회장의 혐의를 ‘다소 가볍게 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한다. 건설 임대업으로 성장한 부영그룹은 산하 계열사가 모두 비상장사다. 사실상 이중근 회장의 1인 기업이나 마찬가지다. 팔순을 바라보는 고령이지만, 아직 자녀들에게 지분 정리를 하지 않았다. 부영의 경우 이중근 회장의 지분이 93.79%이고, 나머지도 부영 자사주(3.24%), 이중근 회장의 장남 이성훈 씨(1.64%), 이 회장이 세운 공익재단 우정학원(0.79%) 등이 지분을 나눠 가지는 구조다. 회사의 손실이 발생해도 이 회장 혼자 입는 구조다.
대형 로펌 관계자는 “원래 주식회사는 ‘주주’에게 손해가 간다는 점에서 경영진의 비리에 대해 더 엄하게 접근한다”며 “비상장 1인 소유 기업의 경우, 오너의 횡령과 배임으로 손해가 발생해도 그 손해를 온전히 오너가 지지 않냐, 법인도 인격이 있기 때문에 각종 경영 비리에 대해 처벌이 가능하지만 그 정도가 불구속 수준으로 매우 약한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앞선 이 회장 측 변호인 역시 “이 회장이 담보물을 잡지 않고 법률적으로 약간의 문제가 있게끔 일처리를 해, 그로 인해 약간의 손해를 입었다고 해도 모두 이 회장의 손해고 이에 대해서 이미 변제도 마무리했다”며 “이번 사건은 약간의 애매한 법률 처리 부분을 검찰이 억지로 확대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부영 수사를 놓고 ‘정치적 판단’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중근 회장이 지난 2016년 안종범 당시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만나,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소유한 K스포츠재단에 70억 원을 내는 대신 세무조사 무마를 청탁했다’는 얘기도 여러 차례 나왔지 않냐“며 ”그런 부분이 검찰이 다시 수사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환한 기자 bright@ilyo.co.kr
아프다더니 강연석에…이중근 회장 실제 몸 상태는?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 (1월 29일 오전 소환 불응하며) -> “오늘 생일이고 몸이 안 좋다, 오후에 나가겠다.” 1월 (30일 오전 소환 불응하며) 회삿돈을 빼돌려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세금을 탈루한 혐의 등을 받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29일 검찰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임준선 기자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몸 상태를 둘러싼 진실은 무엇일까. 당초 검찰은 1월 29일 소환을 통보했지만, 이 회장은 잇따라 불응했다. 특히 생일 등을 언급하는 이 회장의 태도에 검찰 내에서는 ‘뻔뻔하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였다. 이 회장이 소환시간을 자기 마음대로 정하려고 했다는 것. 아프다던 이 회장이 한 행사에 강연자로 참석한 사실 역시 검찰을 자극했다. 검찰은 이 회장의 강제 신병확보 방안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회장은 실제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응한 3차 출석(31일) 조사 때는 실제 건강 상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 회장이 검찰 조사 과정에서 몸이 좋지 않다며 고혈압을 호소해 상대적으로 빨리 조사를 마무리했다”고 귀띔했다. 31일 이 회장은 오후 8시쯤 조사를 마치고 귀가했는데 이는 새벽 1~2시쯤 조사가 마무리되는 통상의 사례와 비춰봤을 때 많이 빠른 편이다. 고령(77세)의 이 회장은 언론 보도에 알려진 것만큼은 아니지만, 정상적인 몸상태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화제를 모은 이 회장의 화려한 변호인단은 잇따른 소환 불응에 따른 검찰의 분노를 잠재우는 과정에서 큰 도움은 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회사 고문인 이준보 전 고검장(법무법인 양헌)을 중심으로 채동욱 전 검찰총장(법무법인 서평), 강찬우 전 검사장(법무법인 평산) 등 초호화 변호인단을 꾸렸다. 아파트 분양 관련 문제에 대해서는, 김능환 전 대법관(법무법인 율촌)을 선임하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대했던 효과는 없는 것 같다’는 게 검찰 안팎의 평가다. 앞선 검찰 관계자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변호인단으로 선임이 됐다고 하지만, 직접 움직이기에는 검찰총장까지 하신 너무 높은 분 아니냐, 이름만 걸어놓아도 존재감은 있지만, 구체적으로 사건에 큰 도움을 주지는 못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고, 부영 측 변호사들 중 일부는 “이름값일 뿐 직접 사건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