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여성 실명 공개까지 ‘실언’
7일 천안시청 브리핑실에서 이기춘 천안시체육회 사무국장이 시체육회 성추행 은폐의혹에 대한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천안=일요신문] 박하늘 기자 = 천안시체육회가 여직원 성추행 사건 은폐 의혹에 휩싸인 가운데 시체육회 사무국장이 이 사실을 인지하고도 체육회장인 천안시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또한 사무국장은 공식적인 자리인 기자회견에서 피해 여성의 실명을 거론, 비난을 샀다.
7일 천안시와 천안시체육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천안시체육회 소속 직원 8명이 체육회 상임부회장 A씨와 사무국장 B씨에게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10여 차례에 걸쳐 성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천안시에 접수했다. 피해자는 1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안시와 시체육회는 이 사실을 인지하고도 징계위원회나 여타의 적법한 조치없이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상임부회장 A씨와 사무국장 B씨는 지난해 7월 사표를 제출하고 퇴임했다.
이 의혹에 대해 이기춘 천안시체육회 사무국장은 7일 천안시청 브리핑실에서 해명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 사무국장은 체육회장에게 보고했느냐는 질문에 “진정서가 접수된 당시에는 시장에게 보고됐는지는 알지 못한다”며 “부임 이후 사건을 알게 됐지만 피해 당사자(실명)가 이 문제가 더 이상 거론되지 않길 원해 체육회장에게 보고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천안시체육회 임직원 직무관련 고발 규정에 다르면 천안시체육회 임직원들의 범죄 혐의 사실을 발견하거나 보고 및 통보를 받은 경우 천안시체육회장(천안시장)은 이를 사법기관에 고발해야 한다.
사무국장이 성추행과 같은 무거운 사안을 체육회장에게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오히려 그의 직무유기와 조직 내 성범죄 예방 의지를 의심케 한다. 이 사무국장은 해명 과정에서 피해 여성의 실명을 거론해 기자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이어 그는 피해 여성들이 진정서를 천안시 감사관실에 제출한 것에 대해 “시체육회 자체적인 기구가 있기 때문에 당시 사무국장과 상의했어야 한다”고 말해 실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당시 사무국장은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이다.
시체육회는 민간인을 포함한 조사위를 구성하고 조사결과에 따라 적법한 조치를 취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천안지역 여성단체는 오는 8일 천안시체육회 성추행·성희롱 사건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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