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발 거래소 수사확대 가능성…G20서 규제에 방점 찍힐지 주목
지난해 벼락처럼 등장해,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상화폐)의 가격 흐름이 심상치 않다. 1월 6~7일쯤, 2800만 원(업비트 기준)을 넘었던 암호화폐 대장 격인 ‘비트코인’은 600만 원대까지 떨어졌다가 9일 오전 한때 1000만 원을 넘볼 정도로 회복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제 하락장은 끝난 것 같다’는 전망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저명한 경제학자들은 대부분 여전히 ‘부정적’이다. 가치가 없기 때문에 제로(0)달러로 수렴할 것이라는 것. 암호화폐 투자·채굴업계 관계자들 역시 신중한 모습이다. 하나같이 “지금은 안갯속이다, 더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다, 3월이 되면 윤곽이 드러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혼돈 속으로 빠져버린 암호화폐 시장, 다시 상승장을 연출할 수 있을까.
“3월이 진짜 고비다. 지금은 ‘가격’보다는 ‘규제’를 넘어서 시장이 만들어진다는 게 확실히 드러나야 한다. 그때까지 버티면, 남아있는 업체들은 새로운 모멘텀을 열어갈 수 있다. 살아남는 자가 승자인 상황이다.”(채굴업계 관계자)
최근 급락을 거듭하며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는 암호화폐의 채굴 효율성이 여전한지를 묻자 채굴업계 관계자가 내놓은 답변이다. 지금은 가격보다 ‘시장’이 확실하게 만들어 질지 여부가 더 중요하다는 것. ‘얼마에 거래되느냐’보다 한국과 중국 등 각국 정부 규제를 넘는 게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정부는 전기세나 회계 처리 등을 이유로, 암호화폐 거래소는 물론 채굴업계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조사를 하고 있다.
사정당국도 나섰다. 경찰은 빗썸 거래소에 대한 압수수색과 함께,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혐의는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여부. 이를 위해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빗썸 운영사인 비티씨코리아닷컴에 수사관 10명을 보내 서버 등 해킹 피해 관련 자료를 입수했다.
빗썸은 지난해 두 차례에 걸친 해킹 공격으로 빗썸 이용자 정보 3만 1506건과 빗썸 웹사이트 계정정보 4981건 등 총 3만 6487건을 탈취당했다. 유출된 계정 가운데 266개 계정에서 암호화폐가 출금된 것으로 드러났는데, 국정원 등을 중심으로 해킹 배경에 ‘북한’이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아직 ‘킴수키’ 등 북한 소행임을 입증할 해킹 증거는 나오지 않았지만, 빗썸 거래소의 부실한 개인 정보 보호 정책이 실제로 드러날 경우, 다른 거래소들로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업계는 혐의보다도 ‘압수수색’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빗썸의 개인 정보 보호 체계를 빌미로 삼았다고 하더라도,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압수수색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 관계자는 “빗썸 거래소 오너에 대한 수사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지 않았냐”며 “거래소를 잡겠다는 정부 의지가 강력한 만큼 수사 방향이 어디로 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특히 그는 “8~9일부터 신규 자금이 거래소에 들어올 수 있는 점, 아직 신규자금이 미미한 점 등을 감안할 때 2월은 지나야 상승장 여부를 확신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 3월 열리는 G20 정부규제도 ‘관건’
업계가 3월을 주목하는 이유는 또 있다. 현지시간으로 3월 19일,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암호화폐 규제안이 다뤄질 예정이기 때문. 프랑스와 독일 정부가 오는 3월 개최될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공동으로 규제안을 제안할 예정이다. 양국은 이미 G20 참석 국가들에게 이런 의견을 전달했는데, 한국 정부도 입장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규제안에는 미국도 동참한다. 시걸 맨델커 미국 재무부 테러·금융정보부문 차관은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이미 지난달에 밝힌 바 있다.
하지만 G20에 참여하는 모든 국가들이 암호화폐에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일본은 높은 기준을 제시하는 방법으로 암호화폐 거래소 설립을 허가하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G20에 속해있지는 않지만 스위스 정부도 암호화폐의 잠재력을 인정하며 암호화폐의 허브가 되겠다고 선포했다. 스위스 취리히 인근 도시 주크에는 암호화폐 밸리가 형성됐고, 암호화폐 공개를 원하는 스타트업들의 진출도 받는다는 계획이다. 싱가포르도 암호화폐 시장을 선점하겠다며, 정부 차원에서 나서고 있다.
앞선 채굴업계 관계자는 “이제 남은 굵직한 악재는 G20에서 전세계적으로 어떤 공통된 규제안을 논의하느냐인데, 내용을 자세히 보면 악재만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규제안을 다루는 것은 맞지만 이는 ‘불법적인 거래’에 대한 우려일 뿐 블록체인 등 암호화폐 기술에 대한 규제는 아니다”라는 주장이다. 실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역시 지난 8일 ‘암호화폐 관련 주요국의 정책 현황과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통해 “주요국들은 대부분 현행 암호화폐의 익명성이 조세회피, 테러 지원, 마약밀매, 불법자금 융통 등에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제정책을 추진 중”이라며 불법적인 요소를 차단하기 위한 긴밀한 공조 자리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 가격은 슬슬 반등하는데, 변동성은 ‘여전’…엇갈리는 전망
지난달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거래소를 폐쇄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얘기하는 순간부터(실제 하락은 그 외 중국 규제 등 다른 악재들이 겹치면서 계속됐다) 줄기차게 떨어졌던 암호화폐 가격 역시 조금씩 안정세를 찾는 모양새다. 특히 비트코인캐시, 비트코인골드 등 비트코인을 대체하겠다며 나온 알트코인들 중 일부는 8일 한때 40% 넘게 오르며, 과거 ‘급등세’를 잠시나마 연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망은 여전히 엇갈린다. 암호화폐를 ‘재화’로 보고 선물 거래를 시작한 미국 월가에선 ‘가치가 제로(0)달러가 될 것’이라는 전망부터, ‘5만 달러까지 갈 것’이라는 분석이 모두 나오고 있다.
부정적인 전망부터 짚어보자. 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와 월가의 대표적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 등이 ‘암호화폐 무용론’을 앞장서서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08~2009년 전 세계를 휩쓸었던 리먼 브라더스 사태를 예견해, 닥터 둠으로 유명한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 트레이더들이 자전 거래를 통해 가격을 올리는 수법을 쓰는데, 정부가 이를 단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비트코인은 교환 가치가 없다”며 “버블이 꺼지면 가격이 제로로 수렴한다. 비트코인 버블은 인류 역사상 최대의 버블”이라고 비판했다.
세계 최고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도 ‘가치 제로’ 평가에 힘을 보탰다. 월가 주요 투자은행 중 처음으로 암호화폐 데스크를 설치할 정도로 암호화폐에 관심을 보였던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통해 “지금의 암호화폐들은 새로운 유형의 미래화폐들이 등장하면서 모두 가치를 잃게 될 것”이라고 루비니 교수의 분석에 지지를 보냈다. 골드만삭스는 “내재적 가치의 부재로 인해 현행 암호화폐들은 거래가 거의 끊길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그 근거로 1990년대 말 닷컴 버블의 주인공 중 현재까지 살아남은 기업은 많지 않다는 사실을 덧붙이기도 했다.
미국 투자 큰손들도 부정적이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헤지펀드들은 2월 초에 모두 2974건의 숏 포지션(매도) 계약을 맺었는데, 이는 이 전주보다 5배 증가한 양이다. 비트코인의 가격이 더 폭락할 것이라고 점친 것인데, 이에 비해 롱 포지션(매수) 계약은 895계약으로 22%가량 감소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내다보는, 장밋빛 전망도 여전하다.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비트코인 투자로 큰돈을 번 윙클보스 형제 등은 연내 5만 달러까지 갈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윙클보스 형제는 2008년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설립자 겸 CEO가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훔쳤다며 소송을 제기해 6500만 달러를 보상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은 코인 가격이 지금은 주춤하지만 시가총액도 1조 달러를 돌파할 것이라 주장했다. 정부의 규제가 암호화폐 거래소 인정 등으로 더 안정화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이들은 ‘금’을 암호화폐 가격 급등 전망의 근거로 들었다. “금을 금으로 만드는 게 희소성”이라며 “비트코인은 공급이 제한돼 희소성이 크다, 비트코인이 금을 대신할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다. 그러면서 지금의 금시장이 7조 달러 규모인 걸 보면 비트코인 시장의 잠재적 규모는 지금의 30~40배에 이른다고 강조했다. 제이미 버크 아웃라이어 캐피털의 CEO 역시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블록체인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거래 기술 등 펀더멘털이 더욱 좋아지고 있다, 2월 이후에 암호화폐 시장이 반등해 연내 시총이 1조 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6년부터 채굴을 시작한 암호화폐 관계자 역시 “원래 전통적으로 암호화폐는 1월에 가격이 급락했다가 다시 연말까지 오르는 구조였다”며 “1월에 떨어질 것은 누구나 예상했던 내용이다, 이제 연말까지 다시 상승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특히 그는 “지난해는 ICO(암호화폐 공개 : 사업자가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를 발행하고 이를 투자자들에게 판매해 자금을 확보하는 방식)의 해였다면, 올해는 이를 활용한 핀테크 등 거래 시장이 구축되는 해”라며 “코인 중 기술력이 떨어지는 일부 코인들은 사라지겠지만, 살아남아 거래 시장을 구축하는 코인들은 가치가 폭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예전과 달라진 구조는 ‘변수’
그럼에도 암호화폐 투자 전문가들은 암호화폐 투자는 조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1년 사이 암호화폐 거래를 주도하던 흐름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일부 유료 투자방에서조차도 “확실하게 저점을 확인하고 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아직 저점이 아닐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때 600만 원 선까지 내려갔던 비트코인 차트. (캡쳐 = 코인원)
우선 시장은 ‘중국 돈’이 빠져나간 것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014년까지 약 100달러 내외의 가격을 유지했던 비트코인이 폭등한 것은 2013년 말 중국인들이 대거 암호화폐를 구입하기 시작한 뒤다. 2014년 한때는 비트코인 위안화 거래 비중은 90%에 달했다. 부정부패에 연루된 고위공직자와 부호들은 재산을 국외로 빼돌리는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선택하면서 대대적인 매수세가 유입됐던 것인데, 지난해 9월 중국 당국은 비트코인 과열을 우려해 중국 내 가상통화 거래사이트 거래를 중단시키면서 현재는 위안화 거래 비중이 1~2% 수준에 불과하다.
몇몇 큰손들에 의한 시세 조작 의혹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자전거래는 사전에 약속한 이들끼리 정해진 가격에 물건을 사고파는 행동을 반복해 거래량을 늘리고 가격을 끌어올리는 수법인데, 미국 털사대 컴퓨터공학과와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경제학과 연구진은 ‘비트코인 생태계의 가격조작’이라는 논문을 통해 비트코인 가격이 1~2명의 큰손에 의해 조작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를 활용했다는 거래사이트와 암호통화 업체 간 결탁 스캔들도 여전히 유효하다. 미국 상품선물위원회(CFTC)가 세계 5위권 암호화폐 거래사이트 비트피넥스(Bitfinex)와 암호통화 스타트업 테더홀딩스(Tether)의 시세조작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테더홀딩스는 1테더(USDT)를 1달러로 교환해준다는 조건으로 암호통화를 발행했지만 실제 그만큼의 달러를 확보하지 않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들을 향한 의혹은 꽤나 구체적이다. 테더홀딩스와 비트피넥스의 창업자와 최고경영자(CEO)가 동일해, 사실상 한 회사라는 점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한 ‘청문회’가 열렸지만, 정작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시세 조작 의혹에 휩싸인 가상통화 스타트업 ‘테더’를 조사하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첫 청문회에서는 오히려 암호화폐와 암호화폐 시장을 인정한다는 발언이 나왔다. 청문회를 우려해 급락했던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가격은, 청문회가 끝나자 급등하기도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규제를 하지만 결국 블록체인 ‘기술’은 그 누구도 부정 못할 만큼 확실한 것 아니냐”며 “코인들 대부분이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지만,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기술 중 일부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세계 금융 시스템에 차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환한 기자 brigh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