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심리에 따른 거품” VS “탄탄한 블록체인 기술 뒷받침”
지난 1월 정부의 규제안 발표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1월 18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의원들의 가상화폐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1월 6일 비트코인의 시세는 1코인 당 2661만 원(코인원 기준)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해 1월 7일 비트코인 최고가는 150만 원으로 1년 만에 무려 18배가량 오른 것이다. 하지만 1월 6일 역대급 상한가를 치던 비트코인 시세는 그 다음날부터 하락세를 보이며 2월 2일 오전 9시 기준 867만 원까지 떨어졌다.
비트코인의 갑작스러운 폭락은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거래소 폐쇄’ 발언이 발단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1월 11일 박상기 장관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며 “어떤 상품 거래의 급등락과 비교했을 때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김치 프리미엄’이 언론에 등장하는 등 한국 거래가 비정상적이라는 해외의 평가가 내려졌다”고 입장을 밝혔다.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를 사실상 ‘투기’로 규정 내린 것이다. 지난 31일 김동연 경제부총리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거래소 폐쇄에 대해) 배제할 수는 없다”며 불확실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미국과 인도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안도 정부 입장과 결을 같이한다. 외신에 따르면 2월 1일(현지시간) 아룬 제이틀리 인도 재무장관은 “인도정부는 가상화폐는 법정화폐로 인정하지 않는다”며 “정부는 가상화폐가 불법적인 재무행위에 이용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도 가상화폐에 대해 규제 쪽으로 방향을 틀긴 마찬가지다. 최근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거래소 ‘비트파이넥스’와 가상화폐 스타트업 ‘테더’에 대해 두 업체가 테더 코인을 통해 비트코인 가격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가지고 조사를 시작했다.
비트코인 약세가 지속되며 최근 국내 비트코인은 ‘역 김치프리미엄’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한때 25%에 달했던 국내 비트코인 김치 프리미엄이 1월 초 정부 규제안 발표 이후 완전히 해소된 것이다. 2월 2일 오후 4시 빗썸 기준 비트코인 1코인은 884만 원으로 918만 원인 세계 평균시세보다도 오히려 낮다.
1월 초순 2661만 6000원으로 고점을 찍은 비트코인 가격은 이후 급락세로 돌아서 2월 초 902만 8000원까지 하락했다. 코인원 홈페이지 캡처.
일부 가상화폐 업계 관계자는 최근의 비트코인 하락세는 매년 1월에 반복되는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고 분석한다. 한 가상화폐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월 5일에도 비트코인 1코인 가격이 150만 원까지 올랐지만 이틀 뒤 82만 원까지 떨어졌고 같은 달 12일까지 하락세를 보였지만 그 이후 가격이 급등했다”며 “상승세는 5월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존버(오랫동안 버티기)하겠다는 투자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은 4차 산업 혁명의 핵심 기술인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가치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나는 가상화폐로 3달 만에 3억 벌었다’의 저자 빈현우 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1코인당 2000만 원이 넘었던 최근의 비트코인 시세는 투기심리,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이슈가 반영된 비정상적인 가격으로 사실 과거부터 일직선으로 가격이 상승했다면 지금의 가격 정도가 되는 게 맞다”며 “가상화폐 관련 기술들이 앞으로 발전하면 미흡한 점들이 상당 부분 보완되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관계자는 “새로 발행되는 코인들을 비트코인, 이더리움 같은 베이스 가상화폐로 구매할 수있는 기술도 현재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비트코인의 앞날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비트코인 시세가 폭락하는 가운데 최근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하이먼 민스키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하이먼 민스키는 금융의 불안정성을 연구한 미국의 경제학자로서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목받았다. 그의 모델에 따르면 자산은 가격 상승, 1차 현금화, 언론보도 증가, 열정·환상·탐욕의 과정을 거쳐 가치가 크게 상승하지만 새로운 논리 탄생, 공포·투매, 좌절의 과정을 거쳐 급락한다. 일부 투자자들은 하이먼 민스키 모델을 토대로 현재 비트코인이 공포·투매 단계에 있으며 앞으로 좌절 단계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분석한다.
한편 1월 10일 미국의 부호이자 투자회사 ‘버크셔 헤서웨이’의 오너 워런 버핏은 미 경제전문 방송채널 CNBC을 통해 “나는 가상화폐의 끝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며 비트코인을 ‘신기루’라고 칭하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