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떡 품평 시간. 수강생들은 윤숙자 소장이 자신들의 작품을 어떻게 평가할까 기대 반 걱정 반이다. | ||
이런 현실이다 보니 빵이나 파이를 만들 줄 아는 사람은 많아도 떡을 제대로 만들 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대다수의 주부들은 전통떡에 대해 ‘대단히 번거롭고 만들기 힘든 것’이라는 편견마저 가지고 있다. 그러나 재료준비과정에서 약간의 수고만 감수한다면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게 떡이다. 맛과 정성이 가득하고 가족 영양간식으로도 그만인 전통떡 만들기를 배울 수 있는 곳이 있다.
서울 종로구 와룡동에 자리잡은 (사)한국전통음식연구소. 이곳에 가면 간단한 일일체험에서부터 전문과정까지 전통떡 만드는 방법을 전문가로부터 배울 수 있다. 배제대학 전통조리학과 교수를 지낸 전통음식 분야의 명인 윤숙자(57) 소장을 비롯해 떡 한과 폐백 이바지 궁중음식 전통주 전통차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강사로 참여하고 있다.
윤 소장의 떡 만들기 수업이 있던 날. 20여 명의 수강생 가운데 대부분은 주부들로 충북, 부산 등 지방에서 올라온 수강생들도 있었다. 수강생들은 윤 소장의 말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며 선생님의 시범을 꼼꼼히 살피고 노트에 메모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 시루를 들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맛있는 호박편이 입맛을 당긴다. | ||
떡 종류는 크게 찌는 떡, 치는 떡, 삶는 떡, 지지는 떡 등 4가지로 나뉜다.
윤숙자 소장의 강의와 시범이 끝나자 본격적인 실습이 시작됐다. 4∼5명이 한 조가 되어 찌고 삶고 지지고, 손들이 무척 바빠졌다. 강의를 알아듣기 쉽게 해서인지 헤매지 않고 곧잘 만들어낸다.
부산에서 올라온 홍영미씨가 수준급의 작품을 만들어냈다. 떡 한과 중급반과 고급반 수업을 동시에 듣고 있는 홍씨는 매주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새벽 6시 서울행 기차를 탄다. 여기서 배운 떡을 가족들에게 만들어주는 재미에 푹 빠졌다는 홍씨는 나중에 자신만의 브랜드로 창업해 세계시장까지 진출하겠다고 포부를 펼친다.
호박편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고운 멥쌀가루와 4등분하여 씨를 제거한 후 쪄서 체로 내린 단호박을 고루 섞는다. 단호박은 반드시 세워서 쪄야 호박살에 물이 적게 스민다. 6시간 이상 물에 불려 껍질을 벗겨낸 거피팥을 찜통에 찌고, 이것을 다시 체로 내려 고물을 만든다. 고물에는 설탕을 조금 섞어 단맛을 낸다. 마지막으로 시루에 시루밑을 깐 다음 고물과 호박을 섞은 쌀가루를 켜켜이 번갈아 안치고 냄비 위에 올려서 쪄내면 떡이 된다. 냄비와 시루가 맞닿는 부분은 밀가루 반죽으로 시룻번을 붙여 김이 새지 않도록 해야 한다. 찌는 시간은 시루에 김이 오르기 시작한 후 10분이면 족하다.
호박편이 시루에서 쪄지는 동안 서여향병 만들기 실습이 이어졌다. 껍질 벗긴 마를 가래떡 썰듯 0.5cm 두께로 어슷하게 썰어 찜통에 5분 정도 찐다. 무르지 않을 만큼만 쪄야 지질 때 부서지지 않는다. 찜통에서 꺼낸 마 위에 찹쌀가루를 입히고 기름을 두른 팬에 노릇하게 지진다. 다 지지면 그 위에 꿀을 바르고 곱게 다진 잣가루에 묻혀 낸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은 법. 다 만든 호박편이나 서여향병에 치자나 오미자 물을 들여 꿀에 절인 박오가리를 이용해 꽃모양, 잎모양 등 무늬를 찍어 장식하면 만드는 사람이나 먹는 사람 모두 기분이 좋다.
(사)한국전통음식연구소에서 떡 한과, 폐백 이바지, 전통음식, 전통차, 전통주 등의 과정을 모두 수강하면 ‘전통병과 1급 기능사’나 ‘전통혼례음식 1급 기능사’ 등 자격시험 응시 자격이 주어진다. 떡 한과 전문과정은 3개월 단위로 일반 중급 고급 연구반이 있으며, 과정별 수강비용은 재료비 포함 30만원. 일일체험은 20명 이상 단체예약해야 가능하다. 일주일 정도 여유를 두고 예약하는 것이 좋다. 체험비용은 성인 2만원, 학생 1만원이다.
어떻게 찾아가나
(사)한국전통음식연구소 서울 지하철 1호, 3호선 종로3가역. 6번 출구에서 도보로 3분. 연구소 건물 2∼3층에는 떡·부엌살림 박물관이 있다. 우리 고유의 부엌살림과 떡 관련 소장품 2천여 점이 주제별, 용도별로 전시돼 있어 누구나 둘러볼 수 있다.
02-741-5411 www.kf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