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질간질 바닷바람 ‘콧노래가 절로’
▲ 영화 <마파도>의 촬영지 동백마을(왼쪽). 마늘밭엔 파릇파릇 또하나의 봄물결이 넘실거린다. 오른쪽은 법성항으로 가는 구불구불 오솔길. | ||
영광 서쪽 해안선은 동해안 7번 국도만큼이나 다양한 즐거움이 있는 곳이다. 칠산 앞바다에서 조기를 잡아 수라상에 올리던 법성포, 그 북쪽으로는 여름철 해수욕장으로 이름난 가마미해수욕장과 계마항, 남쪽으로는 백수해안도로의 아름다운 드라이브길이 펼쳐진다. 특히 가마미에서 백수해안도로까지는 멀리 남해섬의 미항들과 해안절경을 빼닮았다.
백수해안도로는 전형적인 리아스식 해안으로 굴곡이 심한 해안을 따라 길이 나있다. 아찔하게 내려다보이는 해안절경이 통쾌하다. 아직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아 호젓한 드라이브 코스로 그만이다. 법성포에서 터미널 삼거리를 지나자마자 오른쪽으로 ‘백수해안도로’ 이정표가 나타난다. 구수산 중턱을 넘어 호젓한 산길을 따라 10여 분간 달리게 되는 데, 이쪽 경치도 제법 운치가 넘친다.
법성포에서 시작된 백수해안도로의 총 길이는 약 19km. 원불교 영산성지를 지나면서부터 보석 같은 해안선이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보이는 것은 은빛으로 부서지는 바다, 그리고 점점이 떠오르는 섬의 모습이다. 사람의 때가 묻지 않은 순수 풍경이 온전히 빛을 발한다. 서해바다를 혼자서 껴안을 듯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전망대도 올라서 보자. 같이 선 누구라도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일어날 만한 절경이다.
▲ 백수해안전망대. 바다로 난 계단이 있어 절경을 더욱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다(맨위). 영화를 찍었던 세트장.법성포 명물인 영광굴비(맨아래). | ||
해안도로를 달리기 전 영광 여행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법성포를 빼놓을 수는 없다. 봄철 조기 어획을 막 끝낸 법성포는 ‘굴비거리’로 불리는 식당가가 유명하다. 조기는 냉이와 함께 기운을 돋워주는 봄철 음식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특히, 3월 중순 법성포 칠산 앞바다를 지날 때 잡은 조기가 가장 알이 충실하고 황금빛 윤기가 돌며 맛이 있다. 이때 잡은 참조기에 1년이 지난 천일염으로 간을 하고 적당한 일조량과 습도 바람 등의 건조과정을 거쳐 그 유명한 ‘영광굴비’가 탄생한다.
포구는 한가롭지만, 굴비한정식을 찾아 멀리서 오는 사람들은 많다. 입안에서 살살 녹는 영광굴비의 고소한 맛을 느꼈다면, 포구 뒤쪽 숲쟁이와 느티나무군락, 그리고 전망대에도 들러보자. 전망대 주변의 오래된 골목과 10년에서 2백 년 사이 수령의 느티나무들이 옛 고향에 돌아온 듯한 푸근한 정서를 느끼게 한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법성포 전경도 시원하다.
두 개의 등대가 마주보고 있는 계마항과 가마미해변의 아름다운 백사장도 법성포에서 약 10분 거리다.
요즘 영광에는 영광굴비 못지않게 외지인에게 알려진 새로운 명소가 생겼다. 바로 영화 <마파도>의 촬영지인 동백마을. 영화가 흥행한 덕분에 부쩍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졌다. 이름처럼 동백꽃 나무가 많은 이 마을은 백수해안도로의 중간 지점, 해안 절벽 아래 숨어 있다.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다가 ‘마파도 촬영지’ 이정표를 따라 미끄러지듯 내려가면 동백마을이다.
마을은 전형적인 내륙해안 어촌의 다랭이마을을 보는 듯하다. 뒤로 높은 산이 버티고 있고 앞으로는 막힐 것 없이 펼쳐진 바다, 그 중간에 계단식 텃밭과 낡은 초가집들이 바다를 향하고 있다. 한두 곳은 현대식 건물로 다시 지었으나 대부분 흙으로 지은 소박한 집들이 돌담 어느 한쪽 으스러지고 무너진 채로 남아 있다.
영화 속 ‘오~지게 빡센 섬 마파도’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섬이다. 동백마을의 특이한 지형을 이용해서 찍은 가상의 섬인 것이다. 영화 <마파도>에는 섬의 주민이라고는 20년간 남자 구경을 못한 과부 할머니 다섯 명이 전부고, 그 곳에 비리경찰 이문식과 이정진이 끝순이를 찾으러 온다는 설정인데, 영화에서처럼 마을 주민 대부분은 할머니들이다. 15가구에 15명의 주민, 그 중 혼자 사는 과부 할머니가 열셋! 이 정도면 영화이야기는 뒷전이다. 실제로 마을을 한 바퀴 다 돌아도 남자를 만날 수 없는 것은 영화와 가장 닮은 점. 노인정의 이름도 동백마을 여자경로당이다.
“오미~ 마파도가 대박 나부렀어. 우짜스까이! 저어짝이 회장님댁이여….”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석구미 해수찜. 돌을 달군 후 해수에 넣고 가마니를 얹은 후 그 위에 앉는다. | ||
마을에는 영화를 위해 만든 다섯 할머니의 집이 그대로 남아 있다. 특별히 말해주지 않으면 어느 집이 세트인지 모를 정도로 마을의 집들과 닮은꼴이다. 극중 회장댁(여운계 분)과 진안댁(김수미 분) 대청에 앉아보면 가슴 속에서부터 ‘아!’하는 탄성이 저절로 터져 나온다. 눈앞에 펼쳐지는 서해바다의 풍광이야말로 동백마을의 진풍경이다.
이문식이 끝순이를 찾아낸 해식동굴도 바닷가에 실재하는데, 썰물 때 직접 걸어가 볼 수 있다. 해안선 끝자락에 동백꽃 군락이 있어 이제 막 떨어질 채비를 하고 있다.
드라이브의 마무리는 석구미 해수찜이다. 석구미는 동백마을에서 약 7분 거리에 위치한 해안마을. 백담마을 안쪽 해안에 거북이 모양의 커다란 바위가 하나 있어 ‘석구미’(돌거북)라 부른다. 바위에 생긴 커다란 웅덩이가 바로 ‘석구미 해수찜’을 하는 곳이다.
석구미 해수찜은 현재 이건수씨(44세)가 운영하는데, 그의 집안에서만 약 2백 년 동안 지켜온 것으로 유명하다. 석구미해수찜은 준비하고 체험하는 과정이 약간 번거롭다. 하지만 2백 년 간 지켜온 해수찜의 원형을 충실히 따르기 위한 것으로, 그만큼 예전과 똑같은 건강 효능을 얻을 수 있다는 설명. 여인들의 산후 해독에 가장 좋고, 피부병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해수찜은 먼저 바위의 커다란 웅덩이에 해수를 받아 놓은 뒤 소나무로 한 시간 이상 구워낸 돌을 물속에 넣어 탕을 만든다. 그 물에 단오 때 해풍에 말린 쑥을 덮어 얹고 가마니로 덮으면 바닷물은 열기와 약기운으로 뿌연 김을 내뿜는 온천이 된다. 그 가마니 위에 두꺼운 옷을 입고 앉아 해수찜을 하는데, 10분이 지나면 진한 쑥향이 온몸 가득 배어든다. 너무 뜨거워서 한번에 20분 이상은 견디지 못하며 이틀 정도 계속해 찜을 하면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여름과 겨울을 제외하고는 예약을 받는다. 해수탕 한번 데우는 데 5만원(3~4명 기준).
영광굴비 맛 안보면 섭섭
▲가는 길: 서울-서해안고속도로-영광IC. 조기어항 법성항은 영광IC에서 나와 삼거리에서 좌회전-영광군청에서 22번 국도 이용, 법성면 방향 직진-법성중학교 직전 삼거리에서 좌회전.
법성항에서 버스터미널쪽으로 직진하다가 우회전하면 15분 정도 거리에서 백수해안도로가 시작되고, 동백마을은 백암해안전망대 지나 우측에 있다.
▲별미: 법성항에 가면 20~30가지 반찬이 따라 나오는 굴비백반, 굴비거리가 있다. 특히 3월부터 4월까지 법성항 앞 칠산바다에서 잡히는 조기는 알을 배고 있어 가장 맛이 좋다.
▲문의: 영광군청 문화관광과 061-350-5752 / 석구미해수찜 352-6944 / 동백마을 351-05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