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25일 동교동 집앞에서 연설하고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 | ||
퇴임 이후 동교동 자택에 칩거하고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면담한 한 동교동계 출신 인사의 전언이다.
그는 “연세가 있는 데다 퇴임 전후로 돌아가는 상황에 ‘화’가 나셔서 그런지 얼굴도 창백해 보이고, 그다지 건강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퇴임 이후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DJ를 둘러싸고 ‘건강 이상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얼마 전까지도 DJ를 둘러싼 ‘건강 이상설’을 특검법안과 맞물려 해석하기도 했다.
특검을 앞두고 있는 동교동에서 ‘건강 이상설’을 흘려 ‘동정 여론’을 유도했던 게 아니냐는 관측이 그것이다. 그러나 동교동계 의원들은 그런 시각 자체가 음해라고 고개를 내젓고 있다.
DJ를 직접 면담한 이들은 건강문제와 관련, ‘심각한’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안심’할 만한 상태는 아니라는 데 대체로 의견이 일치한다.
퇴임 이후 DJ와 직접 전화통화를 했다는 한 민주당 의원은 “목소리만으로 봐서는 ‘기력이 많이 약해지셨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동교동을 직접 방문했던 또 다른 의원은 “곁에서 뵙기에도 안쓰러웠다”며 “식사도 예전만 못하시는 것 같고, 말씀도 별로 없으셨다”고 전했다.
연극이 끝나고 무대에서 내려온 배우들은 극심한 공허감에 휩싸인다고 한다. 하물며 40여 년 몸담았던 정치무대에서 퇴장한 DJ가 느꼈을 공허감은 그 누구보다 클 것으로 짐작된다. 더욱이 ‘특검’까지 받게 된 현 상황에 대해 스스로 납득하지 못하는 ‘분노’의 심정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
5년 재임기간 동안 한순간도 긴장을 늦추지 못했던 DJ가 퇴임 이후 자택에서 ‘은둔’과 다를 바 없는 칩거생활을 하는 이유가 단지 ‘휴식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말 못할 또 다른 ‘건강상의 이유’가 있는지 아직 뚜렷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DJ의 칩거가 장기화될수록 ‘건강’을 둘러싼 세간의 소문은 눈덩이처럼 커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런 ‘건강 이상설’이 DJ의 정치적 고향인 호남의 민심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