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 오르는 ‘황포돛배’ ‘바람’이 불어줄까
▲ 국민참여정당’은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왼쪽)과 천호선 전 청와대 대변인을 주축으로 공식 발족했다. 사진은 합성. | ||
지난 9월 20일 공식 발족한 국민참여정당은 이르면 내년 1월 공식 창당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역시 친노 성격의 ‘시민주권모임’이 발족되어 공식 활동에 들어갔다.
시민주권모임은 정당화를 목표로 하는 친노신당과는 달리 시민정치운동을 하기 위한 조직이다.
정가에서는 ‘친노 인사’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두 ‘정치조직’에 대해 기대감과 함께 우려도 나타내고 있다. “차별화를 하고 있으나 결국 같은 조직 아니겠느냐”고 비판을 하는 이들도 있다.
그런가 하면 ‘친노신당’과, ‘민주개혁연대’를 실현시키려던 민주당의 주도권 다툼도 본격화될 조짐이다. 과연 두 갈래로 나뉜 ‘친노 진영’이 각기 다른 위치에서 새로운 화합과 상승효과를 거두게 될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넉 달여가 흘렀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뼈아픈 슬픔과 현실정치의 한계를 통감했던 친노 인사들은 그후 어떤 변화를 모색해왔을까.
수많은 고민과 논의 끝에 두 가지의 결과물이 만들어졌다. 이제 막 태동한 ‘국민참여정당’과 ‘시민주권모임’이 그것이다.
조직의 성격은 다르지만 ‘가치와 이념’은 상당부분 공유하고 있는 친노 진영의 두 가지 형체다.
먼저 ‘정당’의 모습을 표방한 ‘국민참여정당’은 지난 9월 20일 공식발족하고 내년 1월께 창당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기존 정당과의 차별성에 대해 국민참여정당 측은 “국민이 주인인 정당이다. 민주적인 당원제도를 운영하고 정책도 국민의 지혜를 모아 함께 만들어가고 새로운 지도자를 육성하고 인터넷을 소통과 의사결정의 공간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정당의 명칭대로 ‘국민이 직접 참여하고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정당’을, ‘적어도 다음 세대에게까지 물려줄 수 있는 정당’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한편 지난 9월 10일 발족한 ‘시민주권모임’은 정당이 아닌 ‘시민정치운동’을 하기 위한 시민정치단체를 표방하고 있다. 정치개혁, 언론개혁 등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범시민운동을 전개해 나가는 것이 이들의 목표. ‘시민주권모임’ 관계자는 “국민참여정당과 추구하는 목표가 같지만 활동양상은 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10월 재·보궐 선거에서 ‘투표율 10% 올리기 운동’을 전개하고 ‘좋은 후보 당선 캠페인’을 실시하는 등 정치·사회적 시민주권을 찾는 운동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막 태동한 친노진영의 두 ‘정치조직’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참여인사들의 면면과 정치적 성향이 비슷하다는 면에서 외형적 형태 외의 차별성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동시에 친노 진영이 두 갈래로 나뉘게 된 것이 결국 내부의 의견 분열이 외형적으로 표출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 친노 인사 역시 “지금 당장 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쪽과 정당을 만들기는 이르다는 의견이 엇갈려 결국 두 가지의 조직이 만들어진 셈이다. 정당 설립의 시기와 방법에 대한 이견이 조율되지 못한 결과로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그동안 친노 진영 내에서는 향후 항로에 대한 현실적 고민이 적지 않았다. 정치적 판단을 넘어서 노 전 대통령 서거를 헛되이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간절한 염원도 담겨 있었다.
크게 보면, 현 시점에서 정당을 만들어 정치적 활동을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과 아직은 동력이 부족하다는 반대의견으로 나뉘었다.
이렇게 다른 의견을 가진 세력이 하나는 정당으로, 또 하나는 시민단체로 나뉘게 된 셈이다. 친노 인사들 역시 두 조직으로 나뉘어 활동하고 있다.
‘국민참여정당’에는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천호선 전 청와대 대변인이 주축이 되어 친노 인사 1642명이 참여하고 있고, ‘시민주권모임’은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 주도로 준비위원 786명이 발족식을 가졌다.
‘친노신당’을 바라보는 민주당의 시선은 곱지 않다. 민주당 내 일각에서는 “친노 진영으로 인해 야권의 분열만 촉진되고 있다”고 쓴소리를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내년 정당을 만들어서 몇 자리 단체장과 의원직을 차지하려는 계획일 텐데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념은 그들의 전유물이 아니지 않느냐. 민주당 내부에서도 노선투쟁을 통해 상승적 결과를 만들 수 있을 텐데 새로운 당을 만든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나중에 별다른 성과가 없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성에 흠집만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이제 민주당과 국민참여정당은 민주개혁세력 통합주도권 다툼을 통해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될 운명이다. 국민참여정당과 민주당의 첫 경쟁무대는 내년 지방선거가 될 것이다.
국민참여정당은 올해 안까지 전국 시·도당을 창당하고 내년 1월 중앙당을 창당해 지방선거에서 16개 시·도 모두에서 광역단체장 후보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과연 ‘친노신당’은 정체 위기에 빠진 야권에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야권 분열의 도화선 역할만 한 채 군소 정당으로 전락하고 말까.
한 정치컨설턴트는 “10월 재보선을 앞두고 총체적 위기국면에 놓인 야권이 재보선에서 한 번 생채기를 입고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민주당 내부는 물론 ‘친노신당’도 함께 책임론에 휩쓸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만약 친노신당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예상외의 선전을 이끌어낸다면 민주세력 통합의 한 축으로 떠오름은 물론, 차기 대선 판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 ||
'친노 명운' 쥐고 늦춰가기
국민참여정당의 공식 출범을 앞두고 가장 주목받는 인사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다.
국민참여정당에는 이병완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천호선 전 청와대 대변인 등이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으나 사실상 친노 진영의 ‘간판’으로 불리는 인물이 유시민 전 장관이기 때문.
그는 친노 주자 중 가장 인지도와 대중성이 높은 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미지를 잇는 상징성이 큰 인물이다. 또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대선주자 선호도’ 상위권에 오르는 등 유력한 대권주자이기도 하다.
유시민 전 장관의 ‘활약’에 따라 국민참여정당의 앞날이 좌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의 참여 여부가 주목되는 시점. 그런데 유 전 장관은 아직 공식적으로 신당 참여를 선언하고 있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마음은 거기(신당)에 가 있지만 몸이 거기 가기가 굉장히 어려운 여건이라 크게 무리 없이 선택할 수 있을 때를 기다리자는 뜻에서 그냥 미루고 있다.” 지난 9월 19일 충북 진천에서 열린 팬클럽 ‘시민광장’ 워크숍에서 유 전 장관은 이러한 ‘애매한’ 말로 신당 참여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다음날인 9월 20일 서울 올림픽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국민참여정당의 창당제안모임에서도 그는 축사를 통해 “나라와 국민을 위해 꼭 필요한 그 길을 가는 창당 발기인들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며 “여러분들이 짐작할 만한 이유로 아직 창당 발기인 가입을 못하고 있지만 언젠가 함께할 날이 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신당 참여를 사실상 결심했지만 ‘때’를 기다리고 있다는 의미이다.
아직은 “마음으로 신당을 지지하고 있다”고 밝힌 유 전 장관이 신당 참여를 늦추고 있는 ‘공식적’ 이유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전기 집필 작업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년이 되는 시기에 발간할 계획으로 집필에 매진하고 있다고. 국민참여정당 관계자는 “(유 전 장관은) 당분간 공식적인 활동보다는 책 출간을 준비할 것이다. 유 전 장관이 당을 위해 함께할 뜻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당내 모든 인사들 사이에서도 신뢰가 형성된 상태”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보다 깊은 속내에는 현실적 고민이 반영되어 있는 듯하다. 이번 ‘친노신당’의 성패 여부에 따라 친노 세력의 미래가 좌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신중한 행보를 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일부 여의도 정객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인한 ‘노무현 효과’가 수그러들 경우 사실상 ‘친노세력’의 입지가 흔들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한 정치컨설턴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없는 상태에서의 ‘친노’란 유지 자체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재결집되었던 친노 지지자들의 응집력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알 수 없다.
친노 세력 내에서 정당을 출범하자고 주장한 이들도 더 이상은 늦출 수 없다는 현실적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이끌고 책임져야 하는 유시민 전 장관으로선 고민이 더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유시민 전 장관이 관여했던 과거 ‘개혁국민정당’의 기억을 떠올리기도 한다.
2002년 말 최초의 인터넷 정당을 표방하며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들겠다는 각오로 출범한 개혁국민정당은 유시민 전 장관이 불과 1년여 만에 탈당하고 열린우리당으로 옮겨가면서 분해된 바 있다.
당시 개혁국민정당 내에서는 유시민 전 장관의 탈당에 대해 배신감을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당시 개혁당 추진위에 몸담기도 했던 한 국민참여정당 측 관계자는 “개혁당 창당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일축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