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종단 모터사이클 기행 3
잠시 들렀던 다낭의 해변
DAY4 호이안-하띤
오늘은 호찌민-하노이 일주 루트 중 가장 기대되었던 하이반HAI VAN 와인딩 코스를 지난다. 현지 라이더들에게는 유럽의 스텔비오 패스에 빗대 베트남 제일의 와인딩 코스로 손꼽히는 곳이다.
반면 트럭 운전사나 생활을 위해 산을 넘는 이들에게는 사고로 악명 높은 곳이기도 하다. 최근 하이반산을 지나는 터널이 완성되며 통행량이 예전 같지 않지만 아직도 도로에서 이탈해 골짜기에 처박혀 있는 버스를 볼 수 있었을 만큼 험한 곳이다.
깊은 산중으로 와인딩이 이어져 웅장한 느낌이 드는 하이반 패스
해안에서 시작된 와인딩은 굽이굽이 산 정상으로 이어진다. 산 중턱에 조각칼로 한 줄 얇게 떠내 길을 만든 듯 길고 가는 도로가 아슬 아슬 붙어있다. 하이반 고개는 예로부터 전략적 요지로 침략자들을 막아주는 든든한 자연 요새로 이를 대변하듯 산 정상에는 망루가 서있다.
지명의 유래는 한자 海雲(바다 해, 구름 운)에서 왔는데 이 고개를 기준으로 남북을 가로지르던 산맥이 동쪽의 곶을 향하게 되어 이곳에 항상 안개가 많았다고 한다. 날씨가 좋으면 산 아래로 길게 뻗은 해안선과 깊고 웅장한 골짜기를 볼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젖은 노면때문에 코너는 안전하게
특히 시원하게 돌아나가는 깊은 와인딩을 지날 때면 비로 인해 젖은 노면이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리드미컬한 숏 코너와 헤어핀 코스를 돌 때마다 날 좋은 날에 꼭 한번 오고 싶다는 생각이 코너 코너마다 뇌리에 스친다.
하이반 패스를 지나 내려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또다시 평원이 이어진다. 하루에도 풍경이 여러 번 변하는 게 무척이나 재밌다. 비도 그치고 젖었던 노면도 어느새 다 말라 라이딩에 최적의 상태다.
마치 사막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느낌이다
얼마간의 마을 길과 평야 그리고 국도를 달리다 보니 저 멀리 드넓은 모래 언덕이 나온다. 사막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길은 이국적인 분위기를 만들며 묘한 흥분을 만든다. 낮은 키의 방풍림과 하얀 모래언덕이 펼쳐진 곳에 푸른 호수가 나타난다.
잠시나마 오프로드 감각을 즐겨본다
딱히 이름 붙여지진 않았지만 지형상 파악하기에 바다와 담수가 만나는 곳에 해안선 퇴적으로 만들어진 석호(潟湖)인 듯하다. 스크램블러는 역시 오프로드도 달려줘야 제 맛이지 않겠냐는 소리에 모래밭을 질주해보기로 했다.
물론 얼마 못가 넘어지거나 바이크가 제자리에서 흙을 퍼 올렸지만 모두 즐겁게 웃으며 순간을 즐길 수 있었다. 가벼운 이벤트 주행에 다들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바이크가 모래에 빠져 모두 협동해 꺼낼 수 있었다
DAY5 하띤-하노이
오늘 투어를 마지막으로 베트남 종주가 완료된다. 남은 거리를 가늠해 보니 오후쯤에는 하노이의 숙소에 도착할 수 있을 듯하다. 아직 끝난 것도 아닌데 오전에 개인 정비를 하는 동안 벌써부터 아쉽다.
카르스트 봉우리가 이국적인 풍경을 만든다
주요 루트는 육지의 하롱베이로 불리는 닌빙성NINH BINH을 지난다. 넓게 펼쳐진 논을 도화지 삼아 겹겹이 펼쳐진 석회암 카르스트 지형이 산수화처럼 펼쳐지며 신비로움을 자극하는 곳이다. 그중에서도 땀꼭TAM COC은 관광지로 유명해 현지인들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인기가 높은 곳 중 하나.
비록 유명 관광 포인트를 찾아가는 것은 아니었으나 국도변을 따라 이어진 산봉우리와 넓은 논밭을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특유의 분위기를 즐기기에 부족함 없었다. 오히려 관광지 보다 더 생생한 현지인의 삶을 관찰할 수 있어 좋았다.
바이크 투어는 돌아가는 길도 여행으로 만드는 묘미가 있다
낮게 깔린 안개에 신비감을 더하는 봉우리가 봉긋 솟아있고 그 아래로 물을 댄 논에 모내기를 하는 농부들과 소몰이하는 이들의 모습이 선명하게 기억 남는다. 관광지에선 느낄 수 없는 기분일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도로엔 오토바이들이 많아진다. 하노이에 가깝게 와있다는 증거다. 금세 행인과 자전거, 자동차와 오토바이들이 섞이며 복작대는 요지경이 만들어진다.
하노이에 도착했다
뭔가 규칙이 없는 카오스 같지만 그 안에서 묘한 코스모스가 느껴지는 게 베트남 도로에 이제야 적응이 다 됐나 보다. 하노이로 들어가는 국도를 따라 이어진 기찻길에 증기기관차가 연신 큰 경적을 내며 뒤쫓아 온다.
저 멀리 도심의 건물들이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다시 한 번 꼭 와보고 싶다. 더욱 다채로운 풍경과 모험을 즐기기 위해. 질리도록 바이크를 타고 싶다.
월간 모터바이크 이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