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오른 바다가 나를 부르네
▲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런 대하를 즐기는 여행객 | ||
서해안을 대표하는 맛 중 둘째가라면 서러운 대하. 요즘 충남 홍성읍 남당리 포구는 대하를 맛보기 위한 미식가들로 인산인해다. 그 모습을 보노라면 어떻게 입때껏 기다렸을까 의문스러울 정도.
남당항은 홍성읍에서 서쪽으로 25km 지점에 자리한 제1종 어항. 항구는 그다지 크지 않고 소박하다. 그러나 이곳은 봄이면 주꾸미, 여름에는 활어, 가을에는 대하 그리고 겨울에는 새조개로 명성이 자자하다.
이곳에서는 해마다 9월이면 대하축제가 시작되는데, 올해도 9월10일부터 축제가 시작돼 10월31일까지 맛의 향연을 펼친다.
대하는 암컷이 수컷보다 훨씬 더 크다. 수컷의 평균 크기가 12∼13cm 내외인 반면 암컷은 16∼18cm에 달한다. 개중엔 30cm가 넘는 것도 종종 있다.
대하는 소금구이로 먹는 게 가장 일반적이다. 숯불 위에 석쇠를 올린 후, 은박지를 펼쳐 천일염을 고루 깔아 놓으면 대하소금구이 준비 완료. 숯불에 달궈진 소금이 ‘타닥’ 하고 튈 때쯤 그 위에 대하를 올려 구우면 된다.
그러나 대하 굽기는 말처럼 쉽지가 않다. 살아 있는 대하를 달궈진 소금 위에 올리는 순간 파닥거리며 이리 튀고 저리 튀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런 낭패를 보지 않으려면 대하를 올리자마자 큼직한 솥뚜껑으로 덮어서 눌러줘야 한다.
대하를 구울 때 소금을 사용하는 이유는 대하의 잡냄새와 잡균을 없애기 위해서다. 또한 소금을 깔고 대하를 구우면 대하의 껍질이 타지 않고 속살이 고루 익는다.
▲ (위)불야성을 이룬 서천 홍원항의 모습, (아래)노릇노릇 익어가는 전어. 고소한 전어 굽는 냄새에 입 안에 군침이 절로 돈다. | ||
대하를 맛있게 먹는 또 하나의 방법은 회로 먹는 것이다. 대하의 머리를 먼저 잘라낸 후 껍질을 벗겨 먹으면 되는데, 손맛이 끝내준다. 껍질을 다 벗겨내는 그 순간까지도 대하의 펄떡거림이 계속되면서 그 떨림이 손끝으로 전해진다. 회로 먹는 대하는 전혀 비리지 않고 달콤하기까지 하다. 이외에도 대하는 전골을 해서 먹거나 해물탕에 넣어서 먹기도 한다. 그러나 그 본연의 맛을 느끼기에는 역시 대하구이와 회가 최고다.
남당리에서 대하는 전골이나 구이 모두 어느 집을 가더라도 1kg에 3만원으로 가격이 동일하다. 1kg이면 둘이 먹기에는 남고 셋이 먹기에는 약간 부족한 정도. 그 맛을 집까지 싸가고 싶다면 어촌계 공판장을 이용하면 된다. 공판장에서는 싱싱한 대하 1kg을 2만7천원에 판매한다.
남당리 포구에 가면 대하맛을 보고 난 후 갯벌에서 신나게 놀다 가는 것도 좋다. 썰물 때면 갯벌이 넓게 드러나는데, 바다를 바라볼 때 포구 왼쪽에는 바지락과 게가 많고 오른쪽으로는 낙지와 석굴이 지천이다.
남당리에 대하가 있다면 서천 홍원항에는 전어가 있다. 예부터 전어 굽는 냄새에는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고 했다. 그만큼 그 냄새가 고소하다는 뜻이다.
서천 홍원항은 서천읍에서 동백정 가는 방향에 있다. 서면 도둔리에 자리한 홍원항은 요즘 연일 전어로 만선축제다. 홍원항에서는 9월24일부터 10월9일까지 전어축제가 이어진다.
전어는 고대 중국의 화폐 모양과 유사하다고 해서 ‘돈 전(錢)’ 자에 ‘고기 어(魚)’ 자를 붙여 지은 이름이다. 보통 크기가 15~30cm 정도인 전어는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는 말에 걸맞게 9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 그간 부산 전어를 전국 최고로 치곤 했는데, 현재는 부산에서 홍원항으로 전어를 사러 올 정도로 홍원항은 전어의 메카가 되었다.
전어는 구이와 회, 회무침 등 다양하게 요리해 먹을 수 있다. 그 중 가장 맛있다는 것이 전어구이다.
숯불 위 석쇠를 얹고 전어를 올려 구워먹는데, 노릇하게 익어갈 때 나는 냄새가 무척 고소하다. 전어는 살이 대단히 부들부들하다. 그래서 전어가 미처 다 익기도 전에 먹고 싶은 급한 마음으로 자주 뒤척이다보면 살점이 떨어져 나가기 일쑤다.
다 익은 전어는 젓가락으로 헤집기보다 양손으로 들고 먹는 게 제 맛이다. 먼저 등허리 쪽을 베어 먹고, 나중에 배 쪽을 먹으면 가시만 깨끗이 남는다. 전어의 맛을 진짜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은 머리를 최고로 친다. ‘가을 전어 대가리엔 참깨가 서 말’이라는 속담처럼 잘 구워진 머리를 통째로 씹어먹는 맛이 일미다.
전어를 회로 먹을 때는 깻잎이나 상추에 싸서 된장을 찍어 먹어도 맛있고, 그냥 초장을 듬뿍 찍어 먹어도 좋다. 전어회는 약간의 지방질이 느껴지는 단맛이다.
요즘 전어는 금값이다. 제철 전어는 돈도 생각 않고 사들이는 생선이라지만 어획량이 줄어서인지 마리당 2천원이 훌쩍이다. 전어구이 1kg이면 12마리 정도가 나오는데 가격은 2만8천원. 회로 먹어도 마찬가지다. 단 회와 구이로 함께 먹을 경우 3만원. 전어를 사가고 싶다면 홍원항 어촌계 공판장을 이용하면 된다. 급랭시킨 전어는 1kg에 1만원, 활어인 경우 2만원.
▲ (위)대하를 즐기는 여행객들 술 한 잔에 고소한 대하 한 마리면 천국이 따로 없다. “싱싱한 대하가 1kg에 2만7천원!” (아래)서해안에서 해 뜨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마량리도 홍원항에서 멀지 않다. 갈퀴 모양의 마량포구의 끄트머리는 서쪽바다가 아닌 동쪽바다를 향해 있 | ||
철 지난 바닷가의 을씨년스러움도 때로는 분위기가 있는 법. 여름의 그 많던 사람들이 다 떠난 춘장대는 고요하다. 발자국 하나 없이 멀리 펼쳐진 백사장은 그래서 더욱 애처롭다.
서해안의 맛은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대하와 전어로도 성이 차지 않는다면 길을 더 달려 영광과 무안으로 가 보자. 영광 설도포구에는 ‘오도리’라 불리는 보리새우가 입맛을 유혹한다. 내쳐 달려간 무안 복길포구에선 세발낙지가 입천장에 들러붙어 도통 떨어질 줄을 모른다. ‘맛의 계절’ 가을에 떠나는 서해안 여행은 그래서 감칠맛이 더 있다.
여행 안내
★가는 길
●남당리(서해안고속도로): 광천IC →광천 (10분 소요) 또는, 홍성IC →홍성 (15분 소요)
●홍원항(서해안고속도로): 서울 →대천IC →(17㎞)→춘장대IC →(12㎞)→홍원항(서면) →행사장
★숙박
남당리-솔밭천수모텔(041-631-0840), 씨월드모텔(041-634-9222) 등이 있지만 잘 곳이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광천이나 홍성, 대천 등지에서 잠자리를 해결하는 것이 현명하다. 홍원항-홍원항과 춘장대, 마량포구는 모두 인접해 있다. 주말이 아닌 경우 홍원항 행사장 주변에서 숙박업소를 구하기가 용이하지만 주말에는 춘장대나 마량포구로 걸음을 넓혀야 한다.
★문의
●충남 홍성 남당리대하축제: 홍성군 홈페이지(http://home.hongseong.go.kr/) 내포축제 카테고리 참조. 전화문의는 김영태 추진위원장 019-208-8198
●충남 서천 홍원항전어축제: 서천군 문화관광과(http: //www.seocheon.go.kr), 전화문의는 서천군 서면사무소 041-950-46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