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사업 대량손실 등 부실경영 책임론 급부상…“경영실패 책임 내부인사 영전 안 된다” 여론 비등
대우건설 전경. 사진=임준선 기자
호반건설의 막판 포기로 대우건설 매각은 실패로 돌아갔다. 이에 대우건설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2년 정도 시간을 갖고 대우건설을 정상화시킨 후 매각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회생 과정을 산업은행이 직접 챙기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첫 행보 중 하나가 신임 사장 선임으로 보인다. 최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상무 이상 임원을 대상으로 회사의 문제점과 개선책 등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받았다. 특히 이 보고서에는 신임 사장 요건에 대한 문항과 후보 추전 관련 사항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신임 사장 선임에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산업은행 입장에서도 현재처럼 사장 직무대행 체제를 오래 이어가는 것보다 신임 사장을 서둘러 임명해 조직을 추스르는 게 낫다는 판단이 섰을 수 있다. 실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대우건설 임원들을 대상으로 개별 면담일을 취합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우건설 신임 사장이 대우건설 경영실패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들의 영전 자리가 돼서는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현직 임원은 물론 전직 임원들 역시 해외 사업장에서 막대한 손실에 대해 책임이 자유롭지 못하다. 그럼에도 신임 사장 인사가 내부승진 형식으로 이뤄진다면, 결국 경영실패의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이 영전하는 꼴이다. 경영정상화는 이뤄지지 않고 부실 감추기에 급급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4분기 모로코 사피 현장에서 3000억 원 규모의 손실을 기록했다. 호반건설이 막판에 손을 뗀 것도 해외부실이 컸다. 해외사업장의 손실은 앞으로도 추가로 확인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처럼 대우건설이 경영정상화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한 가운데 <일요신문>은 최근 대우건설의 한 임원이 사내에 만연한 구조적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진정서를 입수했다.
이 임원은 “대우건설이 20년 가까이 실질적 주인 없이 운영되다 보니 임직원들이 애사심 없이 모럴 해저드가 심각해지고 있다”며 “캠코, 금호, 산은, 호반 등으로 변해오면서 어느 누구도 회사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고, 그저 새 주인이나 다양한 정치권에 줄 대려하고, 기생하려고만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정서에는 “특정 대학 출신들의 득세와 산은 측에 붙어 내부자 역할을 하는 반대세력, 5년 이상 이어져 오는 문책과 책임규정으로 내부 썩은 부분을 숨기기 급급한 각 사업본부, 오랜 세월 대우건설에 붙어 이득을 챙기는 하청업체들과 그들의 뒤를 봐주며 돈을 받는 이들 등의 문제가 만연해 있다”며 “산업은행 체재 하에서 직원들은 5년 이상 급여가 동결되고, 임원들은 오히려 임금을 10%씩 반납하고 있어 다른 경쟁사와 대비해 현저히 낮은 급여와 복리후생으로 사기가 저하됐다. 이에 우수인재가 이직하고, 우수한 신입사원도 모집하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우건설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고치고 경영정상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외부에서 해외 건설 분야를 잘 아는 전문가를 영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논리’는 가급적 배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국책은행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정치권 입김이 크게 작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따라서 산업은행의 입김을 최소화하면서 사장추천위원회가 공정한 인선을 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