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문화체험 밤엔 낭만산장
▲ 목조건물들이 이색적인 안성 너리굴문화마을 전경. | ||
너리굴은 ‘넓은 골’이라는 뜻의 안성 토박이말이다. 그 말이 이처럼 잘 어울릴 수가 없다는 생각이다. 골짜기를 낀 비봉산 등성이에 유럽풍의 목조주택들을 지어올려 하나의 마을을 이루었는데 산세가 온화해서 다소 높은 곳에 있는 건물도 위압감이 없고 맨 아래 있는 건물도 눌림이 없이 잘 어울린다. 다소 좁았을 이곳에 숙소와 미술관 등 각종 건물이 들어서면서 몸집을 키웠고, 진짜 너른 굴이 됐다.
너리굴은 ‘체험형 문화공간’이다. 소조와 도자기, 금속공예, 천연염색, 칼라양초 등 어느 것이든 골라서 배울 수 있고 나만의 작품을 만들어 볼 수도 있다. 공방은 한 곳에 모여 있는 것이 아니라 제각기 건물마다 따로 떨어져 있다.
마을 입구를 거쳐 바비큐전문 레스토랑을 지나면 오른쪽에 2층 건물이 보이는데 1층에는 목공예공방, 2층에는 양초공방이 있다.
목공예공방에서는 맞춤형 제작가구인 DIY 작품을 만들어볼 수 있다. 어린이의 경우 솟대, 곤충 모형 등도 DIY 대상이 된다. 우선 무엇을 만들지 고민을 한 후 전문가와 상담해 모양을 결정하고 만들기에 들어간다.
크고 복잡한 것은 작업시간이 모자라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대부분 책꽂이나 연필꽂이, CD수납기 등을 만들곤 한다. 준비된 원목판자를 크기에 맞게 잘라 드릴로 구멍을 뚫고, 사포로 다듬은 다음 조립하기까지 보통 한 시간에서 두 시간 정도 걸린다.
▲ 도자기공방에서 진흙을 빚는 체험객(왼쪽)과 컬러양초를 만드는 체험객. | ||
양초공방 오른쪽으로는 1층짜리 건물이 하나 있는데 멀리서 보아도 도자기공방임을 알 수 있다. 건물 외부에 도자기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고, 앞쪽에는 전통가마터가 있다.
이천이나 광주 등 도예체험장이 실용성과는 거리가 있는 꽃병 등을 만들면서 단지 체험에 무게를 두는 반면 이곳에서는 실용적인 접시나 사발, 물잔 등을 세트로 만들어볼 수 있다.
전문가의 설명을 듣고 처음 하나는 연습 삼아 만들어본 후 두 번째부터가 실전. 물론 그렇다고 해도 전적으로 혼자 만드는 것은 아니고 전문가의 손길이 곳곳에 간다. 자동물레라서 발을 구르는 데에 신경 쓸 일이 없다고는 하지만 초보자로선 떨리는 손을 제어하는 것만으로도 벅차 순식간에 작품이 망가지기 때문이다.
모양이 다 만들어지면 도자기에 유약을 바르고, 반 건조 후 가마에 굽는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완성된 도자기는 한 달 후쯤 택배로 배달된다.
칠보공예는 우연성의 예술이다. 여성들이 가장 좋아하는 칠보공방은 원형 모양의 너리굴미술관 맞은편에 있다. 알록달록 형형색색의 칠보작품들을 보다가 직접 만들 수도 있다는 말에 눈이 휘둥그레지는 체험객들.
작품이 무척 아름다워 작업이 난해해 보이지만 실상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금이나 은, 동과 같은 바탕재료에 다양한 색상의 유약을 묻혀 700~800℃의 전기가마에 구워내면 된다. 목걸이 펜던트나 귀고리, 브로치 등 어떤 액세서리든지 만들 수 있다.
이외에도 신체의 일부를 석고로 뜬 후 주물을 채워넣어 모양을 만드는 신체캐스팅과 천연염색 등도 인기 있는 체험거리 가운데 하나다.
너리굴의 이들 체험 공방은 늘 열려 있어 연중 어느 때나 방문이 가능하다. 하지만 때로 운영자가 잠시 외출하고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예약하고 방문해야 속탈 일이 없다.
▲ ‘내 코가 이렇게 생겼나.’ 이곳에선 석고나 플라스틱으로 신체 일부의 모양을 뜰 수 있다. | ||
산책로도 잘 구비돼 있다. 사슴이 뛰노는 너리굴 엄마목장 끝자락의 오른쪽 좁은 길이 산책로 입구. 솔잎의 향기가 싱그럽다. 산 중턱에서는 안성시내의 변두리가 내려다보이는 게 시원스럽다.
너리굴에 한번 가볼 생각이라면 하루 체험여행보다 1박을 권하고 싶다. 여유롭게 너리굴을 둘러보면서 맘에 와닿는 체험을 하는 복합문화여행이 제격이다. 너리굴의 숙박시설이 유럽형 목조건물로 아주 깨끗하고 매력적이어서 적극 추천할 만하다.
너리굴에서는 매년 크리스마스와 송년·신년맞이 숙박체험 행사를 진행한다. 올해도 프로그램은 행사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서너 가지의 체험거리와 야외 통돼지바비큐파티에 숙박시설이 기본적으로 제공된다.
[여행 안내]
★가는 길: 경부선 안성IC에서 빠져나와 우회전→비봉터널 지나 우측 가사교차로 이용→387국도 용인·원삼 방향 유턴 후 1km 직전→너리굴문화마을 이정표 보고 좌측으로 1km.
★예약 문의: 너리굴문화마을(www.너리굴.com) 031-675-2171
★체험비용
▶신체캐스팅: 부위마다 비용이 다르다. 입술이나 모은 손의 경우 1만5천원 선, 얼굴 전체나 벌린 손은 3만~5만원.
▶도예체험: 수업료 5천원. 작품마다 5천원. 택배비 7천원.
▶염색: 손수건 1만원, 실크스카프 2만원.
▶칠보: 크기에 따라 다르다. 보통 1만~3만원 선.
▶칼라양초: 1만2천원
▶목공예: 2만원 선.
★크리스마스/송년/신년 숙박체험비용: 2인 15만원(1인 5만원 추가).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