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마시고 취하면 내 몸이 새로 태어난다
▲ 나스터츔이 만발한 허브꽃밭에서 미리 봄기운을 느끼고 있는 가족 나들이객들. | ||
“와, 꽃향기가 달콤하다.”
허브온실에 들어선 사람들이 어김없이 탄성을 지른다. 봄을 마중하려면 으레 남으로 떠나야 할 터지만 되레 겨울의 심장부로 들어가듯 북으로 향했다. 목적지는 강원도 홍천의 아로마동산. 면적 3만 평이 넘는 국내 최대의 허브농장이다.
입구에서부터 봄의 향기가 전해지는 듯하다. 몇 동의 건물을 지나 올라가다보면 닿는 곳이 바로 수백 종의 허브가 자라는 허브온실. 온통 그토록 그리워했던 초록의 물결이다.
온실 안은 수많은 허브꽃들이 때 이른 상춘객을 반갑게 맞는다.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각종 희귀한 꽃들. 알록달록 저마다 개성이 또렷하다. 관람객들은 허브향에 취하고 또 꽃의 아름다움에 홀려서 정신이 없다.
꽃이나 씨, 줄기, 잎, 뿌리 등이 약, 요리, 향료, 살균 등에 사용되는 인간에게 유용한 모든 초본식물을 통틀어 일컫는 ‘허브’. 그 학명 때문에 이국적인 식물로 인식해왔지만 사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허브를 이용해왔다. 우리가 즐겨 먹는 깻잎도 허브고, 차로 마시거나 향수로 사용하는 재스민도 허브의 일종이다.
허브는 키우기가 매우 쉽다. 생명력이 매우 강해 아무 데서나 무리 없이 자란다. 양지바른 곳에서라면 더욱 잘 키울 수 있다. 햇빛이 충분하고 배수가 양호하면 허브는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쑥쑥 커간다.
▲ 공작산 아래 자리한 아로마허브동산의 펜션형 숙소(위), 홍천의 천년고찰 수타사. | ||
온실에는 ‘허브박사’들이 항상 대기하고 있다. 관람객들이 궁금증을 참지 못해 질문을 던질 때마다 ‘친절한 허브박사’들이 일일이 설명을 해준다. 그렇게 허브의 효능을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향수로 많이 사용하는 라벤더는 마르면 향기가 더 짙어지고 또 오래 지속된다. 라벤더는 마음을 진정시켜 평안하게 하고 편히 잠들게 하는 효과가 있다. 해충을 쫓는 데 쓰기도 한다. 라벤더 오일을 바르면 모기에 물리는 것을 예방할 수도 있다.
로즈마리는 신경통치료제로 사용되기도 한다. 목욕제로 사용하면 젊어진다고도 한다. 허브농장에 가장 많은 꽃이 로즈마리다. 이곳에서는 로즈마리 오일을 추출해 판매하거나 관람객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로즈마리 원액 1ℓ를 추출하기 위해서는 꽃이 무려 2t이나 필요하다. 원액은 그 향이 너무 강해 정신을 잃게 할 정도. 살갗에 닿으면 타들어갈 만큼 독성이 강하다. 우리가 사용하는 향수나 목욕제 등은 원액을 3% 이하로 희석시킨 제품들이다.
가늘고 긴 통 모양의 진홍색꽃을 자랑하는 파인애플세이지는 살균소독제로 사용된다. 천식치료제로도 쓰인다. 잎을 만지면 파인애플을 먹을 때 그 풍부한 과즙에서 풍기는 달콤한 향기가 나서 파인애플세이지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외에도 연잎을 닮은 나스터츔, 꽃이나 잎을 채취해 그대로 샐러드와 아이스크림의 향이나 장식으로 쓰는 꽃제라늄, 머리카락에서 기름기를 제거하고 좋은 향기를 남기는 오리스, 어떤 허브꽃보다 화려해서 관상용으로 많이 재배하는 헬리오트로프 등 온실 속에는 놀라운 허브세상이 활짝 펼쳐져 있다.
아로마동산은 다양한 허브체험이 가능한 복합레저타운이다. 꽃구경이 끝나면 허브찜질이나 마사지로 겨우내 찌뿌드드한 몸을 풀어주자. 허브동산 입구에 허브찜질방이 자리하고 있는데 40~45℃의 저온찜질법을 이용해 몸 안의 노폐물을 제거하고 허브의 향기로 그 빈 곳을 채운다. 몸도 마음도 가뿐해지는 허브찜질이다. 찜질 후 이어지는 코스는 허브오일을 이용한 마사지. 등, 발, 손과 같은 피부에 펴 발라 문지르는 아로마 오일은 혈류에 쉽게 흡수되어 효과가 빠르다.
몸을 푼 후 출출해지면 ‘꽃밥’으로 배도 채우고 입맛도 되찾자. 허브동산 나들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꽃밥이다. 비올라, 나스터츔 등 형형색색의 허브가 가득한 그릇에 밥과 허브고추장을 넣어 비벼먹는 꽃밥은 차라리 향기를 먹는 기분이다.
허브카페도 필수 코스. 여유롭게 허브차를 마시면서 하루를 정리해보자. 허브온실에서 언덕길을 따라 100m쯤 올라가면 허브의 시원하고 쌉싸래한 향기와 구수한 빵 굽는 냄새가 어우러진 카페가 나온다. 속옷회사 비비안의 CEO를 하다 과감히 은퇴한 김종헌 씨와 제과제빵전문가인 아내 이형숙 씨가 3년 전에 차린 북카페다.
이 카페는 책과 꽃과 음악이 앙상블을 이루며 더 없이 편안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각종 허브차와 갓 구워낸 허브빵 등을 맛볼 수 있다. 갖가지 허브로 버무린 허브샐러드도 일품이다. 조선시대 사대부가에서 먹던 장김치는 이곳에서 자랑하는 별미. 집간장만을 이용해 만든 장김치는 짜지도 맵지도 않은 것이 서양의 저린 김치 종류인 피클을 연상시킨다. 빵이나 피자와 곁들여 먹으면 입안을 깔끔하게 만들어줘서 좋다.
한편 아로마허브농장에서 자동차로 40분쯤 걸리는 홍천의 아름다운 강마을 개야리에도 봄햇살이 내리쬐기 시작했다. 강줄기를 따라 버들강아지가 고개를 내밀며 강원도의 봄을 만들어가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신라 성덕왕 때 창건한 명찰 수타사 계곡에서도 버들강아지가 봄볕에 일광욕을 하고 있다. 얼었던 몸을 푼 강에서는 강태공들이 견지낚시를 하기 시작했다. 강원도 홍천에서 만나는 봄에는 허브처럼 특별한 향기가 있다.
[여행 안내]
★가는 길: 중앙고속도로 홍천IC-신내사거리-56번국도-화촌면 장평리
★숙박: 아로마허브동산에 다양한 크기의 펜션형 숙소 6동이 있다.
★먹거리: · 홍천군 지정 향토 음식점 1호에 선정된 ‘임꺽정 생고기 숯불점’(011-371-5329)의 한우맛이 특별하다. 영상 2~3℃의 숙성실에서 3~5일 정도 숙성시키는 것이 그 맛의 비법이다. 홍천읍 남산초등학교 후문 뒤(연봉 우체국 뒤)에 자리하고 있다. · 오로지 감자만을 이용해 끓이는 감자옹심이는 홍천의 별미다. 동면 수타계곡 들머리에 ‘느티나무집’(033-436-6292)이 옹심이 잘 끓이기로 유명하다.
· 아로마허브동산(http://www.aromaherb.co.kr) 033-433-9685
1. 나스터츔 비타민C, 철분, 미네랄이 풍부해 영양가 높다.
2. 라벤더 목욕제로 많이 쓰이며, 잎을 말려 차의 재료로도 사용한다.
3. 재스민 향기가 강해 방향제의 원료로 사용된다.
4. 화이트로즈마리 차와 요리, 약품의 재료로 쓰인다.
5. 오리스 대부분의 허브가 잎과 꽃에서 그 향을 채취하는 반면 오리스는 뿌리와 줄기에서 향기를 채취한다.
6. 파인애플세이지 파인애플 향이 나는 허브꽃. 차와 요리의 재료가 된다.
7. 제라늄 꽃이나 잎을 채취해 샐러드, 아이스크림, 케이크의 향이나 장식으로 쓰는 꽃.
8. 헬리오트로프 향유초라 불리며 뿌리에는 독성이 있다.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