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살 먹은 ‘꼬마 성당’
▲ 하우현성당 전경. 작고 아담한 건물이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 ||
하우현성당이 있는 곳은 원래 동양원이라는 역원(驛院)이 있던 곳. 그래서인지 현재는 ‘원터’라고 불린다. 하우현은 우리말로 하우고개. 이 지역은 산이 높고 계곡이 깊다. 또한 숲이 울창해 박해받던 시절에 천주교도들이 숨어 살기 좋은 곳이었다. 하우현성당이 이곳에 자리 잡은 것은 1894년. 1886년 한·불조약 성립으로 신교의 자유가 허용되면서 숲 그늘에 피신했던 천주교도들이 이곳에 성당이라는 보금자리를 만든 것이다.
성당은 본당 건물과 사제관, 수녀원까지 모두 3개의 건물로 이루어졌다. 그 중 눈여겨볼 만한 건물은 본당과 사제관.
1894년 초가로 된 10칸짜리 목조강당으로 지어진 본당은 붕괴 위험 때문에 1965년 신축됐다. 크기는 100평이 채 못 될 듯. 하얀 단층짜리 낮은 건물이어서인지 편안함을 안겨준다. 성당 내부도 그 겉모습처럼 단출하다. 의자도 없다. 사람들은 의자에 앉아서가 아니라 바닥에 무릎을 꿇고 가장 낮은 자세로 신을 맞아야 한다.
본당 오른쪽으로 보이는 건물이 사제관이다. 사제관은 1906년 신축됐다. 올해로 만 100년을 맞는다. 사제관은 정면 3칸, 측면 2칸짜리 한옥건물이다. 몸체는 석조로, 지붕은 기와로 이었다. 전면 중앙에 넓은 계단이 있고 기단 내부에는 지하층을 만들어 난방실로 사용하고 있다. 100년이란 세월의 무게감이 느껴지지만 부실하다는 느낌은 전혀 없다.
▲ 지은 지 100년 된 한·양옥 절충식 사제관은 건축사적으로도 중요한 건물이다(위), 의자가 하나도 없는 성당 내부. | ||
한편 하우현성당 근처에는 드라이브코스로 더없이 좋은 백운호수가 있다. 의왕시 학의동에 있는 백운호수는 1953년 9월에 준공한 인공호수. 백운산과 청계산이 둘러싸고 이들 산 계곡의 물이 호수로 흘러들기 때문에 물이 맑다. 호수 주위로 숙박시설과 음식점 등이 골고루 자리 잡고 있다.
제주에만 있는 줄 알았던 ‘도깨비도로’도 성당에서 지척 거리에 있다. 하우현성당에서 나와 안양판교로를 따라 300m 직진하면 도깨비도로와 만난다. 볼 때는 분명 오르막길인데 자동차를 중립에 놓으면 차바퀴가 구르며 그 길을 올라간다. 신기할 따름이다. 물을 부어도 마찬가지다. 물이 거꾸로 거슬러 올라간다. 눈에는 오르막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내리막길인 것이다. 주변 풍경에 영향을 받아 착시현상을 일으킨 것이다.
★ 가는 길 : 안양판교로 판교 방향 직진→청계동 청운주유소와 LG가스충전소를 지나 신호대기→좌회전 후 원터 아랫길→150m 전방에 하우현성당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