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도 한국 맛 빵이 익어가고 있습니다
한국서 온 빵선생님 댁에서 빵을 배우게 될 매미조(왼쪽).
제 하루 식단은 아침은 삔우린산 커피 한잔. 점심은 빵과 커피. 저녁은 밥과 야채를 먹습니다. 언젠가부터 먹기 시작한 빵입니다. 김치를 담가 먹으려고 여러 번 시도했지만 제 맛이 안 나서 포기하고 빵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젓갈이 안 들어가 김치가 제 맛이 안 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나라 빵은 맛이 그리 없습니다. 빵을 만드는 기술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향긋하고 달콤한 냄새,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런 한국의 짙은 색깔의 빵들이 생각납니다. 이곳은 밀이 많이 생산되므로 빵, 피자, 쿠키, 국수 등 밀가루 요리기술이 크게 발전할 수도 있을 텐데, 국수 이외는 큰 진전이 없습니다. 아침부터 국수를 먹는 게 관습이라 국수는 지방마다 조리방법이 다르고 맛도 다릅니다. 지금은 이 나라에도 본격적인 ‘빵과 피자의 시대’가 왔습니다. 우리가 프랑스 등지로 빵을 배우러 유학 가던 시절이 있었듯이, 이 나라 청년들이 한국으로 제과제빵 기술을 배우러 유학을 갑니다. 치즈와 피자맛도 알게 되어 유명 피자체인들이 입점하기 시작했습니다.
만달레이 ‘미스터 빵’ 상점에서 빵을 사는 매미조.
그러던 어느 날, 우리가 사는 도시에 한국의 빵선생님이 오셨습니다. 제과제빵 기술을 가진 백 선생이 이 나라 청년들에게 한국의 빵 기술을 가르치게 됩니다. 저희 회사 직원인 매미조와 함께 이분을 만나고 시내 빵집을 구경하러 다닙니다. 매미조는 평소 빵 만드는 기술을 배우고 싶어 했습니다. 백 선생이 직접 만든 한국의 빵맛을 보며 그 냄새에 반했습니다. 이 도시에는 대만사람이 하는 ‘미스터 빵’ 가게가 있습니다. 유럽식의 발효 빵들을 파는 상점인데 크게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빵은 식빵을 만드는 기술이 가장 어렵다고 하는데 이 상점은 식빵이 맛있기로 소문이 났습니다. 인근 도시 메익틸라에는 ‘챔피온’이라는 한국식 빵집이 있다고 합니다. 한국 빵기술을 배워 오픈한 상점입니다. 이 도시에도 유학을 간 청년들이 돌아오면 한국 맛의 빵집이 세워질 것입니다.
미얀마 커피로드를 따라 생산되는 커피 브랜드들.
치즈와 와인. 빵과 커피. 모두 어울리는 음식 조합들입니다. 서구화된 식재료들이 마침내 미얀마인의 삶의 내용을 바꾸는 중입니다. 미얀마 커피로드에는 많은 외국인들이 커피농장을 세우거나 질이 좋은 커피를 사들이기 위해 방문합니다. 커피로드는 만달레이 구와 샨 주, 그리고 카친 주에 이르기까지 길고 긴 로드입니다. 중국 쿤밍지역과 맞붙은 이 지역은 같은 커피벨트로 아시아에 남은 가장 넓은 커피루트가 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그 넓디넓은 커피 재배지는 아직도 주인을 기다리며 비어 있습니다.
이제 며칠 후면 스무 살 매미조는 스승이 될 백 선생에게 빵의 역사, 식재료 공부와 반죽, 발효, 오븐 사용법 그리고 한국의 빵기술을 하나하나 배우게 됩니다. 한국어 요리용어를 알게 되면 나중 유학을 가도 한국에서 쉽게 적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매미조는 한국기술의 빵을 공부한다는 것에 기쁨을 감추지 못합니다. 책상에는 수업 계획서가 놓여 있습니다. 거기엔 앞으로 배울 많은 빵들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버터롤 식빵, 풀먼 식빵, 소보로빵, 커스터드 크림빵, 단팥빵, 피자빵, 햄버거빵, 시나몬 스위트 롤, 그리시니, 프랑스 바게트빵, 베이글, 버터쿠키, 초코머핀 케이크 등등. 저에겐 낯선 이름도 있지만 언젠가는 맛볼 수 있으리란 기대에 저도 기쁘기만 합니다.
몽유와의 끝없는 밀밭 사이로 난 황톳길을 걸었던 일이 생각납니다. 밀은 로마시대부터 세계의 식단을 바꾸어놓았고, 이제 미얀마 국민들과 제 식단을 바꾸어놓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미얀마식 빵과 커피로 점심식사를 합니다.
정선교 Mecc 상임고문
필자 프로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빈민아동 지원단체 Mecc 상임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