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옥 여사(왼쪽)와 이명박 전 대통령. 김윤옥 여사에 대한 검찰 조사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7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검찰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불법자금 수수 혐의를 모두 부인함에 따라 일부 자금수수 과정에 연루된 김윤옥 여사를 추후 조사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지, 한다면 조사 시기와 방식은 어떻게 해야 할지를 신중히 검토 중이다.
앞서 검찰은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으로부터 압수한 메모와 비망록 등을 토대로, 그가 지난 2007년 10월 전후에 이명박 전 대통령 사위인 이상주 삼성전자 전무에게 22억 5000만 원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에 대해 이상주 전무는 이상득 전 의원에게 전달한 8억 원은 인정했지만, 이를 제외한 나머지 돈은 받은 사실이 없다고 부인해왔다. 하지만 최근 “나머지 자금 중 5억 원 안팎의 돈이 자신과 이상득 전 의원을 거쳐 김윤옥 여사에게 전해졌다”고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상주 전무의 진술을 토대로 지난 14일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사실관계를 캐물었으나, 이 전 대통령은 금품이 오간 사실을 전혀 모른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검찰은 김윤옥 여사가 1990년대 중반부터 2007년까지 다스 법인카드로 4억 원 넘는 돈을 백화점이나 해외 면세점 등에서 결제한 내역을 확인했다고 한다.
이는 지난 14일 검찰 소환조사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점은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명박 전 대통령임을 보여주는 정황이 될 수도 있으며, 다스 업무와 무관한 김윤옥 여사가 법인카드를 사용한 것은 횡령 등 혐의가 적용될 수도 있다.
김윤옥 여사는 국가정보원에서 청와대로 건네진 10만 달러(약 1억 원)와 관련해서도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이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던 김희중 전 제1부속실장이 검찰 조사에서 관련 진술을 내놓으면서 불거졌다. 김 전 실장이 국정원에서 받은 10만 달러를 2011년 10월 이 전 대통령 부부의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김 여사를 보좌하는 여성 행정관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김 전 실장의 진술과 달리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14일 소환조사에서 10만 달러를 본인이 받았다고 진술했다. 국정원 돈을 대북공작금으로 사용한 만큼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고, 이 과정에 김 여사는 관여돼 있지 않다는 취지의 답변이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사위 및 측근들의 진술과 상반된 진술을 함에 따라, 김윤옥 여사를 직접 조사하는 게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김 여사를 직접 조사하지 않고서는 이 전 대통령을 기소하기 전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정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검찰 측은 김윤옥 여사의 조사 필요성에 대해 아직 결정한 바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검찰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한 뒤, 김 여사의 소환 시기나 조사 방식을 구체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내주 중에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조사가 이뤄진다면 전직 대통령 부인으로서 예우를 고려해 조사는 비공개로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으로 전직 대통령 부인으로는 처음으로 검찰 조사 대상이 된 권양숙 여사는 당시 부산지검에서 비공개로 조사를 받았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검사 두 명을 부산으로 보냈다.
하지만 서울에 거주하는 김윤옥 여사의 경우 ‘제3의 장소’를 택할 필요 없이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로 비공개 소환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방문조사 가능성도 거론된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