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가득한 소금창고
▲ 물왕저수지까지 이어진 자전거도로. 모녀가 자전거를 타고 시원스레 달리고 있다. 아래 사진은 생태공원 소금창고. | ||
지도를 펼쳐보면 인천 앞바다에서부터 시흥시 깊숙한 곳까지 마치 나무에 큰 금이 간 것처럼 갯골이 형성돼 있다. 그 갯골 주변에는 월곶이니 소래니 하는 포구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그리고 그 끄트머리에는 지친 삶의 휴식처인 갯골생태공원이 있다.
사실 갯골생태공원은 요즘 소금창고 때문에 말이 많다. 공원 왼쪽은 원래 염전지역이다. 1930년대 중반 갯골을 중심으로 조성된 염전은 무려 145만 평에 달한다. 한때 이곳의 염전은 남동염전, 군자염전과 더불어 우리나라 소금 총생산량의 30%를 차지할 정도였다. 그러나 천일염 수입 자유화에 따른 채산성 악화로 1996년 7월 31일 ‘폐염’되었다. 비록 염전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소금창고만은 남아 이곳의 과거를 말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이달 초 40개에 달하던 소금창고 가운데 무려 38개가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말았다. 염전지역의 땅을 소유하고 있던 모 기업이 개발을 위해 철거해버린 것이다. 이 소금창고들은 문화재로 등록할 예정인 것들이어서 아쉬움이 더 크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공원에는 두 개의 소금창고가 남아 있다. 체험학습장으로 사용하던 것들이다. 70년 넘게 이 자리를 지켜온 소금창고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소금창고 앞에는 염전이 있다. 소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보여주기 위해 남겨놓은 것들이다. 그 많던 나머지 염전들은 갈대밭 속에 숨어 있다. 공원 입구에서 소금창고까지 가는 길은 예전에는 황량한 염전이었지만 지금은 낭만적인 갈대가 우거져 있다. 연약한 갈대이파리들은 바람이 부는 대로 이리저리 휘청거린다. 뜨거운 햇빛에 익어버린 바람은 그다지 시원하진 않지만 갈대수풀을 통과하며 내는 소리만큼은 차갑게까지 느껴진다.
소금창고 너머 갯골 쪽으로는 갯벌이 펼쳐져 있다. 이곳에는 나무데크가 갯벌 안쪽까지 설치돼 있어서 갯벌생물들을 관찰하기 편하다. 자세히 갯벌을 들여다보면 갯지렁이와 망둥어, 농게, 방게 같은 것들이 보인다.
한편 갯골생태공원에 가면 자전거를 무료로 대여해준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갯골생태공원에서부터 물왕저수지까지 총 7.5㎞의 자전거 전용도로가 이어져 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들꽃이 만발한 길을 달리는 맛이 참 상쾌하다.
★길잡이: 외곽순환고속도로 목감IC→시흥시청 지나 월곶IC 방면 직진→갯골생태공원
★문의: 시흥시(http://www. siheung.go.kr) 문화진흥과 문화관광계 031-310-2063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