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운명 ‘혼돈’…채권단 vs 노조 ‘평행선’
-금호타이어 운명의 시간 다가와…매각 여전히 ‘안갯속’
-지역 정치권 더블스타 두고 매각 시각차 “해외매각 중단하라” vs “해외매각 불가피”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전경. 일요신문= 이원철 기자
[광주=일요신문] 이원철 기자 = 금호타이어가 해외매각과 법정관리의 갈림길에서 오늘(30일) 운명의 날을 맞았다. 채권단과 노조, 지역정치권 등이 핵심 쟁점인 해외 매각을 두고 불가피하다는 입장과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는 등 평행성을 달리고 있다. 여기에 금호타이어가 타이어뱅크가 인수전에 가세하면서 혼돈에 빠졌다. 국내 타이어 유통업체인 타이어뱅크는 3월27일 금호타이어 인수를 선언했다. ‘현실성이 없다’는 게 산업은행과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채권단의 자율협약 종료 마감시한은 3월30일이다. 채권단(산업은행 등)은 이날까지 자구안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법정관리에 들어간다고 못박았다. 반면에 노조는 더블스타에 매각 반대를 굽히지 않고 있다. 타이어뱅크 이외에 제2, 제3의 인수의사를 밝힌 국내 기업이 있다고 밝히면서 매각의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현재로선 금호타이어 운명은 타이어뱅크 인수나 재무적 투자 유치, 더블스타 인수, 법정관리행 등 3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일단 ‘더블스타로의 매각’ 또는 ‘법정관리행’이 유력하다. 최종 결정권이 채권단에 있고 채권단의 해외매각 방침이 확고해 ‘더블스타로의 매각’이 가장 유력해 보이는 시나리오다.
국내 타이어 유통업체 타이어뱅크는 3월27일 금호타이어 인수를 공식 선언했다. 대전지역 향토기업인 타이어뱅크 김정규 회장은 이날 대전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호타이어가 통째로 중국 더블스타에 매각되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며 금호타이어 인수 의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타이어뱅크가 얼마나 진정성 있는지, 인수자격을 갖췄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타이어뱅크는 지난 2003년 설립된 타이어 유통 전문회사로 국내에 400개 매장을 두고 있다. 본사 직원이 70명에 불과하고 2016년 기준 매출 3729억원, 영업이익 664억원, 당기순이익이 272억원에 불과하다. 5000여명의 직원과 3조원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한 ‘공룡’ 제조업체를 인수한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산업은행도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에 별도로 금호타이어 인수와 관련한 제안서나 투자계획서 등을 보내지 않은 채 인수전 참가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특히 산은은 인수의사를 공식화한 타이어뱅크가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한 자금여력이 없다고 보고 있다.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은 금호타이어 인수자금 조달과 관련해 상장, 회사 담보대출, 해외자본 유치 방안 등을 내놨지만 더블스타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금호타이어에 투입하려는 자금규모가 6400여억원 규모라는 점을 감안하면 타이어뱅크가 단독으로 인수하기는 힘들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한 해외 투자자에 대해서도 투자업체는 밝히지 않은 상황이어서 자금력에 대한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타이어뱅크 가세 이후 “국내에서는 삼성전자 정도의 기업 외에는 인수를 할 수 있는 기업을 찾기 어렵다”면서 국내기업 매각 가능성을 일축했다.
반면에 여태껏 ‘해외매각 절대 반대’를 고수해온 금호타이어 노조 입장에서는 국내 인수 기업이 나타났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인 반응이다. 노조는 이날 “환영한다”며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려는 국내 기업들이 있는 상황에서 채권단이 해외매각 불발을 이유로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존에 노조가 언급한 인수 의사를 밝힌 국내기업은 타이어뱅크가 아닌 것으로 알려져 경우에 따라 복수의 국내기업 간 인수전 양상도 가능할 전망이다. 금호타이어 노조 관계자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타이어뱅크가 인수를 추진할 수도 있겠지만, 타이어뱅크 외에도 국내 복수업체들이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려는 의사를 내비쳤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금호타이어가 매각된다면 현실적으로 ‘더블스타로 매각’이 유력하다. 이 경우 금호타이어 노조와 사측은 해외매각 동의 및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안 약정서 체결’을 해야 한다.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경우 금호타이어는 더블스타로부터 투자금 6500억원을 지원받아 경영정상화 작업에 돌입하게 된다. 채권단이 3월30일까지 노조의 동의가 없을 경우 법정관리행을 선택할 방침이라는 것을 고려할 때 더블스타로 매각이 가장 유력해 보인다.
또 다른 시나리오는 법정관리행이다. 금호타이어 노조와 채권단이 자율협상 마감시한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채권단은 법정관리행을 선택할 공산이 크다. 종료일을 넘기면 당장 4월2일부터 기업어음(CP) 만기가 줄줄이 돌아온다. 법원에 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이 불가피하다. 기업 인수를 위해서는 실질 실사 등을 거쳐야 하는데 이 기간만 2~3개월이 소요된다. 결국 채권단이 다시 차입금 만기를 연장해야 상황이 오는데 이를 의결하기는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이 “채권단의 자율협약 종료시간을 넘기면 대통령도 법정관리를 막을 수 없다”고 잘라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결국 현실적으로 금호타이어 노조가 더블스타 자본유치를 수용하지 않으면 금호타이어는 법정관리 절차를 밟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 금호타이어는 존속 또는 청산에 대한 법원 결정을 받게 되는데 실사 결과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2배 이상 높게 나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청산될 가능성이 높다. 산은 관계자는 “금호타이어의 유동성 문제가 크기 때문에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회생보다는 청산 쪽으로 갈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더블스타에 매각을 두고 지역정치권에서도 찬반 입장이 엇갈렸다. 민주당 이개호 최고위원은 3월29일 새 정부 기조에 맞춰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지역경제를 위협하는 해외매각을 즉각 중단하라고 산업은행에 촉구했다. 이 의원은 “시간 부족을 핑계로 반대를 하면서 중국 업체에 매각만이 유일한 살 길인 듯 하는 것은 염려하지 않을 수 없는 올바른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의당 나경채 광주시장 예비후보도 30일 민주당 광주시당 앞에서 1인 시위를 전개하며 “지금 정부와 민주당은 해외매각 철회를 전제로 지역민과 노동조합이 인정할 수 있는 경영 정상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금호타이어 해외매각 철회를 민주당 당론으로 채택할 것을 촉구했다. 반면 바른미래당 박주선, 김동철, 권은희 의원은 전날 성명을 내고 “금호타이어의 생존을 위해 노동자들이 결단을 내려달라”며 해외 매각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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