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아 환해져라’ 방실방실 꽃천지
▲ 동백과 매화가 어우러진 향매원. 농원을 휘젓는 토종닭들은 방문객의 뒤를 졸졸 따라다닌다. | ||
전남 장흥은 봄꽃여행지로 거의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사람들은 보통 가을에 장흥을 많이 찾는 편이다. 천관산 억새가 좋기 때문이다. 천주봉에서 환희대를 거쳐 연대봉에 이르는 정상 능선부 억새는 전국 어디 내놔도 모자람이 없다.
그 천관산은 가슴에 동백숲을 품고 있다. 이곳의 숲은 동백나무 단일수종으로는 그 규모 면에서 세계 최대를 자랑한다. 무려 20ha(6만 평)에 이르는 면적이 동백숲이다. 그 거대한 숲에서는 동백나무 외에 다른 나무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전남 진도 여귀산 동백숲이 100ha에 달한다지만 다른 난대수종과 섞여 있어 비교대상이 되지 못 한다.
동백숲은 천관산자연휴양림 입구에 자리하고 있다. 누가 일부러 심은 것들이 아니다. 천관산 자락의 한쪽 사면을 완전히 메운 동백은 30~100년 된 것들로 모두 1만 2000그루가 자생하고 있다.
동백숲에는 동박새와 직박구리, 어치 등이 산다. 동백숲 전망대에 앉아 있노라면 새들의 맑은 노랫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마치 밀림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새들의 소리는 가까이서 그리고 쉴 새 없이 들린다.
동백꽃은 지금이 절정이다. 천관산 동백은 3월 말부터 꽃을 더욱 활짝 피운다. 이쯤 되면 ‘동백’이 아니라 ‘춘백’이라 불러도 좋겠다. 수만 그루의 동백나무에서 빨간 꽃을 밀어올리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곳의 동백숲에는 들어갈 수가 없다. 아직 정비가 되지 않은 탓에 위험하기 때문이다. 장흥군에서는 올해 예산을 편성해 산책로를 만들 예정이다. 아마도 내년이면 산 아래 마을에서부터 전망대까지 숲을 거닐며 맘껏 동백꽃을 감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동백꽃이 흐드러지게 핀 천관산 장천재(위). 무려 15ha에 걸쳐 매화밭이 조성된 청매원. 산중턱에서 내려다보는 청매원의 풍경은 그야말로 기막히다. | ||
장천재는 원래 장천암이라는 암자가 있던 곳으로 장흥 위씨들이 세운 건물이다. 지금의 건물은 1870년경 다시 지은 것이다. 마당의 목련은 수일 내로 망울을 틔울 태세고 장천재 주위로는 동백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주차장에서 장천재까지 올라가는 길가에도 작은 동백나무들이 서 있는데 개량종들이다. 이 나무들의 꽃은 겹꽃으로 장천재 주변의 홑꽃에 비해 그 기품이 떨어진다. 장천재까지는 왕복 1㎞ 정도로 산책 삼아 걷기에 무리가 없다.
장천재에서 묵촌동백숲으로 나가는 길에는 방촌유물전시관이 있다. 방촌마을은 600년간 장흥 위씨가 살아온 집성촌으로 호남 실학의 대가 존재(存齋) 위백규 선생의 생가가 있는 한옥마을이다. 유물전시관 뒤편으로 옛 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유물전시관에는 방촌마을의 중요한 유물들이 테마별로 잘 전시돼 있다.
묵촌마을은 전시관에서 약 10분 거리에 있다. 이곳의 동백숲은 장천재보다 더 작다. 마을 앞 약 2000㎡에 143그루의 나무가 심어져 있을 뿐이다. 그러나 동백나무 수령은 다른 두 곳보다 더 오래되었다. 장천재와 휴양림 아래 동백숲이 약 100년 내에 자연 조성됐다면 이곳의 동백숲은 약 250~300년 전에 마을 사람들에 의해 조림되었다. 숲은 여름철 주민들의 쉼터 노릇을 톡톡히 한다. 묵촌마을 주변은 온통 청보리밭이다. 이제 막 발목까지 자라난 청보리는 싱그럽기 그지없다.
장흥에는 두 개의 큰 매화농원이 있다. 향매원과 청매원이 그곳이다. 묵촌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이 용산면 상금리 향매원이다. 10ha에 20년 된 남고품종 매화나무 2000여 그루가 새하얀 솜이불을 깔아놓은 듯 일제히 꽃을 피웠다. 농원 입구에는 100여 년 된 동백나무도 200그루 정도 있다.
농원에선 토종닭들이 여기저기 휘젓고 다닌다. 낯선 이의 방문에도 닭들은 겁이 없다. 달아나지 않고 오히려 졸졸 뒤따른다. 향매원에서는 매실농장 당일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다도체험과 다식만들기, 매실응용음식만들기, 아토피 치료와 천연염색 등 가족 또는 연인과 함께하면 좋은 체험거리들이다.
이곳을 일군 이는 매실연구회 회장 김준호 씨다. 그는 방문객들에게 먼저 다가가서 농원견학을 시켜준다. 그에 따르면 매화는 아침에 향기가 가장 좋다고 한다. 매화는 밤이 되면 꽃잎을 살짝 오므리면서 향기를 가두었다가 아침이 오면 꽃잎을 펼치는데, 특히 아침은 공기가 무거워 매화향이 풀풀거리며 날아가지 않기 때문에 더욱 향이 진하다고 한다.
한편 청매원에서는 팜스테이를 운영하는데 무료다. 맘씨 좋은 주인이 방문객들에게 방을 그냥 내준다. 전원주택풍의 2층 건물로 15명은 충분히 묵을 수 있는 크기다.
여행 안내
★길잡이: 서해안고속국도 목포IC→2번 국도→목리삼거리에서 우회전 23번 국도→염동리에서 천관산 방면 837번 지방도→천관산자연휴양림 자생 동백숲
★먹거리: 정남진 장흥 토요시장에 가면 한우를 저렴한 가격에 실컷 맛볼 수 있다. 장흥에서 생산된 순수혈통의 우량송아지를 매입해 철저히 관리 사육한 한우가 600g당 각 부위별로 1만~1만 9000원. 판매장(061-863-1414)에서 고기를 구입한 후 인근 식당에 가서 6000원을 내고 구워먹으면 된다. 쌈과 장 등 기본반찬이 제공된다. 토요일에는 각종 풍물공연이 펼쳐지기도 한다.
★잠자리: 천관산자연휴양림(061-867-6974) 내에 휴양관이 있다. 청매원은 팜스테이를 하는 농원으로 방문객들에게 잠자리를 무료로 내어 준다. 15명 이상 묵을 수 있는 매화밭이 내려다보이는 숙소다.
★문의: 장흥군청 문화관광포털(http://travel.jangheung.go.kr) 061-860-0224 ●향매원(http://www.namgomaesil.com) 061-862-4588 ●청매원(http://www.mesil.net) 061-862-4041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