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몸에 그윽한 ‘쉼표’ 한잔
▲ 조선 말 한옥을 개조해 찻집으로 활용하는 민가다헌(위). 여러 전통차를 맛볼 수 있는 ‘아름다운차박물관’. | ||
인사동 거리는 종로2가 탑골공원 옆에서 안국동사거리까지 관통하는 길을 일컫는다. 이곳은 1930년대부터 고미술 관련 상가들이 들어서면서 지금의 골동품 거리로 자리 잡았다. 인사동에는 그런 가게들 못지않게 전통찻집이 많다. 민가다헌은 그중에서도 예스러운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수도약국 오른편 골목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만나는 민가다헌은 구한말 명성황후의 친척 후손인 민익두의 저택. 1930년 화신백화점을 설계한 건축가 박길용의 작품이기도 하다. 현재 서울시 민속문화재 제15호로 지정되어 있다. 성북동의 수연산방처럼 한옥의 미를 즐기며 차를 마시는 기분이 참 좋은 곳이다.
건물은 개량 한옥이다. 유리창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가면 보통의 한옥과 달리 현관이 나 있고 그 우측으로 복도와 연결돼 있다. 이러한 양식은 당시로서는 보기 힘든 것으로 서양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이곳에는 고풍스러운 방과 작은 거실이랄 수 있는 다이닝룸, 중세의 서양 거실을 연상시키는 독서실 등 각기 다른 공간과 야외 테라스가 있다. 민가다헌은 사실 차보다 식사를 하기 위해 찾는 사람이 많은 곳이다. 이 건물처럼 양식을 접미한 한식을 판다. 전통차를 마시면 다식이 따라 나오는데 맛이 참 깔끔하다.
아름다운차박물관은 인사사거리에서 종로 방면으로 조금 내려가다 보면 우측 헌책방골목에 있다. 차와 관련된 각종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는 박물관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엿한 찻집이기도 하다.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면 아담한 마당이 있고 건물의 회랑을 따라 젊은 도예가들의 도자작품과 오래된 다기들이 전시돼 있다. 특히 이곳에는 선사시대의 찻그릇부터 삼국시대와 고려, 조선 등 우리나라 차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다양한 유물들이 고루 전시돼 있다.
박물관 마당이 차를 마시는 공간이지만 회랑에도 차를 마실 수 있도록 탁자가 배치돼 있다. 봄 햇살 따사로운 마당에서 여유롭게 차를 마시는 기분이 그만이다. 이곳에는 한국와 중국, 일본, 대만, 인도, 유럽 등 전 세계 약 110종의 다양한 차를 보유한 차가게도 있다.
★길잡이: 지하철 5호선 안국역 5번 출구로 나와 운현궁 방면으로 내려오다 보면 오른쪽에 민가다헌이 있다. 아름다운차박물관은 인사사거리에서 종로2가 방면으로 가다가 이조필방을 끼고 오른쪽으로 돌면 나온다.
★문의: 민가다헌(http:// www.minsclub.net) 02-733-2966, 아름다운차박물관(http://www. tmuseum.co.kr) 02-735-6678.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