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산 손금 따라 두 발이 춤춘다
▲ 축령산을 오르고 있는 등산객들(위). 한 등산객이 풀밭에 누워 여유롭게 따사로운 봄 햇살을 즐기고 있다. | ||
바야흐로 ‘신록예찬’의 계절이다. 차라리 투명에 가깝던 새싹이 자라나며 연초록 옷으로 갈아입는 이 시기. 그 속으로 직접 뛰어들어 싱그러운 기운을 맛보고 싶어진다. 적당한 곳이 있다. 바로 축령산. 잣나무향기 알싸하고 이제 막 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철쭉까지 제대로 봄기운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축령산은 경기도 남양주시와 가평군에 접해 있는 산이다. 이 산으로 사냥을 왔던 이성계가 짐승을 한 마리도 못 잡자 신령에게 제사를 지내며 빌었다고 해서 ‘축령(祝靈)산’이라 불린다. 해발 879m로 그다지 높지 않지만 전체적으로 코스가 다양하고 조망이 좋기로 유명하다. 서리산과 머리를 맞대고 있는 산의 특성상, 두 산을 연계하는 등반이 인기를 끈다. 산 또한 악산이 아니어서 오르는 데도 무리가 없다.
등산은 축령산자연휴양림에서 시작하는 게 보통이다. 축령산만 둘러본다면 3시간, 서리산까지 함께 코스로 잡는다면 4시간 정도 걸린다. 단지 철쭉산행이 목적이라면 서리산만 보고 내려와도 좋다. 이때는 2시간 30분이면 충분하다.
휴양림 제1주차장에서 오른쪽 축령산 정상 방향으로 먼저 길을 잡는다. 서리산을 먼저 볼 요량이라면 주차장이 아니라 산림휴양관 쪽으로 가야 한다.
시작은 다소 가파르다. 30분 정도 경사 길을 올라야 한다. 암릉과 벼랑길을 로프를 움켜쥐며 조금 더 오르면 수리바위에 이른다. 독수리가 날개를 웅크리고 서북쪽을 응시하고 있는 모습이라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날갯죽지격인 바위 틈에서 소나무 한 그루가 뻗어 나와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곳에서 다시 20분쯤 더 오르면 남이바위다. 이전에 비해 길이 험하지 않다. 축령산 8부 능선에 자리한 이 바위는 조선 세조 때 명장이었던 남이장군이 축령산에 오를 적마다 휴식을 취했다는 바위로 모양이 꼭 의자처럼 생겼다.
그 바위에 장군처럼 앉아 땀을 훔치며 내려다본 축령산에는 신록의 물결이 넘실대고 있다. 참나무와 잣나무, 소나무 숲을 지나왔지만 단지 오르는 데 정신이 쏠려 있던 탓에 놓쳤던 풍경이다. 남이바위에서 정상까지는 30분 정도 걸린다. 암릉을 택하는 것과 왼쪽으로 돌아가는 것,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산행에 이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암릉을 택해도 좋겠지만 웬만해서는 돌아가는 길을 택하는 편이 낫다.
▲ 물골안계곡에서 물고기를 잡는 사람들. 가운데는 축령산 마루 부근에 곱게 핀 철쭉. 사람 키보다 훨씬 큰 철쭉나무들이 인상적이다. 맨 아래는 축령산자연휴양림 숲속의 집. | ||
철쭉은 축령산보다 서리산 부근에 더 많은 집단군락을 이루고 있다. 서리산은 높이가 832m로 축령산과 키가 비슷하다. 두 산과 산 사이는 3㎞가량 떨어져 있지만 1시간 20분 정도면 주파가 가능하다. 절골 좌우 능선만 다소 가파를 뿐 다른 곳들은 가벼운 산책을 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도 있을 만큼 무난하다. 그래서인지 산악자전거를 타고 축령산을 찾는 사람도 꽤 많다.
절골에서는 길이 나뉜다. 왼쪽은 야생초화원 쪽으로 내려가는 하산길, 오른쪽은 가평군 임초리 방면 하산길, 정면 쪽은 억새밭사거리를 경유해 서리산으로 향하는 길이다. 절골에서 내려간다면 하산하는 데 1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억새밭 사거리를 지나 서리산 정상 쪽으로 발걸음을 떼었다. 드문드문 철쭉이 보이기 시작한다. 푸른 하늘과 연초록 나무들, 그리고 분홍 철쭉. 봄이 이렇게 찬란할 수가 없다.
정상에 이르자 그 너머로 철쭉밭이다. 일명 철쭉동산이라고 부르는 곳이다. 꽃이 만개하는 5월 10일 이후면 이곳에서 한반도 모양의 철쭉밭을 볼 수 있다. 철쭉나무들은 평지의 것과 달리 키가 아주 크다. 2~3m는 보통이다. 나무줄기도 굵다.
산행은 이제 마무리로 접어든다. 철쭉동산에서 꽃놀이를 하고 내려오는 길. 계속되는 내리막이다. 선택이 한 번 더 남았는데 서리산 임도삼거리에서 전망대 쪽으로 길을 틀어 야생초화원 쪽으로 내려오든지, 아니면 바로 내려오는지 둘 중 하나다.
한편 축령산을 상징하는 잣나무숲 속을 걷고 싶다면 절골에서 하산하는 것이 좋다. 이 길에는 아름드리 잣나무들이 하늘 높이 솟아 있다. 새 이파리를 밀어올리고 있는 잣나무들이 뿜어내는 향기가 알싸하니 정신이 맑아지는 길이다. 가평 임초리 방면으로 내려가는 길도 마찬가지로 잣나무숲이다. 특히 이곳의 잣나무숲은 축령백림이라고 부르며 ‘가평7경’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유명하다. 임초리에서부터 절골까지 조성된 이 숲에는 30~50년생 잣나무들이 수십만 그루 심어져 있다.
축령산 주변에는 둘러볼 곳들도 많다. 남양주 쪽으로는 수동, 비금, 물골안계곡 등 산행 후 더위를 식혀 줄 계곡들이 곳곳에 있다. 특히 비금계곡은 서리산과 주금산 사이 1.5㎞에 걸쳐 발달한 계곡으로 수동국민관광지 안에 자리잡고 있다. 마치 원시림에 발을 들여 놓은 것처럼 사방에 숲 그늘이 둘러져 있어 더없이 시원하다. 물골안계곡은 다른 계곡들에 비해 트여 있다. 물이 깊지도 않고 물살이 세지도 않아 물놀이하기에 적당하다. 계곡에는 매기와 참붕어 등 민물고기도 많아 낚시꾼들에게 인기다.
축령산과 주금산 일대는 고로쇠수액이 유명하다. 축령산휴양림에서 나와 수동면 방면으로 내려가다 보면 왼쪽에 축령산 산촌마을이 있다. 고로쇠수액과 더덕, 표고 등을 재배하는 마을로 달래와 두릅 등 산나물 캐기 체험을 할 수 있다.
만약 가평 쪽으로 내려간다면 행현리에 아침고요수목원이 있다. 울창한 잣나무숲뿐만 아니라 온갖 봄꽃들이 피어 아름다운 수목원이다.
여행 안내
★길잡이: 경춘가도(46번 국도)→화도읍(마석, 좌회전)→수동면 방향 362번 지방도→입석리→외방리→축령산자연휴양림
★먹거리: 경춘가도를 타고 가다가 마치터널을 지나 쉼터휴게소에서 좌회전 하면 맛깔촌(031-594-1957)이라는 생고기 전문점이 있다. 남양주에서 알아주는 음식점으로 고기가 신선하고 맛있다. 인삼, 밤, 대추, 은행을 곁들인 보양찜 갈비정식도 인기다.
★잠자리: 축령산에서 내려오다보면 수동계곡가에 아기자기한 펜션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마치 집에 온 듯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들꽃향기(031-592-0078)는 독채 펜션으로 앞쪽에 소나무숲이 무성하고 뒤쪽에는 밤나무숲이 우거져 운치가 있다.
★문의: 남양주시청(http://www.nyj.go.kr) 문화관광과 031-590-2474, 축령산자연휴양림(http://www.chukryong.net) 031-592-0681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