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단풍숲에서 ‘초록빛 해탈’
전북 고창에 자리한 문수사는 선운사에 가려 잘 알려지지 않은 절이다. 그래서 이 절은 언제나 한적하기 그지없다. 문수사는 고창과 장성의 경계에 있는 문수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다. 고창과 장성 양쪽에서 문수사로 이어지는 길이 있다.
문수사는 백제 의자왕 4년(644년)에 자장율사가 지은 절이다. 당나라 청량산에서 수도를 하던 자장율사가 문수보살을 만나 깨달음을 얻고 돌아와 지었다고 전해진다.
역사적으로도 가볍게 볼 절이 아닌 문수사는 단풍숲이 아주 운치 있는 곳이다. 특히 이곳의 단풍숲길은 지난 2005년 천연기념물 제463호로 지정해 보호할 정도로 훌륭하다. 문수사 단풍숲의 나무들은 적게는 100년에서 많게는 400년 가까이 된 것들로 절 주변에 모두 500여 그루가 모여 있다.
요즘의 단풍숲은 싱그럽기 그지없다. 여리고 여린 이파리들은 햇빛을 그대로 투과시키며 가벼운 산들바람에도 춤을 춘다. 단풍나무가 하늘을 볼 수 없을 정도로 빽빽한 터널을 이룬 이 숲길은 한여름에도 더위가 침입하지 못 할 정도로 시원하다. 일주문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단풍숲이 시작되는데 300m 정도 문수사까지 길이 이어진다.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가는 내내 초록물결에 ‘샤워’하는 몸이 무척 상쾌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 길은 맛보기에 불과하다.
주차장에서부터 문수사까지 100m가량 나 있는 돌계단길 주변은 이제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는 커다란 단풍나무들이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든다. 돌계단 옆으로는 시원한 계곡물이 철철 흐른다. 그냥 마셔도 좋을 정도로 물이 깨끗하고 차다.
계단길을 따라 올라가면 문수사 경내에는 대웅전과 문수전, 한산전, 종각 등의 건물이 들어서 있다. 대웅전은 조선 고종 13년(1876년), 문수전은 영조40년(1764년)에 다시 지은 것이다. 대웅전에는 시도유형문화재 제207호로 지정된 목조삼세불상이 있고, 문수전에는 문화재자료 제181호 석조문수보살상이 모셔져 있다. 한편 자칫 그냥 지나치기 쉬운 주차장 옆에는 시도유형문화재 제154호로 지정된 부도군이 있으니 놓치지 말고 둘러보도록 하자.
★길잡이: 서해안고속국도 고창IC→고창 입구 사거리에서 우회전→23번 국도→고수삼거리에서 좌회전→21번 군도→문수사
★문의: 고창군청 문화관광포털(http:// culture.gochang.go.kr), 문수사 063-562-0502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