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쉼터’ 그품에 안겨 시름도 훌훌~
▲ 자은도 분계해수욕장. | ||
목포항에서 1시간 거리 바다에 안좌·팔금·암태·자은도가 어깨를 맞대며 떠 있다. 각기 독립적이었던 네 섬은 안좌도와 팔금도를 잇는 신안1교(510m), 자은도와 암태도를 연결하는 은암대교(675m), 암태도와 팔금도 사이에 놓인 중앙대교(600m)가 1990년, 1996년, 2004년에 차례로 개통되면서 하나의 벨트로 묶이게 되었다. 네 섬을 관통하는 데는 1시간이면 충분하다.
이들 섬 중 가장 큰 안좌도는 염전이 많고, 가장 작은 팔금도는 서쪽 비포장도로 방면 해안선이 아주 아름답다. 암태도는 바람과 싸운 ‘우실’(섬사람들이 바람을 막기 위해 쌓은 돌담)이 인상적이고, 자은도는 곳곳에 널려 있는 크고 깨끗한 해수욕장이 눈길을 머물게 만든다.
안좌도의 염전은 11월로 접어들면서 휴경에 들어갔다. 언제나 깨끗한 소금물이 들어차 있던 염전은 말라 비틀어져 을씨년스럽기까지 하지만 그 자체로 계절색을 느끼게 한다. 염전 외에 안좌도에서 볼거리라면 김환기 화백의 생가와 방월리지석묘 등이 있다.
읍동리에 자리한 김환기 화백의 생가는 1910년 백두산의 나무를 잘라다 지은 기와집이다. 정면에 안채가 있고 왼쪽으로 부엌이 안채와 연결된 ‘ㄱ’자형의 북방식 가옥의 형태를 띠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서양화가로 전통미를 현대화시키는 데 주력한 수화 김환기(1912~1974)는 이곳에서 유년기와 청년기를 보냈다. 집은 대체적으로 잘 보존된 편이다. 부엌은 개방하고 있지만 안채의 문은 굳게 닫혀 있어 아쉬움을 준다.
김환기 가옥을 지나 같은 길로 10분쯤 달리면 방월리지석묘를 볼 수 있다. 청동기시대에 만들어진 대표적인 돌무덤이다. 방월리에는 바둑판형의 남방식 지석묘 7기가 있어 ‘칠성바위’라고 불렸는데 현재는 4기만이 남아 있다. 안좌면에는 이곳 방월리를 포함해 6곳에서 모두 55기의 지석묘가 발견되었다.
안좌도를 둘러보고 신안1교를 건너가면 팔금이다. 다리를 건너 조금 가다보면 두 갈래의 길이 나오는데 오른쪽으로 가면 읍리에 삼층석탑이 있다. 고려시대 후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석탑으로 1978년 9월 22일에 지방유형문화재 제71호로 지정됐다. 모양은 특별할 것이 없지만 세월의 연륜이 묻어난다.
▲ 암태도 익금 우실, 자은도 분계해수욕장(위) 팔금과 암태를 잇는 연륙교. | ||
이 길을 따라 10분쯤 가다보면 높은 언덕을 하나 넘는데, 이곳에 서면 뒤로는 팔금도와 암태도를 잇는 연륙교의 모습이 앞으로는 외롭게 서 있는 하얀 등대의 모습이 보인다.
암태도는 돌이 많고, 바위가 태를 두르고 있다고 해서 유래된 이름이다. 이곳 암태도는 볼 게 참 많은 섬이다. 우선 섬의 가운데 우뚝 서 있는 승봉산(355m)에 올라 섬 전체를 굽어보는 맛이 좋다.
수곡리나 암태중학교 어느 방향에서 오르든 1시간 남짓이면 정상까지 충분하다. 승봉산 자락에는 노만사라는 작은 사찰이 있다. 해남 대흥사의 말사로 1873년에 창건한 이 사찰의 법당 뒤편에는 10년 가뭄에도 마르지 않았다는 자궁 모양의 약수터가 있다.
암태도는 섬답지 않게 농사를 많이 짓는 곳이다. 총 40.08㎢의 면적 중 13.25㎢가 농지다. 이곳에서 수확한 쌀은 질이 좋아 값이 많이 나가기로 유명하다. 암태도에는 면소재지에 소작인항쟁기념탑이 있다. 1923년에 일어난 암태도 소작쟁의는 7~8할의 고율소작료를 4할로 내려줄 것을 요청하며 벌인 것으로 우리나라 소작쟁의의 효시로 인정받고 있다.
기념탑을 지나 동북쪽으로 길을 잡으면 섬 특유의 돌담인 송곡·익금 우실을 볼 수 있다. 송곡 우실은 마을 어귀에 자리하고 있고 익금 우실은 마을 뒤편에서 느티나무와 어울리고 있다.
섬의 서남쪽에는 추포도와 그에 달린 해수욕장이 있다. 추포도는 암태도와 썰물이 되어야 연결되는 섬이다. 추포해수욕장은 반달모양의 백사장이 아름답다. 파도가 잔잔하고 물이 깨끗해 해수욕을 즐기기에 좋고, 해거름도 일품이다.
자은도 또한 암태도 못지않은 산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두봉산(363.8m)이 면소재지 바로 뒤편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 오르면 신안 일대의 섬들이 한눈에 보인다. 자은초등학교 쪽으로 등산로가 나 있고, 정상까지 넉넉잡고 1시간 30분 정도면 오를 수 있다. 암태도의 승봉산에 비해 암릉이 많아 산을 오르는 데 지루함이 없고 조망도 좋다.
자은도에는 백길, 분계 등 해수욕장이 많다. 분계에 비해 백길해수욕장이 크고 모래가 좋다. 이곳의 규사는 전국에서 최고로 꼽는 수준이다. 쌀가루처럼 부드럽고 곱다. 백길해수욕장은 백사장의 길이가 무려 3㎞에 달할 정도로 큰 해수욕장이다. 반면 분계해수욕장은 아주 아담한 크기다. 그러나 운치가 좋다. 뒤편에 소나무 방풍림이 있고, 앞으로는 작은 섬 하나가 외롭게 떠 있다.
자은도의 북쪽 끝에는 한운마을이 있는데 이곳에서 왼쪽으로 소방도로가 나 있다. 둔장과 고장해안을 끼고 도는 이 소방도로를 타고 굽이를 돌 때마다 자은도 주변의 섬들이 하나둘씩 보인다.
한편 안좌도에서부터 자은도에 이르기까지 4개 섬 일대에서는 요즘 김 작업이 한창이다. 이곳에서는 지주를 세워 양식하는 방법을 쓰는데 조수 간만의 차로 물이 들고 날 때 햇볕을 쬐므로 약을 치지 않는다.
★먹거리: 안좌도 읍동에 유성가든(061-261-1223)이라는 음식점이 있다. 장어탕과 백반이 맛있는 집이다. 특히 통통하게 살이 오른 붕장어를 넣고, 된장과 고추양념을 풀어 간을 맞춘 장어탕이 그만이다. 장어탕 8000원, 백반 6000원. 자은도의 새중앙식당(061-271-8761)은 연포탕을 잘 하기로 소문이 났다. 연포탕 2만 5000원.
★잠자리: 각 면소재지마다 숙소들이 더러 있다. 그중 자은면에 있는 대성모텔(061-271-2388)을 추천한다. 모텔이 가장 깨끗한 편이고, 멀리서 온 객이라고 식사까지 무료로 내 올 정도로 주인이 친절하다.
★문의: 신안군청 문화관광포털(www.sinan.go.kr)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